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동양예술의 정수, 전각의 세계를 만나다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동양예술의 정수, 전각의 세계를 만나다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의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46) 대전 원도심 덕산 김윤식의 작업실을 찾아서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6.12.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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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작업실이 있는 대전 원도심 대흥동 영광빌딩에 들어서면, 작게 걸려있는 간판만 봐도 예술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림 그리는 박석신 화백, 국악하는 한기복 선생, 몸짓언어인 마임을 하는 최희 제스튀스 대표. 이런 이름들이 한 군데 모여 있는 곳에 덕산 김윤식의 작업실이 있다.

작업실에 들어서면, 좁은 공간에서 길을 잃어버릴 정도로 복잡하다. 작품에 쓰이는 재료들, 작은 인장과 전각 작품들, 그리고 한군데 모여있는 서예작품들이 여기 저기 널려있다. 얼마 전 개인전을 끝낸 후라 그런지 다소 여유가 있어 보이는 덕산 선생이 귀한 차를 끓였다. 명품 보이차를 귀하지 않게 보이려고 신문지에 쌓아 놓았다는 농담으로 처음 만난 이와 마음의 거리를 좁혔다.

“여기에는 다양한 장르의 작가와 예술가들이 있어요. 그게 다 근접 학문이고 또 예술이라서 연결고리가 있죠. 서로 공존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니까 좋아요. 그리고 원도심 자체가 예술하는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잖아요. 생활하기도 편하고 단순하게 말하면 필방들이 있어서 재료구하기도 쉽구요”
 

어릴 적에 전각의 시작, 서예를 만나다
덕산 김윤식(50)은 10살 때 우연한 기회로 서예에 입문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목원대 미술대 대학원에서 서예와 전각을 전공하며 내공을 다져왔다. 어느새 이 세계로 입문한지 길게 보면 40년 세월이다.

“초등학교 3학년에 처음 서예를 접했는데요. 학교에 서예부가 있었지만 큰 관심은 없었죠. 어느 날 서예반에 다니던 친구와 집에 오던 길이었어요. 돌다리에서 장난치다가 친구의 벼루와 먹을 냇물에 떨어뜨렸죠. 제법 값이 나가는 벼루가 깨졌기 때문에 집에 가서 아버지에게 말씀을 드렸죠. 당연히 혼날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아버지가 친구와 함께 서예를 해보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게 서예를 만나게 된 운명이 아니었나 싶어요”

덕산은 그렇게 서예를 시작했고 경덕중학교에 입학 한 이후에는 미술 선생님이 초등학교 때 서예를 했던 학생을 찾은 덕분에 자연스럽게 서예반 활동을 했다. 서예학원도 본격적으로 다녔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서예협회에서 일을 하는 선생님이 학교에 계셔서 글씨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이어졌다. 목원대 국문과를 졸업한 이후엔 미술대학원에 진학했다. 글씨를 쓴 덕분에 군대에서도 상장 쓰는 일을 도맡아 했다.

그는 올해까지 모두 11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서예와 전각을 접목시켜 전시를 해오다가 작년 부터는 순수하게 전각전만 열었다. 지역에서는 전각 전시회를 만날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보니 반응이 매우 좋은 편이다. 그에게 전각의 세계를 물었다.

“전각이라는 장르는 아주 오래된 예술중의 하나입니다. 인류가 문자를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기록문화라는 것이 생겼고 동굴 벽화에 붓이 아닌 뾰족한 도구를 이용해 새김질을 시작한 것이 전각의 시초라고 할 수 있죠. 전각은 전서를 새긴다는 의미가 있지만요. 인장의 개념이 더 확실합니다. 인장은 작품을 하고 나서 성명이나 아호를 새기는 작업으로만 알고 잇는데 그게 아니라 좋아하는 문장이나 문구 등을 새겨서 생활 속에 깊이 내린 문자 메세지의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문장은 대대로 가문에서 큰 역할을 해 왔고, 또 인류에게 올바른 가치를 심어준 것은 사실이잖아요”

