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경찰관의 7년 선행… “제 주말직업은 곰두리봉사단 ‘볶음조’입니다”
대전 경찰관의 7년 선행… “제 주말직업은 곰두리봉사단 ‘볶음조’입니다”
서부서 윤용제 경위, 탐문수사 계기 무료급식봉사… “노숙자와 나는 한 끗 차이”
  • 남현우 기자
  • 승인 2016.12.2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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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곰두리봉사단에서 7년째 무료급식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서부경찰서 윤용제(54) 경위. 그는 "누구든지 노숙자의 삶을 살게 될 수 있다. 그들과 나의 인생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말하며 묵묵히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굿모닝충청 남현우 기자] 매주 일요일 아침, 대전역 동광장은 무료급식 준비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한 봉사단체 회원들로 시끌벅적하다. 조직적이고 분업화된 모습에서 오래전부터 활동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그 중 유독 한 남자가 눈에 띈다. 커다란 덩치와 투박한 손, 심지어 얼굴에서도 ‘쎈 남자’의 포스가 느껴진다. 하지만 그가 주목 받는 이유는 그의 얼굴과 체격이 아닌 여자 못지않게 능숙한 손놀림 때문. 그는 대전 곰두리 봉사단의 ‘볶음조’ 윤용제(54) 경위다.

대전서부경찰서 청문감사실 조사위원에 재직 중인 ‘민중의 지팡이’, 아니 ‘곰두리 볶음조 아저씨’, 윤 경위의 봉사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체격이 무척 좋으신데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현재 서부서 청문감사실 조사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좋은 몸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유도를 시작해 대학시절까지 유도를 했고, 경찰에 임용된 뒤 대전지방경찰청 유도사범으로 활동하기도 했어요. 경찰이 되기 전에는 고향인 예산에서 과수원에서 사과농사를 지었구요. 자연스럽게 몸도 탄탄해졌다고 볼 수 있겠네요.

-곰두리봉사단 무료급식봉사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서부서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중부서 경제팀에서 강력수사를 담당했습니다. 2009년인가 2010년이었을 거에요. 당시 휴대폰 및 물류센터 운송사업 허위명의 사기로 피해를 입은 노숙자가 있어 대전역을 탐문수사하던 어느 일요일, 노숙자들을 찾아다니던 중 이들이 동광장으로 하나둘 걸음을 재촉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무슨일인가 싶어 따라가봤더니 무료급식소가 있더군요. 급식소에는 낯이 익은 얼굴들도 보였어요. 모 기업체 사장도 무료급식을 나눠주고 있는 것을 보고 보여주기식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기자님이 저를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알려지길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었던 거죠. 그래도 관심이 가기에 그 다음 주 다시 찾아가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날도 나와있는 겁니다.

‘아 이사람들은 뭔가를 바라고 하는 게 아니구나’라며 생각을 고쳐먹고 틈이 날 때마다 같이 일하기 시작했어요. 당시에는 형사였기 때문에 주말마다 참여하기가 어려웠고, 한 달에 한두 번 참여하다가 서부서 청문감사실로 보직이동이 된 후 매주 참여하고 있습니다.

-곰두리봉사단에서는 무엇을 담당하시나요?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할 당시에는 허드렛일을 했습니다. 설거지나 청소, 음식 나르기 등으로 내공을 쌓았죠. 그렇게 3년을 일하고 볶음조로 ‘승격’됐습니다. 여기서 요리하는 법을 배우면서 익숙해지다 보니 집에서도 볶는 건 제 담당이에요.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아내에게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가 여기 있었던 것 같네요. 하하하.

-봉사활동을 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제 자신이 밝아졌다는 겁니다. 경찰이라는 직업, 특히 형사생활에 몸도 마음도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흑백논리로 세상을 바라보는 각박한 마음을 갖고 살았습니다. 매일 하는 일이 범인 찾아다니고 체포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범인을 잡아내고 추궁하던 제가 나누고 베푸는 입장이 되니까 불필요하게 붙잡으려 했던 많은 부분을 내려놓게 됐고, 마음에 정말 편안해졌습니다.

-무료급식소를 찾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당연하겠지만 안타깝다는 생각이 큽니다. 평범한 사람이 노숙자가 되기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3개월이 채 안 걸려요. 하루는 말끔하게 입은 한 남자가 급식소에 와서 끼니를 떼우고 가더군요. 그리고 한 달쯤 뒤 여느 노숙자와 다를 바 없는 행색을 하고 밥을 먹고 있는 그를 봤습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이들과 다름은 종이 한 장 차이구나. 나 또한 한두 달 뒤에 이 사람들과 같은 처지가 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더 진심으로 다가가게 되고,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야겠다는 각오를 하게 됐습니다.

-기부활동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6~7년정도 됐어요. 사실 어느 단체인지 이름을 정확히 모르겠어요. 한사랑 뭐였는데, 매달 자동이체로 내고 있거든요(멋쩍은 듯 웃음을 보였다).

기부하게 된 계기도 담당했던 사건을 수사하던 중에 한 단체를 찾아갔는데 그곳이 독거노인들을 위해 봉사하는 곳이었어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 싶어 기부에 참여하게 됐어요. 단체가 중요한 게 아니고 누군가를 돕고 있다는 게 중요하니까 이름은 잘 몰라도 이해해주세요. 하하하.

-봉사활동에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신것 같은데 동료들과 함께 하고 계신 일도 있나요?
지난 3월에 서부서 직원들과 함께 곰두리봉사단 무료급식봉사에 참여했습니다. 저희 서부서도 지역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어요. 관저동의 한 봉사단체와 함께 어버이날 기념으로 삼계탕을 직접 만들어 관내 독거노인들에게 대접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김장김치도 담가서 나눠드렸습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2010년부터 7년째 봉사활동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됐습니다. 하지만 봉사와 복지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 도움의 손길을 건네지 못한 아쉬웠던 순간이 많았어요. 그래서 퇴직 후에 사회복지에 대해 공부해볼 생각이다. 아는만큼 효율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재를 진행하면서 윤용제 경위의 봉사활동 모습을 사진에 담아내기가 어려웠다. 으레 인터뷰를 요청하면 사진에 찍히는 것을 의식하기 마련인데, 그는 이날 유독 늦어진 식사 준비에 카메라에 눈길도 잘 주지 않았다. 그만큼 진심으로 봉사에 온 정신을 쏟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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