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고민 Q&A] 성에는 정년이 없다 (85)
[어르신 고민 Q&A] 성에는 정년이 없다 (85)
  • 임춘식
  • 승인 2016.12.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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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굿모닝충청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Q. 수원에 살고 있는 81살 남성입니다. 5년 전 부인과 사별했지만 이성의 사랑이 그리워 가끔 외도도 하고 자위행위도 하곤 합니다. 부끄럽지만 병적인가요? 아니면 성의 정년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최근 종영한 한국방송 주말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80살이 넘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사이의 뜨거운 연애는 황혼의 로맨스를 ‘사회적 이슈’로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극중에서 청춘남녀 못지않게 정열적인 사랑을 나누며 뜨거운 키스를 하는 장면까지 선보였습니다.

‘황혼의 로맨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70대의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만화가 강풀의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연극으로 공연되는가 하면, ‘본격 노인 개그만화’를 표방하며 노인들의 성생활을 재기발랄하게 그려낸 만화가 윤태호의 ‘로망스’도 신문 연재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출연진 평균 나이가 61살인 뮤지컬 ‘러브’도 노인의 사랑을 그려 인기몰이를 한 바 있습니다.
‘황혼의 로맨스’에 대해 한결같은 목소리는 그들의 사랑이 결코 젊은이들의 사랑 못지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노인들이 사랑에 빠졌을 때 그들의 뇌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며 몸에선 어떤 변화들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노인들의 ‘사랑’에 대한 연구가 크게 부족한 반면, 노인들의 성생활에 대한 연구는 오랫동안 지속돼 왔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인들은 성관계 횟수가 젊은이들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거나 성생활을 아예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000년대에 실시된, 65살 이상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편과 아내가 함께 생활하는 경우 54%의 부부가 성적 접촉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으며 독신생활을 하는 경우에는 7%만이 성적 접촉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배우자가 성관계에 대한 관심이나 능력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남성이 1%, 여성은 14%였으며, 자신이 성관계에 대한 관심이나 능력이 없어졌다고 응답한 경우는 남성이 15%, 여성은 10%, 또 자신이 성적으로 무능해졌다고 대답한 것은 남성이 29%인 데 비해, 여성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고령자 부부가 성교를 그만두게 되는 나이는 언제일까? 미국의 조사에 따르면, 남성은 평균 76살, 여성은 70살이라고 합니다. 또한 기혼남성의 약 60%, 기혼여성의 90%가 ‘성교를 하지 않게 된 책임은 남자에게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런 추세는 최근 삶의 질이 향상되고 비아그라 등 발기부전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크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성생활을 하는 70대 독신 남성은 지난 30년 사이 30%에서 54%로, 여성은 0.8%에서 12%로 급증했습니다. 그런데 특히 나이 든 여성들 중에 성관계를 원하는 이의 수는 늘고 있으나, 성관계가 가능한 같은 나이대의 남성을 찾는 것이 힘들다고 토로했다고 합니다.

노인 성생활의 증가 추세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멋있는 이성을 보면 여전히 좋고 흥분되는가’라는 질문에 남자 노인의 84%, 여자 노인의 14.3% 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는 사실입니다. 여성은 덜한 반면 남성은 아직도 멋있는 이성에 반응했습니다. 특히 성생활을 하는 노인들이 그렇지 않은 노인들보다 삶의 만족도가 더 높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70대 노인들의 ‘왕성한’ 성생활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영화 ‘죽어도 좋아’가 개봉돼 큰 화제를 모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영화는 노인도 젊은이 못지않은 성욕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함으로써 노인의 성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성에는 정년이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왜 당신은 섹스를 하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조사에 참가한 2천 명은 ‘당신은 성생활에 만족하는가’라는 질문에 남성 56%와 여성 57%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질문의 내용을 약간 바꿔 ‘당신은 성관계를 충분히 영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56%의 여성과 68%의 남성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습니다.

무엇보다 고령자들의 특별한 사랑 통해 우리가 얻은 교훈은 간결합니다. 우리는 영혼만이 아니라 ‘육체와 뇌’라는 생물학적 기관을 통해 온몸으로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나를 제대로 이해할 때, 우리는 현명한 사랑에 눈을 뜰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내 사랑은 매우 특별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사랑은 결코 특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편적인 사랑의 법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임에도 온 인생을 통해 매번 남다른 색깔의 사랑을 펼친다는 점에서 우리의 사랑은 무엇보다 특별합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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