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리즘] 돈(貨幣)의 효용
[시사프리즘] 돈(貨幣)의 효용
  • 이홍준
  • 승인 2016.09.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홍준 세종특별자치시 문화체육관광과장

[굿모닝충청 이홍준 세종특별자치시 문화체육관광과장]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 정보기술 시대를 선도한 세계 최고의 갑부이다. 그의 순재산은 900억 달러로 한화로 100조 원이 넘는다. 그의 제2의 인생은 돈을 쓰는 것으로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기부 사업을 펼치고 있다.

반면, 방글라데시는 1인당 국민소득이 약 128달러이다. 아프리카에 위치한 에티오피아, 소말리아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나라들은 부족간 내전, 전염병, 식량 부족으로 극도의 빈곤에 처해 전 세계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 사는 아이들의 한끼 식사비는 고작 100원에 불과하다. 게임으로 거액을 번 중국의 어느 갑부는 한끼 식사비로 26억 원을 지출했다고 한다. 세계 상위 1퍼센트가 전 세계의 부 - 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불평등한 지구는 무엇으로 부터 시작되었을까? 바로 돈이다.

역사상 최초의 화폐는 기원전 3천년 경 수메르인이 사용한 보리화폐이다. 보리화폐는 경제활동을 강화할 필요에 의해 나타났다. 보리화폐는 그냥 보리였다. 그 단위는 실라였는데 약 1리터에 해당하는 양으로 1실라를 담을 수 있는 표준화된 그릇으로 물건을 사고 팔때 사용했다. 보리는 먹을 수 있는 실질적인 가치를 주었지만, 저장하거나 운반하는 용이성을 주지는 못했다. 진정한 화폐로 발돋움 한 것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출현한 은(8.33그램)으로 된 세겔이었다. 함무라비 법전에는 귀족 남성이 여성 노예를 죽인 경우에 은 166그램을 지불하도록 규정했다. 이때부터 돈의 중요성을 권력으로 문자화한 것이다. 보리 실라와 달리 은 세겔은 고유한 가치를 지니지 않았지만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탄생했다.

정해진 무게의 귀금속은 동전, 즉 주화를 탄생시켰고, 그것은 은과 금으로 만들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주화의 가치는 집권자의 권력과 진실성에 따라 신뢰가 쌓여졌다. 로마에 대한 신뢰는 황제의 이름과 얼굴이 새겨진 주화를 통해 대제국을 건설한 후 여러 국가에서 절대적인 신뢰와 교환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중국은 주화제조법이 다르지만 금과 은에 의존해 만들어진 주화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았고 이는 실크로드를 기반으로 교역상인들에게 활발하게 사용되었다.

국경과 문화를 초월한 단일한 화폐권역의 등장은 전 세계를 단일경제정치권역으로 통합하는 기초를 놓았다. 서로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말하고, 다른 통치체제에서 권력자의 지배를 받고, 다른 신을 믿지만, 이들 모두는 금과 은을 신뢰했다. 이런 공통의 신념으로 세계무역이 가능했던 것이다. 중국인, 미국인, 영국인이 문화, 언어와 생각이 다름에도 금에 대한 믿음을 공유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처음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던 금이 상대방의 요구에 의해 값이 매겨져 싼 값으로 거래되었다. 상대방은 자국으로 가서 비싸게 판매하고 그 사실이 서서히 알려지면서 금에 대한 가치가 신뢰로 쌓여졌을 것이다. 마침내 대량의 금이 생산되고 상호간에 동등한 가치를 평가받게 된 것이다. 돈이 신앙이 다른 무슬림과 개신교도들에게 믿음을 준 것이다. 종교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믿도록 요구하는 반면에, 돈은 다른 사람들이 무언가를 믿는다는 사실을 믿으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역사상 수많은 철학자와 사상가는 돈을 널리 알리면서도 악의 뿌리라고 매도했다. 그러나 돈은 언어나 법, 문화, 정치적 신념, 종교, 사회적 관습보다 더욱 넓게 열려있다. 돈은 인류가 지닌 관용성의 정점에 서 있다. 인간이 창조한 신뢰 시스템 중 유일하게 거의 모든 문화적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종교, 사회적 성별, 인종, 연령, 성적 지향을 근거를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돈 덕분에 서로 알지도 못하고 믿지도 않는 사람들이 거래를 통한 협력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돈으로 해서는 안될 일들이 지구 도처에서 발생했다. 흑인과 아이들이 노예로 팔리고, 사람들은 사기, 살인과 도둑질을 통해 얻은 돈으로 종교를 통해 면죄부를 샀다. 작게는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땅이 아주 쉽게 매매되고, 돈의 축적 수단이 올바르지 않아도 정치·사회적 권력을 송두리째 부여잡았으며, 기업과 기업이 거래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은 부속품보다 못하게 길거리로 쫓겨났다.

돈의 더욱 어두운 면은 인간이나 신에 대한 공동체적인 가치를 추가하는 것이 아닌 돈 그 자체, 돈을 뒷받침하는 비인간적 시스템에 투자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처음 만난 낯선 이방인이나 이웃 사람을 신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지닌 매너, 옷, 음식, 살림살이의 외형적인 모습, 즉 주화를 신뢰하는 것이다. 그들이 주화가 떨어지면 우리의 신뢰도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기업인과 정치인의 만남, 학생과 선생의 만남, 남과여의 만남, 승용차와 대중교통 이용, 밥을 먹는 수단, 이 모든 것에서 돈은 강력한 매개역할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관계에서 돈이 떨어지면 공동체 신앙, 국가라는 큰 방벽마저 무너지고 세상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인간으로서의 정신적 가치와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해 돈이라는 경제에 의존하고 살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혈연을 통해 이어져 온 친밀함과 사회적 공동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 종교적 환경과 시장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돈이 거래수단으로서 인간의 외형적인 삶의 가치를 지배한다 하더라도 내면의 파괴에 까지 다다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돈보다 인간의 신뢰를 구축할 강력한 매개수단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