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국제 철도박람회 참관기-3] 한국 철도산업이 가야할 길
[임영호의 국제 철도박람회 참관기-3] 한국 철도산업이 가야할 길
  • 임영호 코레일 상임감사
  • 승인 2016.12.1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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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트랜스(Innotrans)’는 지난 1996년 독일에서 처음 개최된 이래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철도박람회다. 올해 박람회는 9월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 동안 2940개 업체와 13만 여 철도전문가들이 참가했다. 코레일도 이번 ‘이노트랜스 2016’을 통해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된 강체전차선, 차축베어링 등 철도 핵심부품을 국제 철도시장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그 현장을 임영호 코레일 상임감사가 다녀왔다.

 

독일 베를린으로 가기 전, 아침에 자전거를 탔다. 개선문도 가보고 세느강도 가 보았다.

파리는 2007년부터 자전거를 정식으로 교통 수단화했다. 지하철과 광역전철을 간선으로 트램과 버스를 지선으로 하면서 그 틈새를 자전거로 다닐 수 있도록 시내 곳곳에 공용 자전거가 십여 대씩 비치되어 있다. 파리 시내에 1230개소에 2만 5000여 대가 비치되어 하루에 8만 5000회 이용되고 있다. 회원 수만 20만이 넘는다.

이용가격은 싸다. 연간 회원은 29유로로 3만 원이 조금 넘고, 하루 이용권은 1.7유로 2000원 정도이다. 한번 이용 시 30분 이내는 무료이다. 파리 시내는 30분이면 어디든지 간다.

흠이 있다면 자전거가 무거웠다. 집에서 사용하는 내 자전거 청륜(靑輪)은 11㎏ 정도인데 비해 이 자전거는 22.5㎏이다. 아주 튼튼하다. 안전을 고려한 것 같다. 15km 속도는 달릴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많이 이용하는 MTB 자전거는 보이지 않는다.

오후에 에어프랑스를 타고 베를린으로 왔다. 베를린하면 냉전시대의 동서분단이 떠오른다. 독일이 부러웠다. 세계를 대상으로 두 번이나 큰 전쟁을 일으켜 수천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나라가 수많은 장애를 극복하고 통일을 이룬 것이다.

지금도 독일의 국력은 세계 최강이다. EU는 독일이 이끌고 간다. 유럽의 파트너인 프랑스는 관광이나 패션 화장품, 포도주와 치즈 같은 농산물에 강하나, 국가의 기간산업인 제조업은 단연 독일이다. 세계 어디로 가나 벤츠는 최고의 차종이다.

‘2016 이노트랜스(Innotrans)’는 2년에 한 번 열리는 철도박람회이다. 이번이 11번째이다. 3만평이 넘는 넓은 부지에, 실내에는 철도관련 기계 부속품들이 부스별로 전시되어 있었고, 넓은 야외에는 최신 고속열차부터 전동차, 트램, 유지보수 장비용 차량이 전시되어 있었다.

열차가 움직일 수 있도록 레일도 깔려 있었다. 9월 20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이 짧은 기간에 세계 각 나라에서 2700여 업체가 참가했다. 한마디로 인산인해이다. 생산자와 구매자들이 하나의 큰 시장을 만들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현대로템, 우진산전, 금천시스템 등이 참가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개최국 독일의 지멘스(siemens)다. 지멘스하면 일단 떠오르는 것이 보청기이다. 여기서의 지멘스는 고속열차 제작사이다. 이미 터키로부터 주문을 받았는지 전시된 고속열차의 겉에는 터키 국기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이 고속열차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서 한참을 기다렸다가 구경했다.

차내는 테제베(TGV) 1세대인 KTX보다 진일보한 것들이었다. 특실과 일반실이 나누어져 있고, 특실은 밀실처럼 꾸며진 공간과 각 의자마다 고급 비디오 시스템과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등받이 쿠션도 아주 훌륭하게 설계되어 있어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KTX 도입 시 프랑스보다 독일에서 도입했다면 KTX가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독일 국민은 빈틈이 없는 사람 같았다. 독일 철학자 칸트(1724~1804)의 사랑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는 한 여인으로부터 청혼이 들어오자 “생각 좀 해볼 테니 기다려 달라”고 한 뒤 도서관에 가서 사랑에 관한 책을 모두 읽고, 결혼해야할 이유와 하지 말아야할 이유를 썼다. 결혼할 이유가 4개 더 많아서 결혼하려 했는데 무려 7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그녀는 이미 딴 사람과 결혼했다고 한다.

독일 사람들은 이성과 실증주의로 묵묵히 과학과 연구개발에 매진하여 오늘날의 제조업의 세계강국이 되었다. 친환경을 고려한 배터리 차량과 전기가 공급되지 않은 산간벽지에도 다닐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도 선보였다.

침대열차는 샤워장과 침실, 화장실이 깔끔하고 편하게 설치되어 있어 장기간 여행에도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지난해 러시아에서 탄 유라시아 침대열차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

첫날 착잡한 마음으로 전시장을 나왔다. 300조나 되는 세계 철도시장에서 우리나라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국내시장이 협소하여 한계가 있지만 특화 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찾아 볼 필요가 있다.

고속철도 전 분야는 아니더라도 전동차나 트램, 모노레일, 자기 부상열차를 특화시키거나 수 만 가지 부속품 중 주요 부품을 최고의 제품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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