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맛it길’, ‘청춘삼거리’서 만난 젊은 사장들
[커버스토리] ‘맛it길’, ‘청춘삼거리’서 만난 젊은 사장들
전통시장 빈 점포 청년 창업, 그 속으로… "시장이 환해졌어요"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6.09.07 1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굿모닝충청 이정민 기자] “아 그 젊은 애들 있는 곳? 저쪽으로 가보세요”
당초 질문은 대전 태평시장 상인회 사무실 위치. 하지만 한 상인들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지난 4월 청년 창업으로 시작된 ‘맛it길’ 위치를 알려준 것. 마치 태평시장에서 뜨는 명소(?) 같은 인상을 받았다. 유천시장도 마찬가지. 입구부터 ‘청춘삼거리’ 큰 플랜카드가 보였다. 태평시장과 달리 찾을 필요도 없이, 입구부터 가게들이 눈에 띄었다. 주변을 서성이자 나이가 지긋한 상인들은 “친구들 보러왔구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눈에는 세련된 인테리어가 들어왔고, 귀에는 젊은 사람들이 즐겨 듣는 최신 음악이 들려왔다.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젊은 사장님들은 미소로 기자를 반겨줬다. 참치집, 찻집, 포차, 고깃집 등등 그 종류도 다양했다. 특히, 전통시장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젊은 감각들로 시장은 활기차보였다. 하지만 맛it길의 경우 위치를 찾기가 힘들었고, 청춘삼거리는 가게들이 비교적 떨어져있었다. 또 사장들은 여전히 없는 손님에 고민에 빠졌다. 흔치 않은 젊은 전통시장, 청년들의 이야기 속에 거리를 걸어봤다.    [편집자 주]

전통시장하면 무슨 이미지가 떠오를까?
젊은 판매원들보단, 할머니들이 쪼그려 앉아 나물을 파는 모습을 생각하길 마련이다. 이처럼 전통시장은 정겨운 느낌이지만, 오래된 이미지가 머릿 속에 그려진다.

하지만 올해 중순부터 대전 태평시장과 유천시장에 젊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소비자가 아니라 어엿한 가게 주인으로 말이다.

‘맛it길’과 ‘청춘삼거리’가 지난 4월 중순과 5월 말 각각 첫발을 내딛었다. 대전시는 중소기업청과 함께 시장 내 빈 점포를 활용, 청년창업 지원을 실시했다. 대전시는 6억 4000만원을 투입, 인테리어 비용과 지난 6월까지 임대료를 지원했다.

맛it길과 청춘삼거리의 점포 수는 각각 10개씩 총 20개이다. 20대 중‧후반에서 30대 후반 등 젊은 사람들이 청년창업에 사활을 걸었다.

특히, 두 거리는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맛it길은 참치집, 고기집, 포차 등 술과 함께할 수 있는 음식점들로 채워져 저녁에만 환하게 불을 밝힌다.

청춘삼거리도 참치집 등 음식점도 있지만, 찻집, 라멘집, 커피숍 등 종류가 비교적 다양해 낮에도 영업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맛고을 떡향기’ 내부 인테리어

어두웠던 슬럼가가 간판 불빛으로 환해지다
현재 맛it길이 위치한 곳은 태평시장 골목 중 가장 후미진 곳이다. 따라서 맛it길이 들어서기 전까진 이곳은 음산한 느낌도 났다고 한다.

하지만 청년들은 자신들이 직접 인테리어까지 하며 노후화된 건물을 개조했고, 지금은 이곳에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맛it길 청년 사업가들에 따르면 손님들은 30대에서 50대 등 연령대가 다양하며, 과거보단 가족단위 손님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또 지난달에는 휴가철이라 발길이 많이 뜸했지만,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맛it길은 가게들은 한 공간에 밀집돼있다. 손님들은 맛it길에 입구에 들어와 뭘 먹어야할지 둘러보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또 사업가 입장에서 맛it길은 시장 내에 있기 때문에 물류비용이 적게 든다는 강점이 있다.
고기집 ‘탄탄대로’를 운영 중인 원승현(25) 씨는 “고기는 따로 거래하는 곳이 있지만, 채소와 야채는 시장 내에서 산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년들이 시장에 들어오자 주변 상인들은 신기해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약 10년 가까이 죽어있던 슬럼가가 새롭게 탈바꿈하자 상인들은 청년사업가들에게 조언을 해주거나 지인들과 함께 음식을 팔아주는 등 도움에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한 건어물 가게 상인은 “젊은 애들이 장사한다고 하길래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젊어서 그런지 열정이 가득해보여 시장에 좋은 자극제가 되는 거 같다”고 설명했다.

배성훈 사장 (청춘삼거리 차곡차곡)

청년들 오자 문 닫던 가게가 열린 유천시장
맛it길이 위치한 태평시장은 대전 지역에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전통시장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청춘삼거리가 위치한 유천시장은 이와 반대인 상황이다. 

20~30년 전만해도 유천시장 주변은 방직공장 등 유동인구가 많아 시장을 걸어 다닐 때에는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쳤다고 한다.

그러나 방직공장이 사라지고 유동인구가 줄자 유천시장은 황폐화해져만 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춘삼거리의 청년 사업가들이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 한마디로 ‘어두웠다’고 한다.

찻집 ‘차곡차곡’을 운영 중인 배성훈(26)씨는 “처음엔 시장 모습을 보고, ‘너무 어렵다’며 고민하게 됐다. 하지만 청년들이 온다는 소식에 닫혀있던 몇몇 가게들도 문을 열고 일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맛it길과 달리 청춘삼거리의 가게들은 사정상 한데 모여 있지 못한 상황이다. 여기서 ‘청춘삼거리’라는 명칭이 탄생하게 됐다. 거리가 떨어져있기에 ‘맛있는’, ‘신나는’, ‘즐거운’이라는 세 가지를 주제로, 10개의 가게에서 청춘들이 신나게 장사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모습에 몇몇 가게는 벌써부터 단골이 생겼다. 이 중 젊은 층들이 많이 오며, 다른 고객들은 젊은 사장에 신기한 눈길을 떼지 못한다고 한다.

떡과 커피를 같이 파는 ‘맛고을 떡향기’ 정윤희 대표는 “시장 근처 아파트에서 사시는 젊은 부부들이 집 앞 커피숍을 들리듯이 들리고 있다”고 밝혔다.

------------------------------------------------------------------------------------------------------

“경험 부족하지만 열정은 ‘뜨끈’”
이용수(태평시장)· 정종태(유천시장) 상인회장 인터뷰

태평시장과 유천시장 상인회장들은 청년 사업가들에게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물론, 좋은 평가 일색이지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정종태 유천시장 상인회장(맛고을떡방 운영)은 “유천시장은 대전에서 오래된 시장으로, 상인 분들의 나이가 많다. 이번에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니깐, 젊은 피를 수혈 받는 느낌”이라면서도 “장사 측면에서 볼 땐 아직까지 할려고하는 열정이 확실한데, 경험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 서비스 및 가격에 대해 신선하게 접근하면 더 활성화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이용수 태평시장 회장(서울왕만두 운영)역시 “청년들이 들어오고 나서 시장 활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또 태평시장 주차장은 작긴 하지만, 저녁에는 차들이 다 빠져나간다. 주차장은 큰 문제가 없다”며 “하지만 장사 경험이 부족한 측면이 있어 교육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