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듣고 보는 새벽기행, 대전스토리투어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듣고 보는 새벽기행, 대전스토리투어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의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43)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6.10.28 05: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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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그냥 투어가 아니라 스토리투어
지난 토요일 새벽 5시30분,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옛충남도청사 앞 마당에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들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부터 중년의 아저씨 아줌마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버스에 올라탔다. 권선택 대전시장도 동행했다.

이른 새벽에 이십 여 명의 사람들이 모인 것은 잠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서다. 이름하여 “대전스토리투어”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스토리라는 수식이 붙은 것은 그들이 가는 곳에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는 브라이언 보이드는 이야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야기가 반드시 언어여야 할 필요는 없다. 이야기는 마임, 스틸사진, 그림자 인형극, 무성영화 같은 양식들을 취할수도 있다. 언어에 국한되지 않아도 되므로 이야기는 흔히 공연을 통해서 영향력을 얻는다. 또한 춤 연극 오페라 영화에서 음악이 나타내는 감정적 강조도 있고, 무대조명, 희극, 영화에서의 시각적 초점도 있다. 그러나 이야기를 더욱 정확하고 효과적이고 탄력있게 만드는 것은 물론 언어다(중략) 자기 자신에게 줄곧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성가신 일이다. 그런데 왜 남들에게는 이야기를 해야하는 것일까 스스로의 노력으로 수집할 수 있는 것 보다 많은 정보를 공유한다면 사회생활에서 유리한 위치에 오를 수 있다. 동물은 타자들에게 가까이 있을수록 수동적 관찰로부터 많은 것을 얻는다. 그런 집단의 이점은 적극적 협력의 여러 가지 형태를 낳는다” (브라이언 보이드, ‘이야기의 근원’, 휴머니스트, 229-230 페이지 중에서 )

이야기는 다양한 장르를 통해 구현된다는 점에서 여행도 이야기 구성을 갖게 하는 데 충분하다. 그런 점에서 스토리 투어는 보고 들으면서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상상의 날개를 펼 수 있는 여행이기도 하다.

대전시가 운영중인 스토리투어는 지난 해와 올해 <스토리기획단>이 대전에서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 고민하면서 만든 프로그램이다. <스토리기획단>은 대전의 원도심을 비롯해 대전의 다양한 볼거리를 코스로 만들면서 원천스토리의 이야기성에 주목을 했다. 같은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보는 시각에 따라 그 모습이 달리 보인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공간이기는 해도 그곳에 스토리를 입히면 다양한 표정을 담아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스토리투어를 따라서
시가 운영하고 있는 코스는 ①근현대 역사투어 ②원도심 휴먼스토리투어 ③새벽 힐링투어(보문산) ④새벽 힐링투어(대청호) ⑤새벽 힐링투어(갑천상류) 등 3개 유형 5개코스이다. 지난 9월부터 시작해 오는 11월 20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현재는 매주 금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코스별로 새벽, 오전, 오후시간대로 구분하여 실시되고 있다.

대전에 숨어 있는 스토리를 알고 싶어 하는 분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참가비는 1천원이며 사전 예약을 통해 가능하다.

특히 가사일과 자녀양육으로 지친 주부와 여성들이 친구들과 함께 참여하여 감성을 되살리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했는데, 비교적 그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 평가다. 세부적인 코스를 살펴보면 이렇다.

1코스 (근현대 역사투어)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시기 대전의 아픈 역사를 잊지 말고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투어(3시간, 버스) 옛 충남도청사 →근현대사전시관 →옛 대전형무소 망루 및 우물 →옛 충남도지사 공관 →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현장 →옛 충남도청사.

2코스(원도심 휴먼스토리투어) 대전의 상징인 대전역을 시작으로 원도심을 지켜온 장인들의 삶을 만나보는 투어(3시간, 도보) 대전역 →중앙철도시장 →대전천과 목척교 →으능정이거리 →성심당 →대흥동성당.

3코스(보문산 새벽 힐링투어) 원도심에서 가까운 보문산이 간직한 역사와 문화, 행복숲길을
걸으며 추억을 떠올리는 힐링투어(3시간, 버스) 옛 충남도청사 →한절골 느티나무 →옛보문산 케이블카 →UN탑 →을유해방기념비 →보문산 대전조망 →보문산 행복숲길 →옛 충남도청사.

