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경쟁’ 해소가 교육개혁의 시작
‘과잉경쟁’ 해소가 교육개혁의 시작
<시사프리즘> 서창원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 서창원
  • 승인 2013.02.13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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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창원 교수
한국이나 대만 등은 ‘아시아의 4마리 용’이라고 불릴 정도로 전후에 성공한 경제발전국가 되었고, 이러한 성공적 발전 혹은 개발을 가능케 한 대표적인 요인으로 높은 교육열에서 결과한 ‘양질의 풍부한 노동력’이 꼽혀왔다.

교양·교육·문(文)을 중시하는 유교문화적 배경 하에서 개별 가정들이 자발적으로 스스로의 자원을 총동원하여 자녀교육에 열중하고, 그 결과 산업화과정에서 요구되는 양질의 풍부한 노동력이 존재하였고, 이것이 성공적 발전의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것이다.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일단 ‘경쟁’이라는 것이 인간사회에서 갖는 고유한 ‘합리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해 볼 수도 있다.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해서건 높은 보상을 받기 위해서건 사람들은 경쟁을 하고, 경쟁의 결과에 따라 상이한 보상을 받는다. 모든 사회는 이런 유의 동기부여기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교육을 둘러싼 경쟁이 이제 ‘과잉경쟁’이 되어서 경쟁이 갖는 고유한 합리성을 파괴하면서, 사회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각종 사회병리현상을 초래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중고등학교 교육경쟁을 보자. 성적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이제 ‘신체적 파괴’까지 일삼으면서 경쟁하는 상태까지 가고 있다(신체가 버틸 수 있는 최고 수준으로 ‘잠’을 절약하면서 경쟁한다). 사교육이 공교육을 대체하는 현재의 왜곡현상은 과잉경쟁으로 인한 비합리성 그 자체를 웅변해준다.

현재와 같은 치열한 교육경쟁 아래서, 중고등학생들이 여러 가지 동아리 활동도 하고 풍부한 토
론도 하고, 체육활동도 하고 다양한 사회참여활동도 하면서 스스로 상상력과 소양을 키울 기회는 없다. 이러한 경쟁의 압박 이 자살, 교실붕괴, 학교폭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과잉경쟁현상은 대학교육도 왜곡하고 있다. 많은 대학생들이 공무원 시험 준비에 바쁘고 토플 등 영어시험에 목매달고 의사, 교사 등 안정적인 자격증 따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지구화시대에 주요한 경쟁력의 원천이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력이라고 할 때 과연 현재와 같은 시스템을 가지고 10년 혹은 20년 후에 기업에 필요한 창의적 인력들을 확보할 수 있을까 의문시 된다.

바로 이 점에서, 교육경쟁의 합리성 자체를 말살하면서 한국의 교육제도를 부단히 ‘비합리성의 극치’로까지 왜곡시키는 ‘과잉경쟁 구조’ 자체에 대해서 메스를 대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핵심에 비합리적인 학벌질서가 있다. 현재의 학벌질서에서 수천만 원을 사교육에 투자해서 이른바 스카이(SKY)대학에 가게 되면, 그것은 한 경쟁참여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남는 장사이고 ‘투자가치’가 있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미친 과잉경쟁은 ‘미친 사회구조’에서 말미암는 ‘합리적 경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도, 이른바 스카이(SKY)대학 입학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합리적 보상의 차원을 넘어서서 전생애를 관통하는 사회적 특권이자 자격증이 되고 패자에게는 영원한 멍에가 되는 이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 지점에 학벌질서 철폐의 과제가 놓여 있다.

이런 점에서 과잉경쟁을 더욱 촉진하는 전략에 매몰되기 보다는 오히려 이 과잉경쟁의 합리적 재조정을 위해, 보수-진보의 경계를 넘어 현재의 학벌질서의 합리적 개편을 위해 국공립대 통합, 대학입시제도의 개혁(수능 자격고사화) 등 다양한 제도적 방안까지도 진지하게 검토하고 획기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국민적 공론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중고등학생들이 경쟁의 압박에 못이겨 자살하고, 여성들이 이 미친 경쟁의 중압 때문에 출산을 기피하는 ‘사회의 위기’ 현상은 우리로 하여금 그런 진지한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만큼 학벌체제와 대학서열화를 혁신하고자 하는 대학체제 개편은 국민적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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