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리즘] 아직은 반듯하지 않는 시간제 일자리
[시사프리즘] 아직은 반듯하지 않는 시간제 일자리
  • 안수영
  • 승인 2016.11.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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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영 충청남도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

[굿모닝충청 안수영 충청남도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 집 앞 편의점을 갈 때면 종종 계산하는 직원이 때때로 다른 것을 보게 된다. 아침에는 아저씨가, 저녁에는 앳된 얼굴의 청년이, 주말 언제쯤은 아주머니가 계산을 해주시기도 한다. 파트타임 일자리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되었다.

같은 사업장에서 동일한 종류의 일을 하는 근로자의 소정 근로시간 보다 1시간이라도 짧으면 이를 시간제 일자리라고 한다. 통계적으로는 일주일에 36시간미만 일하는 근로자를 시간제 근로자로 셈한다. 현재 시간제 근로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임금근로자의 11.6%, 10명 중 1명은 시간제로 일한다. 규모로 따지면 223만 6천명, 이미 2백만 명을 넘어섰다. 더욱이 비정규직 근로자의 32.5%가 시간제 근로자일 만큼 그 비중이 적지 않다.

우리는 앞으로 시간제로 일하는 사람들을 더욱 자주 마주치고 스스로도 그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 또한 높아질 것이다. 시절은 그렇게 변화하고 있다.

학교를 다니는 청년들, 가사나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들, 그리고 고령의 어르신들이 주로 시간제로 일한다. 햄버거 가게에서 배달을 하고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고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등의 서비스업에서 시간제 일자리를 보다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시간제 일자리의 민낯은 다소 드러내기 부끄럽다. 시간제 근로자 대부분이 일이 주는 고단함뿐 만아니라 낮은 임금, 열악한 처우, 임시직에 머무르는 등 근로 안정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근로조건의 부당함을 말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순간 일을 그만 두는 결심을 해야 한다.

대개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권리 구제가 되지 않은 경우도 상당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간제 근로는 정규직은 물론 비정규직 일반과 비교하여 사회적으로 좋지 않는 일자리라는 낙인이 꼬리표처럼 달려 있다.

현 정부 들어서는 시간제 일자리를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바꾸어 부른다. 근로자의 자발적인 선택을 강조하고 일하는 사람의 필요에 따라 시간을 선택한다는 긍정적인 뜻을 담겠다는 취지다. 그렇다면 정부의 취지대로 시간제 일자리의 부정적인 낙인은 개선되고 있는가.

2016년 오늘을 사는 내가 친구, 선후배, 부모님께 기꺼이 시간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권할 수 있나. 시간제 일자리는 일한 만큼 공정하게 대우 받는 반듯한 일자리인가. 시간제로 일해도 기업복지 혜택을 골고루 받을 수 있을까. 모든 질문마다 의문 부호가 따라 붙는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가까운 일본을 비롯해 네덜란드, 독일, 영국 등 여러 유럽 국가들의 시간제 일자리 비중은 우리나라 보다 훨씬 높다. 그 이유는 정부에서 대량실업을 줄이고 고용률을 증가시키는 수단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확장시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이들 국가들이 다른 점은 비슷한 일을 하는 경우 전일제로 일하든, 시간제로 일하든 근로조건에 별다른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근로조건의 균등한 처우를 전제로 시간제 일자리를 넓힌다는 정책 기조를 유지해 왔다. 우리는 남의 나라 고용정책의 이름과 포장지가 아니라 그 내용과 과정을 충실히 빌려와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10년 전인 2006년에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그러나 근로현장은 여전히 법률과 멀기만 하다. 법률은 시간제 근로자가 사는 오늘 이곳이 아닌, 저기 어디 다른 나라에서만 적용되는 것 같다.

시간제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 반듯한 일자리가 되기 위해서는 임금, 교육훈련, 사회보험, 수당, 휴가 등에서 전일제 근로자와 달리 시간제 근로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배제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일하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제 일자리는 나쁜 일자리가 아닌 착한 일자리가 될 수 있다. 가까운 미래에 그런 즐거운 변화를 생겨나길 바란다. 일하고 있는 그리고 일하고 싶은 우리 모두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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