전각(篆刻)은 동양적 예술을 작업하는 사람들이 가장 가까이하는 예술품이다. 시대가 변하고 유행이 변한다 해도 그 가치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문묵(文墨)을 즐겨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전각예술에 취해보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장이라는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도 전각은 그 명맥을 유지해왔다. 전각은 흔한 말로 사람의 이름이나 아호 따위를 새기는 작업을 일컫는 말이 전부가 아니다. 사유재산의 보호와 직책의 신표로 시작한 인장의 역할은 오랜 역사와 함께 그 유행과 사조를 분명히 해왔다. 흔히 도장이라고 부르는 인장의 세계를 이렇게 말한다.

“인장이라는 용어는 말 그대로 상형적인 문자를 새겨내는 작업입니다. 그냥 새기는 작업이 아니고 그 속에는 회화에서의 구도 즉 장법(章法)을 이용하여 심미관을 보여주는 예술적인 작업이라 할 수 있죠”

“현대에 사는 우리는 아직도 대통령 인장부터 각 지자체 인장까지 관인(官印 ; 관공서에서 사용하는 인장)은 아직도 일본식 관인을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사인(私印 ; 개인이 사용하는 인장)도 같은 맥락입니다. 일제의 잔재를 한 번에 없앤다는 것은 힘든 일 이지만 조금씩 바꿔나가면 언젠가는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용어의 사용부터 인장의 생김새부터 바꾸지 않으면 일제의 식민문화가 지속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도장을 인장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정식 명칭은 전각 혹은 인장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는 게 덕산 선생의 주장이다. 한국 전각협회에서도 인장문화를 다시 재고하고 또 인장의 보급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도장(圖章)이라는 용어가 생기기 시작하였고 인주(印朱)라는 용어도 그 사람들에 의하여 만들어진 용어라는 것이다. 그는 인주라는 용어보다는 인니(印泥 ; 인장에 찍는 진흙)이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인장의 둥근 형태는 오래전에도 사용되어 왔지만 기본적인 인장은 사각을 사용해 왔어요.. 우리나라의 국새가 그렇죠. 그 의미는 사각은 사면 즉 사방을 상징하기도 한다는 겁니다. 사방이라 함은 동서남북을 일컫는 말로 그 의미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 라는 신성한 동물로 하여금 사방을 보호해 주는 의미가 있어요. 둥근형의 인장이 급속도로 발달했던 시기가 일제강점기 시대입니다. 이 시대의 둥근 형태는 일장기를 상징한다는 거죠. 흔히 한 두 개 정도는 갖고 계시겠지만 의미를 알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덕산 선생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쉽게 부르는 도장이 어떻게 왜곡되어 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전각의 근본은 글씨다. 글씨를 쓰지 않고는 전각을 할 수 없다. 마음이 흔들릴 때 그는 전각의 근본을 생각한다.

“전통에 충실하고 개념에 충실하는 작업을 이어 나가다 보면 새로운 현대적인 작업이 분명히 나온다고 믿어요. 지금 시대에 중요한 것은 어떤 글씨와 내용도 중요하지만요. 회화적으로 풀어내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색감. 구도, 구성, 표현 들이 모두 중요하는 겁니다. 또 재미있게 이야기 식으로 풀어내는 작업도 시대적 요구라고 할 수 있는데요.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쉼없이 하는 거죠”

그는 대화의 말미에 현혹되지 말자는 말을 반복했다. 현혹은 마음이 흐려지도록 무엇에 홀린다는 뜻이다. 예술을 하든 일상의 삶을 살든, 현혹되어 삶을 낭비하는 일은 없어야 함은 분명할 터. 그의 전각이 그런 마음을 새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 덕산 김윤식이 칼을 들고 무언가를 새길 때, 그것은 지워지지 않는 전통의 정신으로, 그야말로 잊혀지지 않는 각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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