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리즘] 부패의 길목에서
[시사프리즘] 부패의 길목에서
  • 이홍준
  • 승인 2016.10.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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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준 세종특별자치시 문화체육관광과장

[굿모닝충청 이홍준 세종특별자치시 문화체육관광과장]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법전은 함무라비 법전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구절로 유명한 이 법전은 인류 최초의 문명이 시작된 고대 바빌로니아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유물중 하나다. 그 이전 다른 고대 사회에서도 규칙 수준의 법이 있었을 것이지만 문건으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 함무라비 법전이다. 우리나라는 고조선시대에 만들어진 8조 법금을 들 수 있다. 온갖 법이 만들어지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간단한 법이었지만, 당시로서는 엄청난 규율이었을 것이다.

법이 정의롭지 않으면 고통이 뒤따르고 사회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법은 통제의 역할을 잘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적이어야 한다. 법이 인간 행동을 통제하는 역할을 하려면 인간의 실제적인 행동양식을 건드릴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인간다운 사회를 이루기 위한 효과적인 법이란 인간의 행동을 충분히 통제할 만큼 현실적이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굵직굵직한 정관계 로비사건으로 당시를 뒤흔들었다. 2000년 리젠트 주가조작 관련해 비자금을 조성해 자신의 구명을 위해 국정원, 현직 국회의원에게 로비를 벌인 진승현 게이트. 태광실업 회장이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정관계 로비를 일으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천신일 세중나모회장이 불법정치자금과 금품을 받은 혐의로 판결을 받은 박연차 게이트. 100억원대 상습도박을 벌인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정운호 대표가 거액의 수임료를 들려 판검사들에게 로비를 벌인 사건이 그러하다.

이를 말하듯 국제투명성기구(PI)에서 발표한 우리나라의 부패지수는 전 세계국 중 2008년 39위에서 2014년에는 43위로 내려앉았다. 2014년 OECD 34개 회원국 중 국가부패인식지수(CPI)는 27위로 그리스(31위), 이탈리아(32위)와 맞먹는 수준이니 국가 종합경쟁력이 11위인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부끄럽기까지 하다.

최근 김영란법(정식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었다. 국민권익위원장이기도 했던 김영란은 대한민국 법조인으로 2004년 8월 25일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으로 임용되었다. 사법연수원 2, 3기 출신들이 거론되던 대법관 자리에 60여 명의 선배들을 제치고 임명되었기 때문에 파격적인 인사였다.

그녀는 2012년 8월 이 법안을 발의하여 2016년 3월 법률이 통과되었다. 올해 7월 시행령이 제정되고 헌법재판소로부터 합헌결정이 내려짐으로써 9월 28일 역사적인 김영란법이 시행된다. 법안이 입안되고 시행되기까지 4년여 기나긴 시간이 지난 만큼 의미가 크나 사회적인 파장이 워낙 커서 언론매체들 간에도 찬반이 분분하다.

법의 핵심은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금지 등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한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관련 규정을 위반하면 1천만~2천만의 과태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금품수수 제재의 핵심은 공직자 등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1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시행령에는 시가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등 사회 상규상 허용되는 금품 상한선도 정했다. 적용 대상 직업군의 배우자도 포함된 것은 배우자가 대신 금품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적용대상이 국가·지방공무원, 공직유관단체, 공공기관의 장과 임직원, 학교장과 교직원, 학교법인 임직원, 언론사 대표와 임직원 등으로 약 400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재건축 등 정비사업 임원도 포함될 것이라고 알려져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어 실효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법망을 피하기 위한 온갖 편법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를테면 식사자리에 참석한 사람 수를 부풀리거나, 비용을 카드로 나눠서 계산하거나 날짜를 달리해서 결재하는 ‘영수증 쪼개기‘, 각자 계산한 후 돈을 돌려주는 ‘페이백‘ 등이 그것이다. 3·5·10 만원 상한선 역시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부정과 청탁이 근절되려면 범죄행위를 한 사람들이 받게 될 형벌을 두려워해야 한다. 하지만, 권력이 있는 자나 아는 사람들은 받게 될 형벌을 어떻게 빠져 나갈 수 있는지 알기 때문에 법질서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법을 두려워하는 일반 서민들에게는 엄격한 형벌이 적용되어 형평성에서 큰 차이가 나타난다. 더우기 그들이 받지 못한 벌을 후자가 덤으로 받게되는 형국으로 법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김영란법이 시행됨에 따라 아는 사람이나 공식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끼리도 밥을 먹는 횟수와 금액에 제한을 받는 시대가 됐다. 이런 시점에 정치인보다 더 언론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언론은 언제나 그 대상에 포함되어 접대와 향응에 노출되기 쉬운 위치에 서있다. 이 기회에 언론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최일선의 가디언이 되었으면 한다.
경제대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그 나라의 청렴도가 높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우리의 부패인식 수준은 중국보다도 낮다. 사회 곳곳에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부정부패는 더 이상 국가의 미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진국 수준의 부패인식지수로 선진국이라고 떠드는 것은 망언에 불과하다.

건실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는 시스템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 개개인은 그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6·25 한국전쟁의 잿더미에서 일어난 대한민국호가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서는 계기가 김영란법을 통해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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