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분원 설립을 추진 중인 충남대병원이 14일 서울대병원과 세종시에 기습공격을 당했다.
서울대병원이 이날 이사회를 열어 '세종시 응급의료센터 설치안'을 논의했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측은 이날 응급의료센터를 독자적으로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세종시 차원에서 설치하면 위탁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을 이사회에 보고하는 형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종시는 이날 "서울대병원이 이사회를 열어 '세종시 응급의료센터 설치'건을 통과시켰다"고 발표했다. 세종시에 따르면 서울대 세종응급의료센터는 첫마을인 한솔동 보건지소에 만들 계획이다.
사업비는 우선 세종시가 지난 1월 행정안전부로부터 교부받은 15억원의 특별교부금으로 충당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특별교부금은 세종시가 행안부에 시립병원을 설치하겠다며 요구한 것이다. 교부세 15억 원은 첫마을 보건소 자리를 리모델링하는데 쓰여지고, 각종 진료장비 역시 시가 시비로 구입해야 한다. 사실상 세종시립병원의 위탁운영으로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라고 부르기에는 부담이 있다.
이런 가운데 세종시 분원(세종충남대병원) 설치에 앞서 전초기지로 응급의료센터를 내달 개원하려 했던 충남대병원은 이날 적잖이 당황했다. 충남대병원은 오는 2016년까지 500병상 규모의 제2병원을 설립할 계획으로 올해 기재부에 예비 타당성 조사를 신청하려던 참이다.
충남대 관계자는 "서울대병원 이사회 내용을 확인한 결과 시립병원을 설치하면 서울대병원이 위탁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단순하게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내달 응급의료센터를 열고 향후 분원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고 그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역시 내달 개원을 목표로 현재 옛 행복도시건설청 건물을 리모델링 중이다.
한편,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설치는 이미 이달 초 결론이 났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4일 세종시 첫마을에 시립병원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시립병원을 세워 서울대병원에 위탁운영을 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세종시는 때를 같이 해 "5월까지 30병상 이상의 응급의료기관을 설립하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점만 보면 결국 서울대병원을 유치하겠다는 유한식 세종시장의 구상대로 진행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거점 국립대병원인 충남대병원의 반대에 서울대병원이 들어설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또 현행법상 한 지역에 두 개의 국립대병원이 입지하는 것이 불가능해 한 쪽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사실상 병원 분원의 선발대 격인 응급의료센터가 불과 몇 분 거리에 같이 문을 열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