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창업 동기가 정시 출·퇴근인 사회
[취재수첩] 창업 동기가 정시 출·퇴근인 사회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6.10.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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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기자

[굿모닝충청 이정민 기자] 지난해 일본 대형 광고회사의 한 신입 여직원이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남긴 글은 안타까움을 넘어서 분노를 일으키게 된다.

‘오전 4시인데 몸이 떨린다. 죽어야지 더는 무리다’, ‘하루에 2시간만 잘 수 있다. 죽는 쪽이 행복할 것 같다’.
해도 해도 끝나지 않은 일에 그녀는 얼마나 좌절했을까.

이번 사건은 일본 열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일본 정부는 일하는 방식의 개선을 약속하는 등 강도 높은 개혁을 예고했다.

격무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만연한 일이다.

최근 기자는 한 게임 기업 대표와 인터뷰를 하며, 창업 동기를 물었다. 당연히 “최고가 되고 싶어서”, “우리 사회의 발전이 되고 싶어서” 등 예상 가능한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대표의 대답은 의외였다.

“아침 9시 출근해서 오후 6시에 퇴근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냥 정시에 출퇴근하는 회사를 만드는 게 제 꿈입니다”

그의 얘기를 더 자세히 들어봤다. 해당 기업은 몇 년 전만 해도 용역을 맡아 물리엔진 등을 개발하는 회사였다. 근데 그 일이 너무 고달팠다고. 당시 오후 5시쯤 되면, 용역을 준 업체로부터 ‘공포’의 전화가 온다.

“내일 오전까지 볼 수 있게 해주세요”

이러면 상황은 두 가지로 정리된다고 한다. 한 시간 동안 전 직원들이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해 일을 끝내고 정시에 퇴근하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밤새도록 작업에 들어가고, 그 다음날 오전은 반쯤 시체가 되는 것.

전자의 경우, 실현된 가능성이 전혀 없기에 대부분 후자의 상황에 놓여진다. 덧붙여 저녁 식비와 밤새 전기세가 직원들의 월급보다 더 많이 나오는 등 웃지 못하는 상황이 나오곤 했다.
결국, 이런 생활에 질려 그 대표는 외주 업체가 아닌 자체 개발 기업을 만들었다.

이 같은 모습은 많은 직장인들이 처한 현실이기도 하다.
잡코리아가 올해 중순 남녀직장인 1227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야근 실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직장인들은 일주일의 절반 정도인 주 2.3회 야근을 한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학생과 직장인들은 좋은 직장의 조건에 대해 근무시간 보장을 1위로 꼽았다는 잡코리아의 설문조사도 있다.

이럼에도 일부 사람들은 “우리 때는 다 그렇게 일했다”, “책임감을 가져라” 등 격무를 합리화시키려고 한다. 어떤 조직에선 이 같은 문제로 갈등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일본 광고회사 여직원이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한 것처럼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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