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고민 Q&A] 은퇴하신 아버지와 어머니의 불화 (81)
[어르신 고민 Q&A] 은퇴하신 아버지와 어머니의 불화 (81)
  • 임춘식
  • 승인 2016.12.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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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굿모닝충청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Q. 아버지가 2년 전 은퇴를 하신 후 집에만 계시다 보니 어머니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싸움도 잦으시고, 이러다가 남의 집 일로만 생각하던 황혼이혼을 하시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부모님께서 사이좋게 늙어 가시며 행복한 노후를 보내실 방법이 없을까요?(대전 여, 45)

A. 우리나라의 경우, 남자들은 은퇴를 하면 대부분 집에서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보며 지냅니다. 심심하다 보니 아내가 밖에 나가기라도 하면 ‘어디 가느냐’, ‘언제 오느냐’ 꼬치꼬치 캐물으면서 아내를 귀찮게 하는 것은 물론, 은퇴 전과 마찬가지로 집안일은 하나도 돕지 않으면서 잔소리만 늘어놓습니다. 그러면 아내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그동안 살면서 쌓인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하게 됩니다. 이런 일들이 계속되면 서로 아옹다옹하다 결국 '황혼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황혼이혼은 정년이라는 생활상의 변화를 계기로 누적됐던 아내의 불만이 표면화되면서 발생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이 직장에 다닐 때는 부부가 오랫동안 얼굴을 맞대는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은퇴 후에 줄곧 얼굴을 맞대고 생활하다 보니 자연히 티격태격 말싸움을 벌이는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실제로 요즘 남편의 정년을 계기로 가정에서 불화가 발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까짓 이혼, 하자면 못할 줄 알고?’ 이런 생각은 오산입니다. 노년의 이혼은 젊은 시절의 이혼과는 차원이 전혀 다릅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에게는 배우자와 가족이 소중해 집니다. 배우자는 같이 늙어갈 유일한 동반자요, 가족은 자신의 삶을 증명해주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이혼을 해도 새로운 사랑을 만나 새로운 배우자와 가족을 이룰 수도 있지만 황혼이혼의 경우 그런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결국 대부분 혼자 쓸쓸하게 늙어가는 비참한 결과만 초래될 뿐입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젊어서 아내들보다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며 가부장적인 태도로 가족들의 우위에 군림한 남자들에게 황혼이혼은 더욱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명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남자는 아내가 있어야 오래 살고, 여자는 남편이 없어야 오래 산다고 합니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남자들에게 아내의 보살핌이 장수의 요인이 되는 반면, 부인은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해 그만큼 수명이 단축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부부간에 금슬이 좋아야 합니다. 금슬이 좋으면 남편은 황혼이혼을 당하지 않고 배우자와 함께 장수하며 늙어갈 수 있고, 부인은 남편의 행동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적어 행복한 노후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부금슬을 좋게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우선 은퇴 후 부부의 관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남편들이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은퇴는 남편들에게만 제2의 인생을 알리는 사건이 아니라, 부인들에게도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아내들은 남편이 정년을 맞으면 가사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어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 아내들에게 은퇴 전과 같이 가족과 남편을 위해 무조건 희생하기를 바라는 것은 이기적인 생각입니다. 오히려 부인이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그동안 무심했던 집안일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가사분담을 통해 간단한 음식 준비, 세탁기 사용, 집안 청소, 쇼핑 등을 남편이 스스로 하는 것은 자신에게도 좋은 일입니다. 아내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생활력에도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은퇴 후에 할 일을 미리 준비해두고, 아내와 남편 모두 개인시간을 갖는 것 역시 부부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는 비결입니다. 현역시절 뿐만이 아니라 은퇴 후에도 출퇴근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굳이 일을 하러 나가지 않더라도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다든지 다른 취미활동을 하면서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홀로 선 둘이 만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맡기려는 생각은 위험한 발상임을 강조합니다. 자신의 위치는 결국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위치를 찾아 선 사람들이 만나야 비로소 그 만남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만나서 일어서려고 하다 보면 결국 두 사람 모두 쓰러지게 됩니다. 먼저 각자 설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각자 선 두 사람의 만남이라야 쓰러짐에 대한 두려움 없이 대등한 입장에서 영혼의 교감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노후를 함께 보낼 부부가 잊지 말아야 할 충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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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2017-01-05 19:35:31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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