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요하의 작은옹달샘] 박근혜는 분노의 바람을 피할 수 없다
[지요하의 작은옹달샘] 박근혜는 분노의 바람을 피할 수 없다
  • 지요하
  • 승인 2016.11.0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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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요하 소설가

[굿모닝충청 지요하 소설가]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첫 해이던 2013년 3월 <오마이뉴스> 지면에 <대통령님, 충고 좀 드리겠습니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또 그해 6월에는 <오마이뉴스>에 <박근혜 율리아나 자매님을 위해 기도합니다>라는 글을 썼다. 그 글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도 실렸는데, 천주교 원주교구 주보 <들빛>에 세 번에 걸쳐 게재되기도 했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성심여중 재학 시절에 천주교 세례를 받고 ‘율리아나’라는 세례명을 가지고 있지만, 성인이 된 후로는 전혀 신앙생활을 하지 않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청소년 시절에 세례를 받은 사람이 성장하면서 신앙과는 담을 쌓고 사는 경우를 주변에서도 많이 보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는 무속인에 가까운 최태민 목사와 관련하여 그 범속(凡俗)함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종교에 대한 성찰과 사유 능력이 박약함을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었다.

애초부터 정당성을 상실했던 권력

2013년 11월 23일 저녁 전주교구 군산시 수송동성당에서 봉헌된 정의구현사제단의 첫 번째 시국미사에서 박창신 원로사제가 강론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여 큰 파문을 일으켰다.

청소년 시절에 천주교 세례를 받았음에도 그녀가 깊이 있는 종교적·철학적 품성을 지니지 않았다는 것을 여러 가지 언행들에서 확인하면서 불안함 가운데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대권을 장악한 후로는 걱정 정도가 아니라 공포를 느끼게 됐고, 내 걱정과 공포가 현실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빌었다. 그 기원(祈願)의 내용들을 여기에서 다시 읊을 필요는 없지만, 나는 그래도 그녀가 천주교 세례명을 가지고 있는 사람임을 감안하여 종교적 성찰의 은총이 그에게 내리시기를 진심으로 빌었다.

그 후로도 나는 여러 번 박근혜라는 이름을 표적삼아 통렬한 글을 쓰곤 했다. 그에 따라 종북좌파니 빨갱이니 하는 나에 대한 지칭들은 더욱 심화됐다. 대통령 박근혜를 부정하고 비판하는 언설들이 어째서 종북세력의 근거가 되는지 나로서는 이해할 길이 없었다.

나는 대통령 박근혜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면서도 한 번도 그녀를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인정할 수 없는 이유들을 가슴속에 켜켜이 쌓아놓고 있기에 나는 그녀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슴 깊이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고, 진심으로 그녀와 우리나라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제18대 대선이 불법부정선거였음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 국정원의 댓글 공작뿐만 아니라, 선관위의 개표부정 혐의도 무시할 수 없었다. 어쩌면 국정원보다도 선관위가 더욱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것일 수도 있음을 명백히 인식했다.

그리하여 천주교 각 교구와 수도회가 돌아가면서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봉헌하는 ‘불법부정

선거 규탄 시국미사’에 빠짐없이 참례했다. 전주교구(군산시 수송동성당) 시국미사를 시작으로 대전교구(봉산동성당), 수원교구(화성시 기산성당), 마산교구(거제 고현성당), 수도회연합회(서강대 예수회센타), 광주교구(남동 5.18기념성당), 원주교구(우산동성당), 부산교구(대연성당), 인천교구(부평1동성당), 전주교구(전동성당), 의정부교구(주교좌성당) 시국미사에 먼 길을 달려가서 참례하곤 했다.

일개 평범한 소시민이요, 삼류 문사인 나로서는 불법부정선거로 대권을 장악한 박근혜 정권과 싸울 수 있는 방법이 시국미사에 참례하여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나의 유일한 투쟁 방법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무지와 아집이 권력의 토대였다

2013년 9월 23일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해체와 민주주의 회복을 갈망하는 대규모 시국미사가 열렸다.

나는 시국미사에 참례하여 불법부정선거를 규탄하면서도 박근혜 율리아나의 명운을 위해 뜨겁게 기도하곤 했다. 시국미사에서 하느님께로 향하는 그 모든 기원들, 정의와 평화와 진실을 갈망하는 그 외침들을 청와대의 박근혜 율리아나가 경청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빌었다. 우선은 귀를 열고 듣게 되기를, 그리하여 고뇌의 과정을 거쳐 ‘겸허의 문’에 도달하게 되기를 빌고 또 빌었다.

2013년까지 덕수궁 대한문에서 거행되었던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생명평화미사’,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광화문광장에서 매주 수요일 저녁에 봉헌된 ‘304명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추모미사’에도 빠짐없이 참례했다. 그리고 2015년 가을부터 시작된 매주 월요일 저녁 광화문광장의 ‘신유신독재 타파를 위한 시국미사’에도 적극적으로 참례하며 박근혜 정권의 회개와 대한민국의 안녕, 민족의 평화통일을 갈망하는 기도 등을 뜨겁게 바치곤 했다.

그러나 대통령 박근혜와 새누리당 사람들은 전혀 ‘민의’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호도와 거짓과 억압, 국민을 바보로 알고 개·돼지로 취급하는 언행들을 멈추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파괴와 후퇴가 일상화되었다. 대한민국은 ‘우리나라’, ‘국민의 나라’가 아닌 ‘여왕의 나라’, ‘박근혜의 나라’가 되어 갔다. ‘박근혜의 꿈’이 이루어지면서 우리나라는 40년 전 유신 시절로 되돌아갔다.

많은 국민들의 입에서 “이게 나라냐?”라는 말들이 회자되었다. 나라꼴이 개판이요 엉망이라는 지적들이 도처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박근혜와 새누리당 사람들은 전혀 아랑곳도 하지 않았다. 국민의 소리를 듣지도 않았고, 들어도 무시하고 타매했다. 그들은 ‘자업자득’이라는 말도, ‘사필귀정’이라는 말의 뜻도 전혀 모르는 맹문이 집단이었다.

지난달 31일 저녁 광화문광장에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제50차 시국기도회가 열렸다. 부산교구에서 미사 주례와 강론을 맡았다.

내가 믿는 하느님은 참으로 신비하고도 오묘한 방법으로 역사를 이루신다. ‘어둠의 세력’이 권력을 믿고 사익을 도모한 갖가지 의혹의 실마리와 대통령 박근혜를 마음껏 조종했던 다량의 증거들을 <한겨레>와 <JTBC>가 확보하도록 만들었다. 그 증거들이 만일 검찰이나 경찰의 손에 들어갔다면, 어둠의 세력의 발호는 변함없이 계속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오랫동안 싸워온 대상이 ‘무당’이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기도 하지만, 연설문과 국무회의 발언까지 무당에게서 코치를 받아야 했던 대통령 박근혜는 자신의 생각과 의지만으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듯하다. 그녀는 지금 가을 나무에 매달린 잎새와 같다. 잎새는 세찬 바람 앞에 노출되어 있다.

변화를 추동하고 견인하는 바람은 이미 불고 있다. 점점 거세지는 바람이다. 그 바람 앞에 노출된 11월의 나뭇잎은 떨어지게 되어 있다. 다만 어떻게 떨어지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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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 2016-12-12 08:23:58
잘하네 황교안 이젠 경제부총리 임명하라 국회는 빨리 임종룡청문회개시 임명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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