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 김용화 作
산다는 것은
목을 내놓는 일이다
목을 씻고 하늘을
우러르는 일이다
저녁에 돌아오면
목을 만져 보는 일이다
어느 절에 큰 스님이 제자 둘을 앞에 두고 말했습니다. “이 칼을 잘 갈아 오는 사람을 상좌스님으로 삼겠다”고 하며 칼 한 자루 씩을 주었습니다. 두 제자는 약속한 날 까지 칼을 갈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그날이 다가와 두 제자들은 스승이 맡겼던 칼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한 제자의 칼은 너무나 열심히 갈아 떨어지는 나무 잎도 쓱삭 벨 정도로 날카롭고 윤기가 났습니다.
그런데 한 제자의 칼은 스승이 줄 때 보다 더 무뎌져 있었습니다. 아예 날이 없었습니다. 스승은 칼날이 무뎌진 제자를 상좌스님으로 삼았습니다. 그 제자는 칼을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누군가에 상처를 줄 수 있었기에 오히려 날이 없도록 했던 것입니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칼들은 어떻습니까? 어떤 누구라도 베어버릴 듯 반짝거리고 있는지요? 누군가를 그렇게 상처내야 할 만큼 원한에 사로잡혀 있는지요? 아니면 번쩍거리는 칼날을 휘젓고 카리스마적 리더가 꼭 되어야만 후련한 건지요? 한 발자국만 물러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일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정권이 바뀌는 세월이라 자고나면 지는 사람들보다 뜨는 사람들의 하마평이 오르내립니다. 진작 몸가짐을 잘 가꾸어 놨더라면, 국민들의 안주거리가 되지 않을 터인데, 여기서 도 소곤소곤, 저기서도 소곤소곤, 저러고도 그 자리에 앉을 욕심이 생길까 하고 손가락질해도 벌써 철면피가 되어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당사자는 지금 속으로 얼마나 한 맺힌 칼을 갈고 있을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