[시사프리즘] 무엇을 위한 검찰 수사인가
[시사프리즘] 무엇을 위한 검찰 수사인가
  • 황운하
  • 승인 2016.08.30 0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운하 경찰대 교수부장.

[굿모닝충청 황운하 경찰대 교수부장] 10년간 90명.
10년간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의 10년간을 의미하고 뒤에 90명은 검찰의 수사를 앞두고 있거나 받는 중에 자살한 피의자의 숫자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른 것이고, 목숨을 끊은 90명 중 기업인, 공직자는 60여 명이다.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며칠 전 검찰 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유서에서 검찰수사에 대한 불만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강압적이거나 망신주기 수사 등의 정황도 현재까지는 없다. 그럼에도 검찰 수사와 관련해 목숨을 끊는 일이 왜 반복되는가에 대해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다.

지난 해 4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검찰조사를 받던 와중에 북한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목숨을 끊기 전 기자회견을 열어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었다. 2014년 12월에는 ‘정윤회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아 온 서울경찰청 소속 최모 경위가 “억울하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긴 채 목숨을 끊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검 중수부에서 소환조사를 받은 이후인 2009년 5월에 봉하마을에서 죽음을 선택했다. 안상영 전 부산시장은 부산구치소에서 수감돼 있던 중인 2004년 2월 검찰조사를 앞두고 감옥에서 목을 매 숨졌다.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은 대검 중수부에서 수사를 받는 도중인 2003년 8월 현대사옥의 집무실 창 밖으로 투신 자살했다. 이외에도 김종률 민주당 전 의원,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김광재 한국도시철도시설공단 이사장도 검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목숨을 끊었다.

검찰 수사 중 이같이 불행한 일들이 발생했다고 해서 모두 검찰 탓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간 쌓아온 명예와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되면서 생기는 심각한 심리불안이 주된 원인일수도 있고, 마침 가정사 등 개인적인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무소불위의 막강한 수사권을 무기로 한 검찰의 어떤 무리수가 있었느냐 여부이다. 또 하나는 그렇게 엄청난 희생들을 겪으며 진행되어 온 검찰수사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즉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검찰수사인가’라는 물음일 것이다. 예컨대 이번의 롯데 수사와 관련해서도 롯데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가족간의 경영권 다툼이 수사의 단초를 제공한 측면이 있겠지만 ‘전 정권 손보기’라는 시각도 있다. 두달 반의 ‘먼지털이식 늘어진 수사’를 진행하며 결과적으로 기업과 사람을 죽이는 결과가 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지난 해의 포스코 수사에서도 검찰은 무려 8개월 동안 포스코 건설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전 현직 임직원과 협력업체 대표 등 20여 명을 구속했지만, ‘전 정권 인사 손보기를 위한 무리한 수사’라는 뒷말을 낳았었다.

물론 검찰의 대기업 수사가 모두 비판받는 것은 아니다. 1997년 한보그룹 수사를 통해 신속하게 정태수 회장을 구속하기도 했고, 2006년 현대차그룹 비자금 수사 때도 수사착수 한 달 만에 정몽구 회장을 구속했다. 2011년 SK그룹 비자금 수사는 압수수색 2개월만에 마무리되기도 하였다.

한편 수사팀 교체 등 숱한 논란 끝에 특검까지 갔던 삼성그룹 수사에서는 삼성의 불법 상속에 면죄부를 주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당시 조준웅 삼성특검은 이건희 당시 회장에 대해 ‘개인적인 탐욕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배임, 조세포탈 범죄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며 불구속 기소하는데 그쳤었다. 이외에도 대우, 한화, 효성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중 검찰의 수사를 받지 않은 곳은 없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편법과 비리가 많은 탓도 있겠지만, OECD 국가 중 검찰의 대기업 수사가 이렇게 일상화된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기업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는 국민들의 갈채를 받는 경우도 더러 있긴 했지만, 그보다는 대체로 ‘봐주기 수사’라거나 또는 정반대로 ‘먼지털이식 표적수사’라는 논란을 낳은 경우가 더 많았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검찰수사는 무엇을 위한 것일까? 검찰수사를 통해 대기업의 내부비리를 포함하여 정관계의 유착비리가 근절되고 우리사회 전반의 투명성이 많이 높아졌을까? 검찰의 수사권은 지구상 어디에서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하고, 검찰 수사 관련 뉴스가 일년내내 신문지면을 장식하는데도 어째서 우리나라의 부패지수는 여전히 높을까? 2015년에 국제 투명성 기구에서 발표된 부패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 174개국 중 43위를 기록하였고, OECD 국가라고 하기에는 부패지수가 너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두명의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고, 한명의 전직 대통령은 수사 도중 자살에 이르게 할 정도로 막강한 검찰수사이지만 그 막강한 검찰의 수사권으로도 우리사회의 부패를 억제시키는데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즉 강력한 수사권이 반부패의 해답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우리사회의 부패지수가 여전히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막강한 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오히려 부패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존 롤스는 그의 저서 ‘정의론’ 중에서 정의롭지 못한 제도가 허락될 수 있는 경우를 한가지로 제한했다. 그것은 보다 심각하게 정의롭지 못한 상태가 예상될 경우에만 정의롭지 못한 제도가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인데, 즉 최악의 불의를 피하기 위해 차악의 불의를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검찰의 수사권 기소권 독점이 정의롭지 못한 제도라는 것은 보편적 상식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이 부패만연이라는 최악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면 허용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권 기소권 독점이 부패억제의 역할을 담당하기는 커녕 오히려 부패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면, 현 검찰제도는 정의롭지 못한 제도일 뿐 그 존립근거를 잃게 된다.

검찰 수사를 경험한 많은 사람들이 검찰의 무리한 수사 방식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벌이는 이유는 검사 개인의 공명심을 위해서일 수도 있고, 정치권력의 의도에 알아서 맞춰주어 출세가도를 달려보고 싶은 욕망 때문일수도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검찰 조직 자체의 파워를 과시해서 검찰 현직에 있을 때에는 막강한 권력을 누리고 싶어하고, 퇴직한 후에는 검찰 현관 파워를 활용할 수 있는 전관으로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싶어하는 이유가 가장 많을 것이다. 의도가 어떠하든 목표한 수사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먼지털이식 수사’ ‘짜맞추기 수사’ ‘강압수사’ 등의 무리한 수사를 벌이고 있고, 그런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검찰은 그런 일 없다며 부인하고 있지만, 증거가 없을 뿐 검찰의 해명은 사실 믿기 어렵다.

검찰의 수사권이 반부패에도 기여하지 못하고 수사방식 또한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나아가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해 내고 있고, 심지어는 목숨마저 끊게 만드는 결과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 도대체 이런 검찰수사는 무엇을 위한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정의를 위한 것처럼 포장하고 법의 이름을 빌렸을 뿐 사실은 사사로운 이익을 위한 권한 남용이 빈번한 검찰 수사권이라면 검찰 수사권은 회수되어야 한다. 선진 문명국 어디에도 직접 수사권을 이렇게 즐겨 사용하려는 검찰을 가진 나라는 없다.

“검찰을 직접수사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라. 잃을 것은 검찰공화국의 먹이사슬이요, 얻을 것은 대한민국 전체이다. 사법개혁 세력이여! 단결하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