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리즘] 그때 제대로 수사했더라면...
[시사프리즘] 그때 제대로 수사했더라면...
  • 황운하
  • 승인 2016.11.0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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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운하 경찰대 교수부장.

[굿모닝충청 황운하 경찰대 교수부장] 2014년 11월28일, 세계일보는 정윤회라는 사람이 속칭 문고리 3인방이라는 창구를 활용해서 정기적으로 국정에 개입하는 비선실세라는 취지의 기사를 냈다. 이에 청와대는 불가능한 일이라 반박했고, 문고리 3인방 역시 기사 내용을 부정하며 세계일보를 고소했다. 그러나 세계일보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보고문건에 바탕을 둔 사실보도라는 재반박을 하였고,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2014년 12월 13일에는 문건 유출혐의로 수사를 받던 최 모 경위가 의문의 자살을 결행하였고 “경찰은 힘없는 조직이다.”라는 유서를 남겨 파문이 일었다. 말단 경찰만을 희생양 삼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형성되기도 하였다.

검찰은 한 달 여 동안 수사를 진행한 뒤, 문건의 내용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이 사설정보지 수준의 정보를 짜깁기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두 사람에게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당시 검찰은 문건내용의 진위 파악과 관련될 수 있는 정윤회 씨와 문고리 3인방 등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하지 않았고, 문건 작성과 관련될 수 있는 조응천 전 비서관과 박관천 전 경정 등에 대해서는 사무실과 자택을 모두 압수수색했다. 이른 바 비선실세들의 국정개입 여부를 철저히 수사하기 보다는 문건 유츨에만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당시 ‘사설정보지 수준의 정보를 짜깁기한 것’이라던 문건의 내용은 최근 언론보도 등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최순실 의혹’과 상황이 매우 흡사하다. 당시에 문건의 진위 여부에 대해 보다 철저한 수사가 진행되었더라면 지금의 ‘최순실 씨 국정농단 의혹’이 이렇게까지 심각해지는 것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대해 지난 7월 말경부터 최순실 씨가 실 소유주라고 알려진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재단 등에 대해 집중 보도해 온 모 언론사의 사회부장은 인터뷰를 통해 “2014년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때 검찰이 최 씨를 빼고 수사했기 때문에 지금의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것이고, 당시 검찰이 적당히 덮었기 때문에 더 큰 문제가 돼 정권에 치명타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직무유기를 지적한 것이다.

한편, 검찰이 최순실 씨 의혹과 관련해 미르와 K스포츠재단, 전경련, 최 씨와 차은택 씨 집 등을 압수수색한 시점은 언론이 두 재단 관련 문제를 처음 보도한지 세 달, 시민단체가 고발한 지 한 달 만이다. 이 사이에 주요 수사대상자들은 해외로 잠적했고, 핵심 증거들은 인멸되었을 것이다. 검찰의 때늦은 압수수색에 대해 증거를 확보하기 위함이 아니라 혹시라도 최 씨 등이 미처 치우지 못하고 남은 것들을 확실하게 폐기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조롱이 있었다.

이같이 검찰이 본연의 직무를 저버리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은 미증유의 혼란과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검찰이 범죄와 다를 바 없는 직무유기를 두려움 없이 범할 수 있는 이유는 검찰의 수사권 독점 탓이다. 검찰 이외에는 독립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이 없으니 검찰만 직무를 유기하면 사건은 파묻힐 수 있고, 그런 검찰의 잘못을 아무도 밝혀낼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직무유기를 해서라도 인사권을 행사하는 쪽에 잘 보일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승승장구할 수 있음을 이미 학습해 온 터이니, 입으로만 철저수사를 외칠 뿐 속마음은 승진시켜주고 좋은 보직만 준다면 직무유기든 뭐든 시키는 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검찰을 언제까지 국민 세금으로 유지해야 하는가. 더구나 검찰조직은 어설픈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검찰총장을 제외하고도 차관급 공무원만 49명을 보유하고 있고 초임검사도 턱없이 높은 직급으로 대우받으려 하다 보니 혈세낭비도 적지 않다. 퇴직 후에는 전관예우 받으며 사법정의를 훼손한 대가로 막대한 부를 얻으려 한다. 이쯤 되면 기존 검찰은 해체 후 임무와 역할을 전면적으로 리모델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때마침 ‘최순실 의혹’에 대해 여야가 한목소리로 특검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번 특검은 그때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직무를 유기했던 정황에 대해서도 철저히 규명하여야 한다. 검찰이 오로지 인사권자의 심기를 살피다보니 직무유기를 했고 그래서 지금의 국가적 위기상황을 가져왔다면 관련자들에게 상응한 책임을 물어 마땅히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그것은 이미 자정능력을 상실한 검찰을 외부로부터 개혁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세간의 의혹대로 ‘그때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던 이유’가 사실상 검사들의 인사권을 좌지우지한다는 민정수석이 검찰위에 군림하고 검찰 수사를 컨트롤했기 때문이라면 이런 민정수석제도는 없느니만 못할 것이다. 대통령의 리더십 기반을 오히려 약화시키는 민정수석이라면 존재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민정수석실은 제왕적 대통령 권력의 절반 이상이 여기에서 나온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무소불위의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아는 선진민주국가 어디에도 우리의 민정수석실 같은 조직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민정수석실의 존립여부에 대해 원점에서 검토해 보아야 한다.

민정수석실이 존재해야 한다손 치더라도 지금처럼 전·현직 검찰의 배치가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따지고 보면 고위직 인사검증, 공직기강, 민심동향의 가감 없는 전달에 검찰출신은 오히려 부적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금의 위기상황은 민정수석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검찰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데 기인하는 바 크다 할 것이다. 검찰출신 민정수석을 통해 검찰을 장악하고 검찰에 의존해 정권의 통치기반을 강화하려 한다는 ‘검찰정치’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우리의 민주공화국이 검찰공화국이라 불리며 우리의 민주주의의 품격은 저하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른 바 ‘검찰정치’는 오히려 통치기반의 약화를 초래했고 검찰공화국의 민낯을 드러내어 검찰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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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내 2017-03-27 11:47:37
경찰은 당시에 뭐 했나요? 그때 최경위를 외면했잖아요. 게다가 최경위 유족들의 주장에 의하면 당시 수뇌부 인사들이 유서내용을 숨기려고 했다는데 이제 와서 이런 주장을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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