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한남희 기자] 한화 이글스 팬들의 야구장행은 올해도 늦여름에서 끝났다. 삼성이 ‘돈성’이라는 욕을 먹으면서까지 과거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우승을 놓지 않던 기억이 있다.
프로는 돈질(투자)과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렇지만 한화는 달랐다. FA와 외국인 선수 영입에 거액을 투입하는 등 지난해에 이어 10개 구단 중 연봉 총액 1위팀으로 출발했지만, 7위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시즌 초 한화를 우승후보로 꼽는 이도 있었다. 그렇지만 7위나 8위가 한계라는 예상도 야구계 안에서는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시즌을 마친 한화 김성근 감독은 “15승정도 거둘 수 있는 외국인 투수 2명만 들어와도 싸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즌 중이던 지난 5월 허리 수술을 이유로 보름동안이나 자리를 비웠다 돌아온 김 감독은 “선수가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결국 김 감독이 보기에 올 시즌 성적 부진의 원인은 오롯이 선수에게 있다.
외국인 투수 2명이 15승 이상을 거둔 사례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올해 두산이 최초고, 13승 이상은 2009·2012년 KIA, 2013년 롯데 등 네 차례 뿐이다.
투수놀음이라는 야구에서 올 시즌 한화 외국인 투수가 거둔 승수는 모두 합해야 14승에 불과하다. 김 감독의 선수 탓 하소연이 일면 이해도 간다. 하지만 한화에 오기 전까지 여러 인터뷰와 자서전을 통해 “감독은 선구가 없다고 불평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던 사람이 김 감독이라는 점에서 팬들은 어지러울 뿐이다.
또 그 외국인 투수를 누가 뽑았고 누가 관리했는지는 누구보다 김 감독 자신이 잘 알고 있다.
야구계에 따르면 김 감독은 지난해 로저스를 영입하면서 일본인 코치를 스카우터에 붙여 한 달 동안 관찰하게 했다. 올해 들여온 마에스트리는 김 감독이 일본 인맥으로부터 추천받은 선수라고 한다.
김 감독은 시즌 중반 이후 선수의 손바닥을 부딪혀주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지만, 실제로 그의 ‘1인자 야구’는 한 치의 변함도 없었던 것이다.
2년 전 김 감독을 비판하는 기사에는 여지없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기레기(기자 쓰레기)’라며 그를 옹호하던 팬들도 사라진 지 오래다.
지난 시즌 김 감독의 팀 운영에 실망한 팬들은 이미 올 시즌 중반부터 그의 퇴진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시즌 마지막 경기가 열린 당일에는 홈 경기장에 50여명이 몰려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김 감독과 한화에 대한 불만은 비단 성적이 아니다. 많은 팬들이 그가 부임하기 전부터 김성근식 운영방식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했고, 지난 2년 동안 그것은 현실이 됐다.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것이 아닌 현대 야구와 맞지 않는다는 심야 특타·특투는 시즌 내내 계속됐다. 몇몇 주전급 선수들이 불만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벌투와 혹사도 이젠 논란이 아닌 누군가는 책임져야 할 실제가 됐다. 심각한 문제는 김 감독 체제로는 한화의 내년이 더 암울하다는 것이다. 주전급 선수들 상당수가 수술대에 오르거나 심각한 부상으로 내년 초 즉시 전력감 투입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야구계에서는 올 시즌 반환점을 돌 때 이미 김 감독 경질설이 돌았다. 모 기업인 한화그룹 안에서도 이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했지만, 결국 고위층에서 김 감독을 감싸고 돌아 시기를 놓쳤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김 감독의 계약기간은 3년으로 1년이 더 남았지만, 그가 자진사퇴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실패에 대한 인정은 빠를수록 좋다. 김응룡 감독에 이은 김성근 감독의 실패는 한화에게는 경험과 약이 될 수 있다. 구단은 그룹의 눈치를 보지 말고 지난 2년간의 김성근호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표를 작성해 올려야 한다.
돈은 돈대로 쓰고 욕은 욕대로 먹은 한화가 이젠 결딴내야 할 때다. 구시대적 팀 운영이 한화에 어떤 결과를 낳는지에 대한 무모한 실험은 가혹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실험은 2년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