4코스(대청호 새벽 힐링투어) 대전의 미소로 알려진 비룡동 줄골 돌장승과 다도해 같은 대
청호 비경을 담은 힐링투어(3시간, 버스) 옛 충남도청사 →비룡동 줄골장승 →연꽃마을 →대청호오백리길(4구간 수변길) →황새바위 →대청호 조망대 →옛 충남도청사

5코스(갑천상류 새벽 힐링투어) 갑천상류의 자연환경과 영화클래식의 반딧불 촬영지 등
마을이야기가 있는 감성 힐링투어(3시간, 버스)옛 충남도청사 →봉곡동 야실마을 →평촌동 증촌느티나무 →오제왜개연꽃군락지 →영화 클래식 촬영지 →원정동 세편이 느티나무 →옛충남도청사.

이상의 코스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는 다양한 할인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대전 원도심의 대표음식인 칼국수와 수욱을 먹을 때  할인서비스도 제공한다.

또한 원도심에 있는 소극장의 각종 연극을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는 혜택도 주고 있다.

대청호 새벽 힐링투어
지난 토요일 새벽에 출발한 이들의 첫 도착지는 추동 자연생태공원이다. 어둠이 채 가시기 전이라서 풍경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지 않았지만 서늘한 새벽공기는 가을의 기운을 전해주기에 충분했다.

연꽃마을에서 대청호를 바라보는 전망대까지, 호반길을 걷는 느낌은 한마디로 힐링 그 자체였다. 피곤한 일상과 스트레스를 잠시 잊어버리고 나무와 새와 호반의 잔잔한 물결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흔히 자연에서 배운다는 말을 자주 한다. 자연은 늘 그 자리에서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때가 되면 잎이 돋고 푸르러지고 또 낙엽이 지면서 나무와 숲의 생애는 오묘한 질서를 보여준다.

그 속을 걷는 사람들은 무언의 질서를 몸으로 느끼며 경쟁과 축적의 세계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황새바위 조망대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는 일행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넓은 대청호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이십분 남짓 커피향을 바람에 날리던 그들은 대청호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적어도 복잡한 조직사회와 갈등의 심리에서는 비껴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경험이 축적되면 될수록 마음은 평상심을 찾게 되고 여유를 갖게 될 것이다.

전망대를 뒤로하고 찾은 연꽃마을과 비룡동 줄골 돌장승도 볼거리가 충분했다. 새벽의 자연을 찾은 것만으로도 계절의 중심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특히 길가에 서 있는 단아한 돌장승의 표정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법 하다. 비룡동 줄골 돌장승, 법동 석장승, 읍내동 뒷골 돌장승 등 대전에는 돌장승이 많다. 대전에 산성이 많다고 해 산성의 도시라고 부르는 것처럼, 돌장승의 도시로 부르는 이들도 있다.

장승은 예로부터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지킴이 역할을 해왔다. 박 씨 집성촌이었던 줄골에 장승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200여 년 전이라고 한다.

높이 154센티미터의 비룡동 줄골 여장승의 얼굴은 살포시 웃는 여인의 모습이다. 눈과 눈썹은 초승달처럼 가늘다. 장승을 만든 기법은 매우 단순하고 투박했지만 그 표정만큼은 순진무구의 여성성과 단아한 아름다움이 깊게 배어나온다.

대청호 새벽투어를 마무리 지은 것은 아침 8시 무렵, 자매가 중년의 여성 둘은 나직하게 이런 말을 나누었다. 그들의 말이 새벽스토리투어의 장점을 대신하는 것 같았다.

“언니. 대청호에서 마음의 샤워를 한 느낌이네”
“도심에선 가을을 눈으로 느꼈다면 여기에선 가슴으로 느낀 것 같아”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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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욱 2018-09-18 13:20:21
대전 원도심의 대표음식인 칼국수와 수욱 이라니요. 오타 수정 부탁드립니다. 수욱을 먹는다니... 섬뜩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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