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선 보드게임하면 청소년 봉사활동 인정해준다?
세종에선 보드게임하면 청소년 봉사활동 인정해준다?
보드게임 전도사 김은순 씨, ‘보드하라 1090’ 프로그램으로 세대공감·소통 나서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6.08.31 13:1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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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이호영 기자] “아이고 또 졌네. 할머니는 어쩜 이렇게 잘 하세요.”

“하하하하, 나이 먹었다고 일부러 저준 거 아녀?”

지난 주 토요일 오전, 세종시 노인복지주택 밀마루복지마을 1층 복지관에 10대 청소년들과 어르신들의 웃음꽃이 가실 줄을 모른다. 삼삼오오 머리를 맞대고 게임에 열중하며 때론 탄식과 환호성을 터트리는 모습이 얼핏 오랜만에 찾아온 친손자와 친손녀,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 모습처럼 사랑이 가득 넘쳐 보인다.

하지만 이날의 자리는 사실 세종시 마을공동체 ‘세종퀸즈보드’가 진행하는 세대공감 청소년 자원봉사 프로그램 ‘보드하라 1090’의 한 장면이다.

보드게임 전도사 김은순(51) 씨를 주축으로 세종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 강사들로 구성된 ‘세종퀸즈보드’는 지난 해 7월부터 시작해 벌써 1년 넘게 매월 둘째·넷째 주 토요일 오전 밀마루복지마을에서 보드게임을 통한 청소년-노인 연결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자 여러분들은 오늘 봉사를 하러 이 자리에 온 거예요. 맞죠? 지금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웃음), 이제부턴 활짝 웃으면서 시작합시다. 다 같이 하하하~!”

“그리고 게임을 하면서 절대 이기려고만 해선 안 돼요. 어르신들을 기쁘게 해드려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깨버리면 오히려 더 마음의 상처를 받으시겠죠? 조금 더디고 답답한 부분이 있더라도 잘 가르쳐드리며 자신감을 북돋아드린다는 사명감(?)을 가져 봅시다. 알겠죠?”

프로그램은 전문 강사가 청소년들에게 1시간 동안 다양한 보드게임 요령과 어르신들을 대하는 방식을 교육한 뒤 학생들이 어르신들과 팀을 이뤄 다시 1시간 동안 게임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게임을 해가며 세대 간 소통을 하고, 어르신들껜 즐거움과 성취감은 물론 치매예방, 청소년들에겐 어른을 섬기는 마음가짐과 인성을 키우고 봉사점수도 인정받을 수 있는 1석 5조 신개념 봉사 프로그램이다.

이날도 한솔고·종촌고·아름중·도담중·양지중·새롬중 등 청소년 자원봉사 시스템 두볼(Dovol)을 통해 참여한 지역 중·고생 10여 명과 어르신 20여 명이 서로 짝을 바꿔가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무심코 왔다가 프로그램에 좋은 인상을 받고 고정적으로 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미 10번 넘게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새롬중 우민혁 군은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과 시간을 보낸다는 게 처음엔 힘들 것 같았는데, 막상 할머니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게임을 하다 보니 오히려 내가 느끼는 감동도 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서관 청소 등 다른 봉사활동도 많이 해봤지만 여기서 하면 시간도 잘 가고, 어르신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재미도 크다”며 “무엇보다 평소 외롭게 지내는 어르신들을 웃게 해드릴 수 있어 더 보람된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번째 봉사에 참여한 종촌고 마승연 양도 “다른 봉사활동과 달리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교육봉사를 하는 것이라 성취감이 크다”며 “특히 전혀 알지 못했던 다른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한다는 것이 무척 어렵고 기회도 드문데, 게임을 통해 쉽게 가까워질 수 있고 소통의 기술도 배울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김은순 씨가 기획한 세대공감 ‘보드하라 1090’ 프로그램이 서서히 진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대전시민대학에서 보드게임강사 양성과정 등을 강의하며 벌써 10년 넘게 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 씨는 그동안 ‘단순히 게임방식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통해 새로운 가치나 문화를 만들 순 없을까’ 하는 생각을 꾸준히 해왔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해 세종시 공모사업으로 시작한 것이 바로 보드게임을 통한 청소년 봉사활동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아예 ‘세종퀸즈보드’라는 마을공동체를 구성해 자체적인 활동에 나섰다.

“사실 자녀 두뇌발달 교육은 물론 가족 간 소통 측면에서 보드게임은 다른 어느 것 못지않게 효과가 큰 매개체입니다. 이런 좋은 기능을 좀 더 확산시킬 수 없을까 고민하다 생각해낸 것이 바로 청소년 어르신 봉사와 접목하는 것 이었습니다. ‘놀이-소통-봉사’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 일탈이나 노인소외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겠다 싶었던 거죠.”

아직 1년밖에 안 됐지만 처음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아이들의 말투과 태도가 갈수록 달라지고, 어르신들의 표정도 기쁨으로 가득 찬 것을 보면서 기대만큼 성과도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고 한다.

“사실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바쁘게 살아갑니까. 멀리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가 기쁘게 해드리기가 쉽지 않지요. 하지만 잠시나마 가까이 있는 어르신들을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라 생각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기회가 커지고, 그러한 문화가 정착된다면 우리 아이들과 사회가 얼마나 따뜻해지겠습니까.”

“어르신에게도 보드게임을 통한 치매예방 효과도 있지만도 나이가 들면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자신감과 외롭고 슬픈 감정을 정서적으로 위로해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손자손녀 같은 아이들이 주기적으로 찾아와 조잘대며 시간을 함께 보내준다면 얼마나 큰 생활의 활력소가 되겠습니까.”

김은순 씨는 세종에서의 ‘보드하라 1090’ 프로그램이 선례가 돼서 이러한 좋은 효과가 전국의 학교와 지자체에 확산되길 희망하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배출한 수십 명의 강사들과 함께 구체적 방안을 논의도 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나는 게임에는 젬병이다. 보드게임은 더더군다나 해본 일이 없다. 그런 나에게 은순 씨가 “직접 해봐야 느낄 수 있다”며 게임을 강요했다. 게임판을 집어든 순간 머릿속은 하얘지고 얼굴이 화끈화끈,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게 이상하다. 하다 보니 절로 웃음이 터진다. 내가 이렇게 머리가 나빴나 싶기도 하고, 머리 따로 손 따로 노는 것도 어설프기 짝이 없다. 그런데 은순 씨가 “처음 하는 것 치고 굉장히 잘 하네요” 마구마구 칭찬세례를 퍼 붇는다. 결국 서로 마주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마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이래서들 좋아하시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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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서 2019-01-10 22:59:47
안녕하세요. 저는 학교에서 김은순선생님을 초청해서
보드게임을 배웠습니다.. 하지만김은순 선생님께서
어디서 하시는지 모르고 어는 지역 인지도 모릅니다..
선생님께서 어디에 보드게임방을 만들어서
나중에 가족들이랑 와보라고했지만
어는 지역 주소를 잘 몰라서 어디에서 운영하시는지
알려주세요.

김미리 2016-09-06 17:57:55
보드게임으로 봉사활동이 가능하다는것도 놀랍고
그로인해 여러사람이 행복한 시간을 갖을수 있다는게 멋지네요^^
열씨미 배워서 우리 아이도 보드 게임으로 봉사할수 있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네요~

안선영 2016-09-01 17:38:51
맞습니다. 보드할때 안되면 위축되고 잘되면 신나고 웃고 너그러워지더라구요. 다시 생각해보면 이기고 지고가 아니라 웃고 소통하고 건강해졌다는 것이 남는거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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