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국제 철도박람회 참관기-2] 테제베(TGV)와 유럽의 교통문화
[임영호의 국제 철도박람회 참관기-2] 테제베(TGV)와 유럽의 교통문화
  • 임영호 코레일 상임감사
  • 승인 2016.11.02 16: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노트랜스(Innotrans)’는 지난 1996년 독일에서 처음 개최된 이래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철도박람회다. 올해 박람회는 9월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 동안 2940개 업체와 13만 여 철도전문가들이 참가했다. 코레일도 이번 ‘이노트랜스 2016’을 통해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된 강체전차선, 차축베어링 등 철도 핵심부품을 국제 철도시장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그 현장을 임영호 코레일 상임감사가 다녀왔다.

 

테제베(TGV)는 낭트를 향해 10시 4분 출발했다. 안내방송은 오직 불어뿐이다. 참 불친절한 나라다. 싱가포르 전 수상 리콴유가 ‘프랑스는 너무나 자존심이 강해서 국력 신장에 문제가 있다’는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이웃사촌 독일이 괴테의 《파우스트》 같은 문학작품이나 칸트, 니체와 같은 철학자가 없었으면 얼마나 무시당했을까?

TGV열차는 우리의 KTX이다. KTX는 바로 이 TGV를 도입한 것이다. 비상구 옆에 자리 잡았다. KTX 특실처럼 한 줄에 3석이었다. 서로 말할 수 있도록 유리로 차단되었다. 비상구엔 비상시 행동요령이 픽토그램화 되어 프랑스말을 이해 못하는 외국인도 충분히 비상시 유리창을 깰 수 있는 행동을 할 수 있게 했다.

창밖은 거의 들판이다. 이 넓은 땅을 누가 경작 하나. 사람 하나 구경 할 수 없었다. 프랑스가 농업국가처럼 보였다. 지난해에도 파리에서 농업박람회를 개최했다.

TGV의 승차감은 좋았다. 쭉 직선화된 고속선이 부러웠다. 우리나라의 고속 선은 거의 교각이나 터널이다. 전 국토의 75%가 산이라 현실적으로 고속열차 운행하기가 어려운 여건이다. 남서쪽으로 2시간 달렸다. 한두 군데 역을 지나 낭트 역에 도착했다.

30만 정도 되는 중소도시이다. 18세기에는 항구도시였고, 19세기에는 최첨단 공업도시였지만, 지금은 4만정도의 대학생들이 거주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도시이다. 우리는 점심을 먹기 위하여 2km 정도를 걸어 시내중심가로 갔다.

낭만적으로 보이는 트램과 두 대로 연결한 버스들이 저 멀리 구름을 배경으로 지나가고, 등가방을 멘 젊은이들이 자전거로 힘차게 달리고 있었다. 검은색 지붕과 파스텔 톤의 벽으로 된 집들이 사이좋게 늘어져 있고, 중세시대의 커다란 성들이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성벽 바로 밑 좁고 긴 작은 호수에는 오리들과 거위가 한가롭게 헤엄치고 주인과 함께 나온 애완견들이 이리저리 뛰고 놀면서 정오의 따스한 햇볕을 한껏 즐긴다.

낭트시는 처음 찾는 관광객들을 위하여 길바닥에 파란 줄을 그어놓았다. 그 줄을 따라가면 중요한 볼거리를 만날 수 있다.

우리가 찾아간 식당은 세계 최고권위의 레스토랑 평가 잡지 미슐랭(Michelin)가이드에서 별 2개로 평가한 그 지역에서는 꽤 유명한 식당이었다. 안에는 이미 손님으로 만석이고, 문밖의 거리의 의자에도 손님들이 하나씩 하나씩 채워져 가고 있었다. 음식 값이 비싸지 않았다. 점심 특선은 15유로였다. 오리 고기와 연어 샐러드, 치즈 디저트가 나왔다.

매미식당으로 불리는 이 식당은 날렵한 포도주병 겉표지에도 매미를 형상화하여 그려 넣었다. 왜, 이주인은 매미를 식당의 상징물로 했을까? 매미는 세상에 나오기까지 땅속에서 7년이나 기다린다. 아! 늦은 여름 맹렬히 울어대는 어릴 적 고향매미가 여기에 있구나! 매미에게 한나절은 너무나 소중하다.

유럽은 광장문화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인다. 중심가에는 어김없이 광장이 있다. 광장은 그 도시만의 독특한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이 식당도 광장 모퉁이에 있다. 시민들이 길을 걸을 수 있게 이것저것 배려한 흔적이 있었다. 

승용차는 일방통행으로 통과하는 통로로만 사용한다. 걷는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그 찻길에 쇠말뚝을 박아 놨다. 버스는 자유롭게 접근했다. 버스가 접근하면 쇠말뚝에 센스가 부착되어서 쇠말뚝이 자연스럽게 땅 아래로 내려가 버스가 지나갈 수 있게 했다.

이 도시에는 아름다운 성당이 있다. 성 피에르 대성당이다. 고딕양식으로, 짓는 데만 400년이 걸렸다고 한다. 낭트 시는 종교적으로 기념비적인 사건이 있다. 낭트칙령(Edict of Nantes)이다. 1598년 프랑스 왕 앙리 4세가 칼뱅주의 개신교파인 위그노에게 종교의 자유를 준 것이다. 이전에는 가톨릭 이외에는 이단으로 믿음이 금지되었다. 그 후 절대군주 루이 14세 때 이 낭트칙령을 폐지시켜 많은 프랑스 신 교인들이 이웃 나라로 망명하였다. 프랑스로써는 엄청난 손실이었다.

종교란 무엇이고 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일까? 낭트 역으로 트램을 타고 오면서 내내 그 생각뿐이었다. 파스칼(1623~1662)이 말했듯이 인간은 자연 가운데 가장 약한 존재이다. 또한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인간이 다음 세상까지도 욕심이 있기에 신을 섬기려고 한 것 일까? 마음의 혁명가 예수는 천국을 제시함으로써 속세의 가치체계를 흔들었다.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다고 했으니, 예수는 짐승 같은 인간의 욕심을 그나마 잠재운 분이다.

낭트 역에서 다시 TGV 2층 열차를 탔다. 이 열차 제작사는 프랑스의 알스톰사이다. 운영회사는 프랑스 국영철도회사 SNCF이다. 이 열차는 저가형 열차이다. 이름이 위고(Oui Go)이다. 일반 고속열차의 반값이다. 속도는 일반 고속열차와 같고, 일반 고속열차보다 40% 더 손님을 태울 수 있다. 1층은 화장실과 출입구, 일부 승객을 태운다. 특실이나 식당 칸은 없다. 승무원의 서비스도 최소한으로 한다.

이 열차는 자주 운행되지 않는다. 하루에 한번 꼴이다. 주로 학생들이 이용하고, 승차권은 인터넷으로만 취급한다. 여행용 가방을 들거나 충전을 해도 돈을 받는다. 

최종 역은 파리교외에 있는 매시역이다. 파리 시내 역을 사용하면 비싼 사용료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운행한지 4년이 되었다. 우리도 도입을 검토할 만하다. 국내에서는 이 열차를 제작하기 어렵다고 한다. 시속 300km 높은 속도로 가려면 2층의 무게를 가볍게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