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국제 철도박람회 참관기-4] 대한민국 경제 경고등을 끄자
[임영호의 국제 철도박람회 참관기-4] 대한민국 경제 경고등을 끄자
  • 임영호 코레일 상임감사
  • 승인 2016.12.13 17: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노트랜스(Innotrans)’는 지난 1996년 독일에서 처음 개최된 이래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철도박람회다. 올해 박람회는 9월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 동안 2940개 업체와 13만 여 철도전문가들이 참가했다. 코레일도 이번 ‘이노트랜스 2016’을 통해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된 강체전차선, 차축베어링 등 철도 핵심부품을 국제 철도시장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그 현장을 임영호 코레일 상임감사가 다녀왔다.

 

다음날 이 전시장을 또 찾았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중국관과 일본관을 방문하고 미국의 GE의 제품을 둘러보았다. 중국의 CHSR는 철도차량 이상 유무를 알아내는 장비를 개발하는 회사다. 일반적으로 고속열차를 운행을 하고 나면 정비창으로 보내져 체크단계에 들어간다. 자동화, 과학화, 첨단화된 설비를 가지고 데이터를 분석하여 수리한다.

이 회사가 선보인 기계는 철도차량의 바퀴에 이상이 있느냐를 알아내는 레이저 탐상장비이다. 20km 속도로 바퀴가 회전할 때 레이저를 투사하며 체크하고, 중간 중간 물을 뿌려 레이저의 투과율을 높인다. 중국 측은 지금 2만km가 넘는 중국내 고속 선에 사용되고 있어 안심하고 사가라는 것이다. 부러웠다. 내수가 보장되면 막대한 연구개발비도 아까울 것이 없다. 우리는 500km에 불과에 거액을 들여 연구하여 상용화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CHSR의 CEO는 40대로 의욕이 넘쳤다. 중국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로 판로를 개척하려 한다. 1분이라도 붙들고 더 끈질기게 설명하려한다. 중국의 미래가 보였다.

중국 철도를 직접 건설하는 중국철도교통도 전시공간을 마련하여 홍보하고 있었다. 중국내 고속철도 건설의 60%를 담당하고 있고, 2025년까지 12만 1000km를 건설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건설하는데 필수적인 터널과 교량장비도 개발하고 있다.

특히 해발 5000m의 높은 고산지대로, 일 년의 반 이상이 얼음이 얼고, 고산병으로 인력으로 건설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칭창철로(靑藏鐵路)를 건설한 경험을 자랑했다. 중국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아프리카를 비롯하여 세계 곳곳에 고속철도시장을 싹쓸이 하고 있다.

철도과학기술원 CARS는 철도산업 분야의 연구기관으로 1950년에 설립하고 고속철도, 전동차, 선로분야, 신호등 10개의 기능별로 연구 개발하여 10년 사이에 세계최고의 고속철도 기술수준으로 도약시킨 기관이다. 중국은 고속철도 분야에서 어지러울 정도로 초고속으로 발전하고 있다.

일본은 일본철도 해외사업협회 주관으로 넓은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정부를 중심으로 33개 회사가 협력하여 적극적으로 해외사업을 수주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일본 고유의상을 입고 초밥 체험도 시키고 있어 호기심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철도 박람회의 성격하고는 어울리지 않는다.

GE는 미국의 대표적인 철도관련회사이다. 우리는 미국 GE로부터 디젤 기관차를 도입했다. 차량전체에 대한 것보다는 보다 친환경적이며, 효율적인 운행이 될 수 있도록 일정부분에 기술을 특화시키고 있다. 엔진과 바퀴에 200개 이상의 감지기를 부착시켜, 엔진성능, 배출가스등 기관차의 상태를 파악하여 가장 효율적으로 운행할 수 있게 한다.

무인 자동차처럼, 속도가 18km가 되면 자동적으로 시스템이 작동, 최적의 속도로 연료 절약과 CO2 배출을 줄이고, 자동적으로 곡선구간이나 공사구간의 감속을 실현하여 휴먼에러에 의한 사고를 방지한다.

햇볕이 나는 오후, 베를린 중앙역을 가보았다. 동서 베를린의 경계지역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전면 유리벽을 사용해서인지 경쾌한 느낌이다. 우리나라의 역이 유리로 많이 지어진 것이 이 역의 영향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1990년 통일이 된 후 10년에 걸쳐 건설하여 2005년에 완공하였다.

베를린 역은 이제까지 내가 본 역중에 가장 환승이 잘된 역이다. 철도는 역 중앙에서 3층으로 교차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었다. 동서방향 열차는 2층에서, 남북방향 열차는 지하 1층에서 타는 식이다. 지하철을 비롯하여 광역열차, 일반열차와 고속열차가 교차한다.

지난해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운행한 ‘유라시아 친선 특급열차’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하여 이르쿠츠크, 모스크바, 바르샤바를 거쳐 19박 20일을 달려 베를린 중앙역에 도착했다.

베를린 역 근처 샹제리제 거리에 파리의 개선문이 있듯이 독일에 브란덴부르크문이 있다. 1791년 건축된 이문은 영원한 경쟁자 독일과 프랑스의 전쟁 역사와 관련이 있다. 1806년 프로이센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나폴레옹은 이 문으로 베를린에 입성했으며, 프랑스와 전쟁에서 이긴 프로이센군이 승전한 후 개선할 때 이 문으로 들어 왔다.

‘독일국민에게 고함’이라는 명연설을 한 피히테(1762~1814)를 떠올렸다. 피히테는 프랑스 혁명에 한없이 환호했다. 그러나 나폴레옹이 불안정한 정국을 통하여 황제에 올라 유럽전체를 정복하려 들자, 그는 나폴레옹에 궐기하여 대항할 것을 간절히 호소하고 스스로 장교로 종군하려 했다.

야전병원에서 간호사 일을 돕던 그의 아내가 전염병에 걸리자, 병간호에 매달려 그의 아내는 회복되었지만 그 자신이 감염되어 52살에 생을 마감했다. 나폴레옹의 압제 하에서 신음하는 독일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독일국민의 몰락을 막는 어떤 한 가지를 여러분은 가지고 있다. 그것은 여러분의 그 독일 영혼이다.” 애국심은 정의나 선이 아닌 이기심이다.

12시간의 귀국 비행기에 오르면서 대한민국의 산업을 생각했다. 국제철도박람회는 철도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국가의 제조업 경쟁력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제조업은 각국 경제의 핵심 성장엔진이다. 중국이 가장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독일은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일본은 아베(安倍晋三) 수상이 용을 쓰고 있으나 아직은 회복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어떤가? 전자 전기 분야에서는 그나마 경쟁력이 있지만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추월당하고 있고, 일본기업과 피나는 경쟁을 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세계를 주도했던 조선업, 철강업, 중화학공업, 자동차산업도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어느 한 가지 마음 놓을 곳이 없다. 이미 대한민국경제에는 경고등이 켜져 있다.

최고의 출장은 기한이 없다. 미지의 땅에서 막연히 일정을 소화하는 것만이 출장은 아니다. 최고의 출장은 출장지에서의 만남과 체험을 그대로 두지 않고 자신의 업무나 생활 속에 활용하는 것이다.

오는 비행기 내내 우울했다. 대한민국을 새롭게 해야 한다. 우리의 이상과 꿈을 버리지 말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