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의 눈] 화호유구(畵虎類狗) 소고
[시민기자의 눈] 화호유구(畵虎類狗) 소고
  • 홍경석
  • 승인 2016.11.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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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수필가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굿모닝충청 홍경석 수필가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란 말이 있다. 이는 가까이 하기도, 또한 멀리 하기도 어려움을 이르는 뜻이다. 이런 관념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은 정말이지 불가근불가원의 ‘잘못된 만남’의 극치였다.

그로 말미암아 박 대통령은 식물정부의 자초(自招)에 더하여 국민적 하야의 저항에까지 닥치게 되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은 급기야 그의 정치적 고향이랄 수 있는 대구에까지 그 분노의 들불이 옮겨 붙었다.

지난 11월 5일 대구에서 열린 시국대회 무대에 오른 한 여고생은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저는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평소 같았다면 역사책을 읽으며 모의고사를 준비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작금의) 부당하고 처참한 현실을 보며 ‘이건 아니다’는 생각에 살아있는 역사책 속에 나오게 됐습니다. 저를 위해 피땀 흘려 일하지만 사회로부터 개돼지, 흙수저로 취급 받으며 살아가는 저희 부모님을 위해, 사회에 나오기 전부터 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한 현실을 보며 자괴감을 느꼈을 수험생 언니를 위해, 또 아직은 어려 뭘 잘 모르는 동생을 보며 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와 내일을 만들어주기 위해 저는 무언가를 해야만 했습니다.”

이 모습을 유튜브로 보면서 흐르는 눈물을 제어할 수 없었다. 그 눈물은 거짓과 꼼수, 그리고 강압과 협박 등 온갖 추접한 짓거리로 국정을 농단해온 소위 ‘최순실 부역자들’에게 하지만 딱히 어떤 힘조차 없었기에 그저 바라봐야만 했던 이 무지한 무지렁이 국민의 무기력함에 대한 자조적 미안함이 우선이었다.

다음으론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해온 기성세대로서의 어떤 ‘공동책임론’에서 비롯된 서글픔이었다. 대한민국은 대통령과 그 측근들만이 장악하고 달콤한 과실을 따먹는 국가가 아니다.

언필칭 민주공화국이라고 하는 나라에서 하지만 최순실과 그 일가붙이들은 인의 장막을 치고 별의별 짓을 다했다.

뿐만 아니라 평범한 국민은 평생토록 안 먹고 안 입으며 모아도 도저히 불가능한 천문학적 재산까지 마치 뻥튀기처럼 불리어 세인들의 지탄은 지금 하늘에 가 닿아있다.

결론적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만남은 화호유구(畫虎類狗), 즉 호랑이를 그리려다 개를 그린다는 뜻으로, 소양이 없는 사람이 호걸인 체 하다가 도리어 망신을 당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에 다름 아니었다.

11월 8일 박 대통령이 국회 본청에 도착해 국회의장을 만나려 들어가는 도중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야당 의원들 앞을 지나는 모습이 뉴스로 도배되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박 대통령은 과연 어떤 심정이었을까!

기업을 경영하다가 부도를 내든가 망하게 되면 당연히 CEO는 사표를 내야 한다. 국가경영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이란 배(船)를 난파지경으로 몰고 간 박 대통령은 하야해야 마땅하다. 그게 바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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