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리즘] ‘윤곤강 문학제’를 꿈꾸며
[시사프리즘] ‘윤곤강 문학제’를 꿈꾸며
  • 김현정 교수
  • 승인 2016.11.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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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교수 문학평론가, 세명대 교양과정부

[굿모닝충청 김현정 교수 문학평론가, 세명대 교양과정부] 지난 주 토요일, 충남 당진에 다녀왔다. 올해로 4회 째 맞이하는 ‘윤곤강 문학포럼’ 토론을 맡았기 때문이다. 당진의 문학동인회 ‘호수시문학회’는 2013년부터 매년 당진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윤곤강 문학포럼’을 주관해오고 있다. 제1회 ‘윤곤강 시인과 당진’을 시작으로 ‘윤곤강 문학의 민족문학적 성격’(제2회), ‘윤곤강 시의 영향 관계’(제3회), ‘윤곤강의 문학과 길의 의미’(제4회) 등 다양한 주제로 문학포럼을 주관해 왔다.

시 ‘나비’로 우리에게 익숙한, 윤곤강 시인(1911-1950)을 추모하고 그를 널리 알리기 위한 이 문학포럼은 윤곤강 시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지닌 고완수, 윤성의, 홍윤표 시인을 비롯하여 이인학, 심장섭, 박영양, 김미향, 윤영미, 황영애, 견윤숙, 국호정, 김순옥, 김월성, 박순자 시인 등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특히 고완수 시인은 윤곤강 문학포럼를 기획하고 윤곤강 묘소를 정비하는 등 윤곤강 시인에 관한 많은 일을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윤곤강 시인의 차녀 윤명순 여사와 동창이기도 한, 윤성의 시인은 윤곤강 시인이 당진에 거주했던 흔적을 찾아 정리하여 윤곤강 연구자들에게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해 필자가 당진에 관련된 글을 쓸 때에도 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렇듯 호수시문학회를 중심으로 한 그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점차 ‘윤곤강 문학포럼’이 정착되어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한국시문학사에서 윤곤강 시인이 차지하는 위상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인 1930년대에서 해방공간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은 6권의 시집을 발간하였다는 점, 제3시집 ‘동물시집’은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시집이라는 점, 1930년대 후반 시잡지의 뛰어난 기획자였다라는 점, 그의 ‘시와 진실’이 김기림의 ‘시론’에 이어 두 번째로 발간된 시론집라는 점 등에서 그의 높은 문학사적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문학사적 위상에 비해 지역에서 홀대받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고완수 시인이 처음 윤곤강 문학포럼을 준비할 때 당진 시민들이 ‘상록수’의 작가 심훈은 잘 알아도 윤곤강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는 것을 아쉬워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리하여 윤곤강 시인을 널리 알릴 방편으로 작은 현수막에 윤곤강의 주옥같은 시를 담아 당진 시민들이 자주 드나드는 남산에 게시했다가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심훈과 견주어 윤곤강의 위상이 결코 뒤지지 않음에도 이렇듯 시민들이 그를 잘 모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심훈이 ‘상록문화제’를 통해 지속적으로 널리 홍보된 반면, 윤곤강은 ‘문학제’와 같은, 그를 기리는 행사가 없었다는 점이 한몫했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문학회와 윤곤강 연구자 중심의 ‘윤곤강 문학포럼’에서 좀 더 확장하여 지역축제의 한 형식인 ‘윤곤강문학제’로 발전시켜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윤곤강은 서산에서 태어나 당진에 묻힌, 두 지역에서 특혜를 받은 시인이다. 서산과 당진 두 지역에서 윤곤강 시인을 추모하고 기리는 문학축제를 마련하는 것도 커다란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윤곤강의 시 ‘나비’를 소개해본다.

비바람 험살 궂게 거쳐 간 추녀 밑―
날개 찢어진 늙은 노랑나비가
맨드라미 대가리를 물고 가슴을 앓는다.

찢긴 나래에 맥이 풀려
그리운 꽃밭을 찾아갈 수 없는 슬픔에
물고 있는 맨드라미조차 소태맛이다.

자랑스러울손 화려한 춤 재주도
한 옛날의 꿈조각처럼 흐리어,
늙은 <무녀(舞女)>처럼 나비는 한숨진다.

                 
- ‘나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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