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탄핵 다음은? 시민권력시대
[목요세평] 탄핵 다음은? 시민권력시대
  • 김종남
  • 승인 2016.12.01 05: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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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남 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굿모닝충청 김종남 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반성과 성찰 없는 근대화, 산업화는 치명적인 위험 속에 인류를 내던져 놓는다고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말했다. 물질적 풍요를 넘어 핵물질과 GMO, 기후변화 등 제어할 수 없는 위험과 불확실성으로 개인의 삶과 사회를 위협할 것이라고 했다.

첨단과학기술과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전적으로 편입된 한국사회는 울리히 벡이 경고한 위험의 최고수준 즉, 초위험사회 혹은 복합위험사회의 정점을 향해 달리는 중이다. 경제성장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결과는 우리 사회에 수많은 이명박과 최순실을 양산했고, 최소한의 윤리규범인 법조차 가볍게 무시되는 국가권력의 타락을 무려 8년째 허용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10월 29일 대통령의 정신과 육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최순실이란 실세를 확인한 후 대한민국은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근본 없는 한 여성’으로 지칭되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강력하게 결탁한 공모자들에게 의해 지탱돼온 국정농단세력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시민들은 전율했고, 급기야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민혁명으로 번지는 중이다.

하지만 박근혜 퇴진과 구속을 외치는 혁명의 거리에서 다음 질서를 상상하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정치적 왜곡이 걱정되기도 하고, 총체적인 문제 앞에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난감하기도 하며, 불가항력의 대선시계가 시야를 가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민첩한 것은 역시 정치권이다. 집권의 경험과 정치적 수단, 정보기득권을 갖고 있기에 민심을 읽되 현재의 질서를 가장 잘 유지할 방안들을 찾아가고 있다. 기존정치체제를 위협하지 않는 수준에서 촛불과 평화시위를 촉진, 찬양하되 비폭력프레임에 가둬 놓고 대선판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한 ‘프로그램’을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소위 질서 있는 수습과 개헌이다.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집권세력의 총체적 부패와 타락에서 시작된 시민혁명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돼야 하고, 그 결과는 전문개정 수준의 헌법 개정이 맞을 것이다. 복합위험사회를 한국에 안착시킨 87년의 헌법질서를 뛰어넘는, 2016 겨울의 시민항쟁은 질적으로 다른 사회와 정치·경제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정치권에만 맡겨서는 절대로 안 될 일이다. 임박한 대통령선거도 그렇지만 개헌이야말로 철저하게 민(民)의 입장에서 어떤 정치·경제·사회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바람직한 것인지를 염두에 둔 것이어야 한다.

한 헌법학자가 시민제헌의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87년 체제를 탄생시킨 대한민국 헌법에 한계가 많다는 것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지역마다 시민 백 명, 천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의회를 만들고 시민이 중심이 되는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은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지 토론하고 그 대표들이 전국적으로 모여 숙의를 통해 헌법안을 만들어 요구하자.

비슷한 사례가 아이슬란드에 있다. 비록 국민발의 헌법이 정치기득권의 방해로 의회를 통과하지는 못했으나  아이슬란드 시민들은 그러한 경험을 통해 정치개혁을 이뤄냈다. 민주주의 학습과 경험의 축적에서 놀라운 진전을 보여준 한국사회인 만큼 그러한 변화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는다. 문제는 변화의 열망을 결집할 공간을 만들어내고 끈기 있게 밀고 가는 시민사회의 역량이다.

마을에서, 직장에서 열 명이 모여 새로운 사회를 이야기하고, 도시에서 천 명이 모여 바람직한 정치·경제체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가 아직 경험하지 않은 세계다. 정당이 그러한 역할을 자임해왔지만, 제한된 측면이 있었다. 다 모이자. 추운 겨울 광장에서 켜진 수백만의 촛불이 그러했듯이 헌법과 우리가 그리는 미래를 위해 다시 토론의 광장에서 만나자.

대통령을 위한 권력구조, 거대정당과 오래된 정치인을 위한 선거시스템, 권위주의적이고 중앙집권적 행정체제를 뒤집어 시민을 위한 권력구조, 작은 정당과 산뜻한 새 정치인들이 시민의사에 따라 움직이는 의회, 지방분권과 주민자치가 활성화되는 자치행정체제를 굳건하게 세우기 위해 시민의회를 열자. 시민권력시대는 행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지 주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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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n 2016-12-03 21:35:10
excell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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