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눈뜨고 당해…” 대전 유천동 주민의 ‘가슴 철렁’ 사연
“재개발, 눈뜨고 당해…” 대전 유천동 주민의 ‘가슴 철렁’ 사연
‘찬성 도장’ 찍었더니 연대보증인 둔갑… 재산 지켰지만 소송비용 수천만원 날려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6.12.1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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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법적 공방 등을 위해 준비했던 문서들.

[굿모닝충청 이정민 기자] 대전 중구 유천동 ‘모’구역 재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연대보증인에 포함, 전 재산을 날릴 뻔한 한 주민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2년간 법정공방 끝에 당사자는 이 채무에서 자유로워져 사업 명칭, 건설사 이름 등에 대한 익명을 요구했지만, “재개발은 눈뜨고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건은 재개발이 추진될 시점인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찬성 동의서에 도장 찍었지만, 알고 보니 연대보증인 변경”

A 씨는 “그 해 5월 주민들에게 재개발 추진을 알렸고, 3개월 뒤, 우선협상대상자인 건설사 두 개 업체, 사무정비 업체, 추진위원장 B 씨 등에 대한 선정 과정을 거쳤다”며 “B 씨가 그 다음해 1월 9일 건설사들과 공사 도급 가계약을 체결했으며, 사업대여금 16억 5000만원을 빌렸다. 이어 주민들을 대상으로 연대보증인 서명이 추진됐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A 씨는 연대보증을 서지 않았다. 그는 재개발에는 찬성했지만, 추진위 임원도 아니며, 연대보증을 설 생각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A 씨가 도장을 갖고 나선 것은 그해 4월 혹은 5월. 40년 지기인 추진위원장 B 씨가 갑작스럽게 “재개발 찬성 동의서에 A 씨의 도장이 빠졌으니, 빨리 와서 찍어달라”고 했고, A 씨는 흰 종이에 도장을 찍었다. 그것이 연대보증으로 변경될지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재개발 사업은 지지부진한 진행 과정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2012년 재개발 지정 구역에서 해제되면서 막을 내렸다. 

그 때까지만 해도 A 씨는 자신이 연대보증인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러나 2년 뒤인 2014년 4월 자신의 집이 건설사로부터 가압류 당하자 그는 눈앞이 캄캄해졌고, 진상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공사 가계약서 중 연대보증인에는 A 씨 등 총 9명이 서명돼 있었다. 건설사들은 이를 기반으로 사업 대여금 수십억 원을 빌려줬다. A 씨에 따르면 이 돈은 추진위가 구역정비업체 계약금, 용역비 등으로 사용됐다. 

건설사들은 재개발 사업이 무산되자 연대보증인을 근거로 법원을 통해 사업 대여금을 회수하려고 한 것이다. 

A 씨의 입장에선 서명도 하지 않은 연대보증인 탓에 평생 모은 돈과 재산을 날릴 판이 됐다. 

자신이 서명하지 않았다는 정황은 여러 군데서 포착할 수 있었지만, 재산을 지킬 수 있는 길이 막막해 답답함은 더했다.

연대보증인 서류 첫 장에는 추진위원장 B 씨 등 3명의 추진위 임원들의 도장 낙인과 이름, 주민등록번호가 제대로 적혀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장에는 6명 서명 자리 중 3명만 제대로 서명을 했고, 나머지는 비어있었다.

세 번째 장이 되어서야 6명의 자리가 다 채워졌지만, 두 번째 장과 중복 서명된 이름도 있다. 또 A 씨 등 2명의 서명은 서로 글씨가 비슷했다.

승소했지만 변호사 선임료 등 비용만 3000만원 이상 

때문에 지난해 9월 1심을 앞두고 A씨의 변호사는 그에게 “100% 승소”라고 기를 불어넣어줬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 대전지방법원은 “B 씨 등 연대보증인들의 자필 서명과 날인이 돼 있어 문서 전체의 진정성이 인정된다”며 “이를 뒤집기 위해선 합리적인 이유와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필요하다”며 건설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A 씨는 “당시 다리에 힘이 풀려 한참 동안 일어서지 못했으며,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이대로 질 수 없어 상고를 선택했다”고 떠올렸다. 

다행히 올해 5월 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6명이 다 채워진 세 번째 장이 결정적인 증거였다. 공사 가계약 문서는 ‘-1-’ 등 쪽번호가 기재돼있는데, A씨의 도장이 찍힌 문서는 쪽 번호가 없다. 문서가 임의적으로 채워졌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더구나, 두 번째 장과 세 번째 장의 중복 서명도 증거로 인정됐다.

이에 따라 A 씨 등 두 명은 채무에서 자유로워졌다. “건설사들 역시 자신들의 과실을 인정했는지, 나머지 주민들에게 전액이 아닌 한 사람당 1000만원의 변상으로 합의를 했다”고 A 씨는 설명했다. 

하지만, A 씨는 법정 공방을 위해 변호사 상담료, 소송비용, 필적 감정 등 약 3000만원 이상을 소비했다. 또 그가 겪은 마음 고생은 비용으로 환산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재개발 사업은 하지 말아야합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정말 눈뜨고 자신의 재산을 뺏길 수밖에 없어요. 시청, 구청 공무원들이 잘 중재해주긴 했지만, 행정기관이 직접적으로 도와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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