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D. 2017.10.19 목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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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시민노력, 정부·정치권이 화답할 때[기획-‘대전어린이재활병원 건립’ 기적을 현실로] ⑥법·제도 마련 급선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관심과 보살핌을 받아야 할 중증장애어린이들이 의료 사각으로 내몰리고 있다. 변변한 전문치료시설은커녕 이들을 보살펴줄 시설도 터무니없이 적다. 그나마 대도시엔 일반병원에 외래로라도 다닐 수 있지만 시·군 단위로 내려가면 아예 간단한 재활치료도 받을 수 없다.

    중증장애아들은 꾸준한 재활치료를 받지 않으면 근육경화가 심화되면서 자칫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부모들 입장에선 위험을 무릅쓰고 2~3시간씩 승용차를 끌고 하루 서너 곳씩 이 병원 저 병원 전국을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다.

    정부고 지자체고 어른과 노인들을 위해서는 각종 요양병원과 전문병원을 짓는다고 난리를 피우면서도 유독 중증장애아들에겐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잠재적 장애인이나 마찬가지다. 나와 내 아이에게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대전에 왜 어린이재활병원이 필요하고 건립을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국내 및 해외사례등을 종합해 6회에 걸친 시리즈를 진행한다.

     

    국내 첫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굿모닝충청 이호영 기자]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대전 서구을)은 여야 국회의원 50명의 뜻을 모아 ‘지방어린이재활병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이 법안은 지방자치단체가 어린이 질병과 장애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어린이의 신체에 적합한 의료장비·시설을 구비하고 전문적인 치료와 교육을 병행할 수 있도록 어린이 재활전문병원을 설립·운영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특히 국가가 지방어린이 재활병원의 설립, 시설·장비 확충 및 우수인력 확보 등 어린이 대상 공공보건의료사업에 드는 경비를 예산지원 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당시 박 의원은 “어린이 재활치료의 경우 난이도가 높고, 수익성이 떨어져 민간 차원의 병원설립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과 도움이 절실하다”며 “이번 발의로 건우의 꿈이 이루어지는데 한발 다가서는 것은 물론, 법안 통과 및 궁극적인 대전어린이재활병원의 건립을 위해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 이라고 밝혔다.

    교통사고로 뇌병변장애 1급 판정을 받은 김건우(9) 군의 부모가 중증장애아 가족들과 함께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운동을 시작한 것에서 비롯돼 일명 ‘건우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은 하지만 불행히도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19대 국회가 폐회하면서 자동 폐기됐다. 한동안 실낱같은 희망에 매달려 있던 전국의 수많은 장애아 부모들의 기대도 한순간 무너졌다.

    20대 국회 들어 박 의원이 법안 재발의 준비에 나서고 있고 대전지역 여야 의원들도 적극적인 노력을 약속하고 있지만 언제 이 같은 제도가 마련될 지는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일본 교토부립 마이즈루어린이요육센터

    전국의 장애아 가족들이 이렇게 국가주도의 어린이재활병원 설립과 운영을 바라는 것은 그만큼 현실적·금전적으로 민간, 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병원 마련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서울에 국내에선 처음으로 민간차원 모금운동을 통해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 생기긴 했지만 무려 10년이나 걸린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그것도 대기업의 200억 원이라는 거액의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병원 관계자 역시 “게임회사 넥슨(NEXON)을 만나지 못했다면 아직도 우리는 기금을 모으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더구나 경제여건이 열악할 수밖에 없는 지방의 150만 도시 대전이라면 상황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건우 아빠’ 김동석 씨가 사단법인 토닥토닥을 통해 대전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모금운동에 나서면서도, 한편으로 국가차원의 장애인복지 확대 및 예산지원을 위한 국회차원의 법제도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언제까지 장애어린이에 대한 치료와 보육을 부모에게만 떠넘길 수만도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자칫 이를 방관하고 방치하다가 이들이 성인이 됐을 땐 부모들의 경제적 파탄과 더불어 더 큰 이중의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장애어린이는 어린이대로 조금이라도 빨리 조기치료와 교육의 기회를, 부모는 부모대로 자립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다.

    일본 시가현립소아보건의료센터

    이미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이러한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전후 1950년대부터 장애아동 복지체계를 갖추기 시작해 현재는 200여 개에 이르는 의료·복지형 요육센터를 거점으로 지역별 요육교실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이미 ‘장애자자립지원법’ 이라는 통합된 제도 안에서 의료보험을 통해 정부가 70%, 지자체가 20%의 비용을 부담토록 해 장애판정을 받을 경우 10%만 부담하면 어디서나 개인이 원하는 치료와 재활, 돌봄과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국내의 경우 희귀성난치병에 해당하는 일부 장애아동에 대해서만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나머지는 전적으로 개인이 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구조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나마 전문적인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은 거의 전무한 상태로 대전의 경우 1800여 명의 아이들이 중증장애를 앓고 있지만 충남대·건양대·보람병원 등 단 3곳, 총 50명 규모의 낮병동이 전부다. 나머지는 어른들과 뒤섞여 외래진료를 받기 위해 날마다 일반 병원을 전전해야 하는 실정다.

    어떻게 보면 장애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건강권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비참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민간병원에만 맡겨놓으면 적자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어린이재활병원을 운영할리 만무하다. 병원 설립과 운영에 드는 경비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에서 지원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의료·복지계에서는 이미 공공성을 위해 국립 또는 시·도립 재활병원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며, 의료수가 현실화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대전을 비롯해 대구, 광주, 경북, 전북 등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의 부모들을 중심으로 지방어린이재활병원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점점 커져가고 있다.

    지금 이 아이들에게도 절실히 필요한 것은 어린이재활전문병원입니다.

    이제는 정치권과 정부가 화답할 차례다.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장애인복지정책을 우리만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법과 제도 개선을 통한 실질적인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일본처럼 장애 진단시점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는 요육(療育)의 개념에서, 성인 이후에는 요양(療養)의 개념에서 꾸준한 치료와 재활, 보호와 관리를 제공해 중증장애어린이들도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스스로 자립하고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사회가 앞당겨져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뇌성마비 발생율만 따져도 1000명 당 2.7명, 한해 1100명이 넘는 수치다. 쉽게 말해 매년 1100명의 중증장애아동과 2200명의 부모, 4400명의 조부모가 새롭게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우리 국민들도 평생을 가져가야 할 그 고통과 짐이 ‘나와는 무관한 일’ 이라는 무관심이 아니라 바로 내 가족과 이웃의 일이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인 관심과 힘을 보태주기를 기대한다.  - 끝 -

    "함께해주세요"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호영 기자  misan@goodmorningc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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