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민주주의는 촛불로 진화한다
[목요세평] 민주주의는 촛불로 진화한다
  • 김종남
  • 승인 2016.12.29 04: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남 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굿모닝충청 김종남 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바람 불면 꺼진다. 하늘을 찌르는 원성도 일상에 쫒기면 잦아든다는 정치적 주술이다.

하지만 촛불은 거대한 들판을 모두 태울 가능성 또한 갖고 있다. 2016년 박근혜대통령 탄핵촛불이 그랬다. 광우병 때도, 세월호 때도, 고 노무현전대통령 탄핵 때도 초는 민심으로 타올라 잘못된 정치를 불태웠다. 위기의 민주주의를 구하려는 찰나 촛불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몽둥이와 죽창과 총’, 혁명의 무기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손에 쥔 것이 촛불과 스마트폰이었다.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하기 전에, 헌재가 최종 결정을 내기 전에 사실상 대통령을 탄핵함으로써 사상초유의 비선실세 국정농단을 단죄한 것도 촛불이다. 촛불은 이제 국민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굳건하게 지키는 단 하나의 무기가 되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다. 이제 우리의 민주주의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행동하는 촛불과 함께 자란다고 써야 한다. 그리고 촛불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피의 역사를 통해 구축해온 민주적인 절차와 제도를 무혈의 촛불로 한층 고양시켜야 하는 책임까지 떠안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헌정질서가 주권자의 의지를 올바로 구현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선해야할 제도로서의 행정부, 의회와 정당이 주권자를 배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7년 이후 30년을 지탱해온 정치와 행정, 경제와 노동의 질서가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하기에 많이 모자란다는 것을 이 겨울의 촛불이 간파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거리의 촛불들은 뜨겁게 울분을 토해내던 광장에서 한 발 나가 더 나은 대한민국을 상상하고 함께 만들기 위해 자유롭고 냉철한 토론이 펼쳐지는 민회를 열고 있다. “우리는 어떤 사회와 국가를 원하는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최순실의 존재가 드러나던 날, ‘이게 나라냐!’는 탄식으로 시작한 촛불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불러내는 주문이 되었다.

나만 고립되었다고, 1257조원을 넘긴 가계부채도, 실업도, 늙은 가난도 다 내 능력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던 이들이 나와 너의 공통의 문제이자 구조적인 문제였다는 것을 확인했다.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수많은 나를 발견한 촛불들은 광장의 연대를 통해 문제 해결에 함께 나서자는 결의를 다진 동지가 되었다.

그리고 비로소 차분하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혁명을 완성할 시간이 도래한 것이다.

은폐된 진실과 민주주의를 구하려는 이백만의 인파가 다섯 시간을 머물러도 쓰레기를 남기지 않고, 부상자를 내지 않기 위해 기꺼이 광장의 질서유지요원이 되었던 시민혁명을 완성할 시간. 권력의 회복 혹은 탈환을 위해 정치권은 자기 시계를 다시 돌리기 시작했고 정당은 민의를 말하는 듯 대변하지 않기 시작했다. 구질서가 새로운 질서를 또다시 억압하는 순간이다.

이제 시민 누구도 주권을 그들에게 위임하고 싶지 않다. 아니 할 수가 없다. 신뢰할 수 없는 대통령과 정당과 재벌들에게 내 삶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되는 일, 그들 중 누구도 국민이 바라는 대로 하지 않을 것임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에 촛불은 스스로 그 일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구성할 원리와 구체적인 방안을 말하는 촛불시민의 민회가 여기저기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헌법을 공부하고 새로운 정치‧경제체제와 더불어 직접민주주의를 구현할 방안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조금 더 나가보자. 대전의 79개 동마다 다섯 명, 열 명의 시민이 모여서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해 얘기하는 민회를 만들자. 국민의 기본권을 강화할 방안,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의회와 지방시민이 고루 나눌 분권국가 이행방안을 만들어보자. 재벌과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는 경제를 노동과 시민이 통제하는 민주적 경제구조로 만들어보자. 마을대표 천명이 모인 자리에서 최종 토론하고 시민요구안으로 총화하자. 그리고 새로운 질서에 맞는 권력을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내자.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우리가 누군가? 대한민국 주권자다. 불량국가, 불구경제를 리셋할 수 있는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