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한남대, 최순실, 정유라
[노트북을 열며] 한남대, 최순실, 정유라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6.12.04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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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영 사회문화팀장

[굿모닝충청 이호영 기자] 지성의 요람, 한남대학교 학생들은 지난 달 17일 총학생회장 선거를 치렀다. 하지만 사회로 나가기 전 학생 스스로의 대표와 자치기구를 구성하고자 했던 선거는 오히려 구태한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오만가지 부정과 비리의 집합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쓸 위기에 처했다.

당시 선거에 출마했던 기호1번 후보 측이 “선거중립 위반, 폭력, 선거운동기간 위반, 허위사실 유포 등 선거운동 과정 전반에 걸쳐 불법과 탈법이 난무했다”며 총학생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들이 제출한 증거자료와 주장에 따르면 농협 조합장 선거도 아니고 과연 이것이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진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심각했다.

선거 당일 한 학과 사무실 전화번호로 “우리 과는 기호2번을 뽑으라”는 문자메시지가 대량으로 유포된 것은 물론, 또 다른 학과에서는 특정인이 소속 학생들을 전원 집합시켜 기호○번 투표를 강요하고 모이지 않은 학생에 대해서는 투표 후 전화를 하라고 강압했다.

선거 전날엔 학생회 임원이 카카오톡 단체방을 통해 “기호2번 후보자를 지지해 달라”는 내용을 올려 물의를 일으켰다. ‘당해 연도 각 자치기구의 직선 간부의 자격 또는 자치기구 전체의 입장으로 한 특정후보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표명은 금한다’는 중립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기호2번 후보 측은 선거운동 기간이 아님에도 페이스북에 공약을 게시하는 사전선거운동을 펼쳤고, 후보자 정책자료집엔 ‘매년 등록금이 치솟고 있다’거나 ‘학교 대운동장 사용료가 오를 것’ 이라는 등 허위사실을 기재한 뒤 이를 막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조직적인 출마방해와 폭행도 잇따랐다. 기호1번 후보는 선거 전 한 학과 학회장에게 총학생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가 전치2주의 폭행을 당한 것은 물론, ‘최순실’과 ‘엄석대’를 연상시키는 특정인을 중심으로 ‘누구 허락을 받고 여기서 추천서를 받느냐’는 등의 겁박이 이어졌다.

실제로 폭력을 행사했던 학생은 이후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 또 다른 2차 피해가 없기를 바란다”며 사죄문을 게시했고, 한 단과대 학생회장도 “한 입후보자에게 전화를 통해 56주년 기념관 출입을 제재했다. 학생선거 시행세칙을 위반했다”며 학생회장 직을 사퇴하는 파동일 일기도 했다.

이런 과감한(?) 조력 덕분인지 기호2번 후보는 총학생회장에 당선됐지만 일부 학생들에 의해 자행된 불·탈법 덕분에 엉뚱하게도 한남대 학생 전체의 명예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어졌다. 
마치 ‘최순실’을 위시한 측근들의 국정농단과 ‘박근혜’의 헌정질서 파괴에 온 나라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현 시국상황의 판박이나 다름없다.

지난 달 24일 이 같은 기사가 나가자 “이미 4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는 제보도 잇따랐다. 총학생회장 후보등록 마감일까지 공탁금을 내지 못해 규정상 후보자격이 없는 학생이 나중에 버젓이 당선까지 됐다는 얘기다.

장기집권·군부독재·부정부패 등 대한민국 정치사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의 맨 앞에서 정의를 외쳤던 사람은 바로 대학생들이었고, 그 덕분에 우리 사회는 매순간 한 단계 성장한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한켠에선 오히려 일부 청년들이 정치권의 타락한 권모술수와 반칙을 답습하고 있었다. 마치 ‘최순실 딸 정유라’처럼 어쩌면 기성세대가 이미 그들을 그렇게 만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단지 한남대만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모두가 스스로를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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