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정석의 新만인보] 지도자의 선택은 국민의 몫이다
[나정석의 新만인보] 지도자의 선택은 국민의 몫이다
  • 나정석 대기자
  • 승인 2016.10.04 16:1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정석 대기자.

서울대 독어독문과 졸업.
월간지 코리아뉴스매거진 발행인.
전문기업 이노프트 전 대표

[굿모닝충청 나정석 대기자] 전 미국 대통령 클린턴은 자신이 미국인 대상 여론조사에서 케네디, 레이건과 더불어 재임 중 국정운영을 잘한 대통령으로 꼽힌 조사결과와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첫째는 자신이 이끄는 나라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해야 한다. 역사의 조류 속에서 나라가 어디쯤 위치해 있는지 깨닫고, 그 바탕 위에 국민을 통합하고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둘째는 세계가 어디로 가고 있으며, 더 번영된 나라와 세계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과 세계 시민에게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클린턴만이 아니다. 1835~40년에(미국의 민주주의)를 출간한 토크빌도 책에서 던진 화두가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야하나’였다. 역사 감각을 갖고 역사적 조류의 흐름을 잘 읽어야 한다는 뜻일 게다.

대선이 1년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양당 전당대회 결과 민주당, 국민의 당은 후보가 문재인, 안철수로 흐르는 분위기이고 새누리당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정치가 생물이라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제2의 안철수 현상이 다시 출현할지 어떤 후보가 추가로 나올지…

지난 대선은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주요 이슈였으나 박근혜 후보가 이 이슈를 선점하는 바람에 싱거운 세력싸움으로 끝났다. 나는 차기 대통령 선거의 최대 화두가 불평등 구조의 혁파가 될 것으로 본다. 이 문제의 해결방안을 현재 한국사회의 시대정신으로 보기 때문이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정치 재개가 기정사실화 되었다.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인물이 나올지 모르겠다. 바야흐로 대선 정국이 시작된 느낌이다.

유력 대선후보들은 조직정비에 들어갔고 내부 핵심을 정비했으며 새로운 싸움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강진에서 칩거해 왔던 손학규 전 대표는 10월 16일을 전후하여 하산한다고 한다. 그가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국민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들고, 조직과 이를 운영할 물적 토대를 갖고 시작하는지 나는 알 수 없다. 암튼 기존후보와의 정책과 기 싸움으로 정치권을 달굴 것이다. 이를 언론이 부추길 것이다.

대통령의 권한은 매우 크다. 나라를 흥하게 할 수도 있고, 망하게 할 수도 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혹독하고 엄정한 검증을 거치는 게 옳다. 대선을 불과 몇 개월 앞두고 갑자기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고, 국민들은 잘 알지도 못한 채 이미지만 보고 선택하는 것은 나라를 위해서나 정치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는 ‘미테랑 평전’ 서문에 이렇게 썼다.

“비전, 카리스마, 경영능력이라는 세 가지 자질을 모두 갖춘 정치인은 거의 없다. 첫 번째 자질만 갖춘 정치인은 일반적으로 모호한 이론가다. 두 번째만 갖춘 정치인은 위험한 선동정치인이다. 세 번째만 갖춘 정치인은 상상력이 없는 보수정치인이다.”
 
그는 이어 자신이 보좌했던 미테랑 대통령이 세 가지 자질을 모두 갖추었고 감수성까지 풍성했으며 역사와 문화, 그리고 세계 속의 역할에서 프랑스를 총체적으로 구현했다고 자랑스럽게 평가했다. 그의 자부심이 부럽다.

그는 분식된 업적을 주로 내세우는 한국사회의 현 지도자들과는 달라 보인다. 이미지로 정치한 사람이 아니란 얘기다. 업적조차도 이미지만 전달되었지 엄격한 분석과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국정치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얘기다. 물론 수많은 혁명과 반동을 거치며 지성사회의 수준이 남달랐던 프랑스와 우리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래도 이번 대선에서 분식된 업적을 주로 내세우는 후보를 경계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죽산 조봉암은 우리 정치사에서 거의 최초로 정돈된 정치적 비전을 제시한 인물이다. ‘책임 있는 혁신정치, 수탈 없는 계획 경제, 민주적 평화통일’은 오늘의 관점에서 보아도 너무나 탁월하다.

김대중 대통령은 부유세, 향토예비군 폐지 등의 혁신적 대선 공약으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대중경제론’과 ‘4대국 안정 보장론’과 같은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대통령이 된 후 IMF 수습을 이유로 그가 주창한 대중경제론은 빛을 바랬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역구도 타파’와 ‘반칙 없는 사회’는 그 자신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것으로 참으로 매력적이지만 나라 전체를, 또 미래를 담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손학규 후보의 ‘저녁이 있는 삶’은 언론과 식자층의 상찬에 비해 일반 국민들의 폭발적 관심을 얻지는 못했다. 

갈수록 대선 후보 간의 경쟁은 격화될 것이다. 내용을 갖고 하는 경쟁이라면 후보 간 경쟁은 치열할수록 좋다. 지금 거론되는 대선 후보군의 수가 적지 않지만 다 그만그만해 보이는 이유는 그들이 보여주는 내용이 아직은 빈약하기 때문이다.

얼마 남지 않은 짧은 기간에 더 많은 성과를 내서 경영능력을 입증하기는 어려우므로 후보들 입장에서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지나치게 애쓰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신으로부터 특별히 부여받은 재능’이라는 본뜻처럼 카리스마는 타고난 것이라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감내하고 가는 수밖에 없다.

남은 것은 비전이다. 대선 후보들이 더 집중적으로 경쟁해야 할 부분은 대한민국이 나아가야할 길을 보여주는 비전을 가다듬는 일이다. 헌법, 선거제도, 관료제도, 금융시스템, 교육시스템, 복지시스템, 조세-재정구조, 공정거래 질서, 노동운동의 문화와 관행, 의료개혁, 군부개혁, 지배적인 철학, 가치, 비전을 망라한다. 물론 한국사회의 최대화두인 통일문제와 관련한 실현 방안과 향후 갈등 수습 안 역시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 보인다.

지도자를 잘 선택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그러나 선택할 지도자의 수준을 높이는 것도 국민의 몫이다. 국정감사 초기부터 파행을 일삼은 여야 정치권의 수준이 차기 대권을 향한 정략적 구도에 있음을 모르진 않지만 파행을 끝낸 오늘 이글을 써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셰인허 2016-10-13 12:48:52
선생님 말씀 감사합니다. 말씀대로 우리에겐 탁월한 지도자가 절실히 필요하고 제대로 선택을 해야합니다. 지도자의 수준은 국민의 수준을 반영한다고 합니다. 국민의 수준을 좀 더 올려야 겠습니다. 독서혁명이 이것을 가능하게 해주리라 확신합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