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의 눈] 광장의 시민들
[시민기자의 눈] 광장의 시민들
  • 손석현
  • 승인 2016.12.0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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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현 충청남도자원봉사센터 연계협력팀장

[굿모닝충청 손석현 충청남도자원봉사센터 연계협력팀장]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파문으로 온 국민이 패닉이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2회에 걸쳐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밝히며 진화에 나섰지만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으로 인한 성난 민심은 좀 채 누그러지지 않고, 대통령의 탄핵과 하야를 더욱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1987년 민주화항쟁 이후 최대 규모의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 현 시국을 비판하고 풍자하며 촛불을 들었다. 향후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와 책임자 처벌 수위, 여야 정치권과 청와대의 정국 해법 내지 대안 정치 시스템의 성격과 방향에 따라 촛불의 규모 역시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 지난 12일 촛불문화제에서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은 국내외 언론을 통해 자세히 소개되기도 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100만여 명의 인파가 운집한 자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깨끗한 광장의 모습을 소개하고 과거 일부 과격한 집회, 시위와는 다르게 진행된 비폭력, 평화시위 문화를 높게 사기도 했다. 일부 시민이 경찰 버스와 차벽을 넘으려 하자 “내려와”를 함께 외치며 돌발 행위를 스스로 자제시키기도 했다. 시위문화 수준을 엿볼 수 있는 계기였다.

광장의 수많은 촛불 속에서 자원봉사자들과 시민들의 역할은 컸다.

컵에 초를 꽂는 일을 시작으로 유인물, 종이피켓, 전단지를 나누어 주고, 집회 참가자의 질서 유지와 자리를 정돈해 주었다. 집회 이후에는 초와 피켓 등의 쓰레기를 정리하고, 광장 바닥에 떨어진 촛농까지 긁어냈다. 한 대학생은 자비를 내어 쓰레기봉투를 구입, 집회 참가자들에게 “쓰레기봉투 필요하신 분”을 외치며 나누어 주었고,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대학생도 쓰레기 수거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필자가 여기서 말하는 자원봉사자는 비공식적 자원봉사 활동 참여자를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원봉사활동 기본법’ 제2조에서는 자원봉사 기본 방향을 비정파성(非政派性)의 원칙 아래 수행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식적 자원봉사가 아닌 비공식적 자원봉사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물론 현 시국을 비판하며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자원봉사자와 시민들의 활동이 정파적이냐 비정파적이냐를 구분 짓는 것은 더욱 깊이 논의해 볼 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집회시위와는 달리 최근의 촛불문화제의 참여 방식은 매우 자발적이며 주체적이라는 사실이다. 직접 피켓을 제작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면을 만들어 쓰기도 한다. 대학 동아리에서는 정치를 풍자하는 즉흥 연극을 만들어 현장 공연을 펼치고, 청년들의 정치모임에서는 ‘박근혜-최순실 정권의 부역자들’이라는 구글 문서를 만들어 일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리스트를 채워가는 시민참여형 프로젝트 등도 진행 중이다. 광장에서 직접 캠핑하며 시국에 대해 토론도 한다.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도 같다’라는 어느 전직 대통령의 말과 같이 오늘날 민주사회에서의 자원봉사자들과 시민들은 촛불의 광장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역동적이고 창의적이며 자발적으로 직접 행동에 나서며 스스로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대통령을 포함한 여야 정치권 역시 국정 농단의 관련자들을 엄중히 심판하고 새로운 민주주의의 지평을 여는 일에 적극 움직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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