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듣도 보도 못한 정치, 새로운 판이 필요하다
[목요세평] 듣도 보도 못한 정치, 새로운 판이 필요하다
  • 김종남
  • 승인 2016.11.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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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남 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굿모닝충청 김종남 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상상이상이다. 공권력의 사유화가 자심해진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썩어 문드러질 줄은 몰랐다. 대통령 직분을 수행할 이의 원초적 한계를 민주주의가 구축해 놓은 시스템이 최소한은 받쳐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믿음의 근거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으며 다만 국민의 선택을 부정할 수 없기에 믿고 싶었던 비겁함이었다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중이다.

분노와 허탈, 심한 자괴감으로 국민들은 어쩔 줄을 모른다. 선무당에 의한 청와대의 꼭두각시놀음이 마지막 남은 국민적 자존감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불가한 대통령의 정치 뒤 순실의 정치가 드러나던 날, 광화문이라며 전화가 왔다. 순실의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시위대,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는 시위대에 막혀 귀가길이 막힌 서울의 지인은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선택해 미안하다며 대전의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참담하다고 했다. 그는 오십대 중반의 여당지지자였다. 가슴 뭉클한 진심고백이 이어지면서 대통령의 지지율은 매일 최저치를 경신하는 중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18대 대통령이 누구였더라?

비밀의 문 뒤에서 문화체육행정은 아예 절단이 났다. 담장 높은 청와대는 부동산개발업자와 광고제작감독, 펜싱선수 출신의 남성에 둘러싸인 한 여성이 무시로 드나들 수 있는 여염집이었다. 정부부처 인사는 물론이고 경제·외교·안보·국방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현안들이 비선에서 결정된 것이 드러난 순간 ‘순수한 마음’으로 그 모든 것을 행해왔던 순실과 그 동체가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섀도캐비넷이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는 비선 결정조직들이 조각처럼 움직인 정황들을 공개하는 청와대발 퍼포먼스가 시작됨과 동시에 또 다른 실세의 그림자가 너울거린다. 무딘 칼을 든 검찰의 품 안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입을 맞춘 내부자들이 속속 모여든다. 비선실세나 보좌하던 청와대는 사실상 직무가 정지되었고, 사색이던 새누리당은 거국중립내각과 야당 총리 카드를 높이 쳐들고 야권을 제압하는 중이다. 보일락말락한 손에 의한 기사회생 프로그램이 시작된 것이다.

위기 때마다 몸을 던지는 국민저항이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야당은 그래서 안타까움 그 자체이다.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중단, 국무위원 총사퇴와 거국중립내각을 먼저 꺼냈으니 새누리당의 제안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 그런데 거국중립내각구성 논의를 시작하는 순간 순실을 둘러싼 진실이 파묻힐 것이 걱정이다. 지리한 논의는 김종인의 말마따나 ‘헬렐레’총리 임명 선에서 마무리되고 복구된 청와대와 비선실세가 다시 국정을 농단하는 것을 배제할 수도 없다. 그래서 새누리의 정략에 정략으로 맞선다.

그러나 그것이 이기는 길일까? 국가시스템의 중요한 축으로서 국회와 야당이 이 모순을 극복할 근본적 처방을 시민사회와 함께 마련하고 정치적으로 관철시키고자 끈질기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는 것일까? 오물구덩이에 새집이 지어지겠냐고 요리조리 피하는 사이 문제의 진원이자 국정농단 사태의 온전한 책임을 가진 새누리당과 정부는 정해진 각본에 따라 문책은 회피하고 또다시 제 살 길을 찾아낼 것이기에 야당의 태도는 다소 무기력해 보인다.
순실의 국정농단은 삼권분립원칙에도 불구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강력한 대통령, 중앙집권적 행정과 권력구조의 변화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 왔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게 만들었다. 사상 최대의 정치스캔들을 겪고도 근본적인 변화를 일궈내지 못한다면 우리 정치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시민의 직접참여에 의한 정부·의회의 구성과 통제 시스템을 갖춘 ‘듣도 보도 못한 정치’ 실험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신생의 풀뿌리정당인 해적당이 집권에 참여한다고 한다.

5년마다 반복되는 대통령의 사람들과 연관된 부정부패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국민의 삶과 유리된 정치를 끊어내는 국민에 의한 민주정치제도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박근혜표 ‘듣도 보도 못한 정치’의 전혀 새로운 판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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