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너의 性을 말해봐” 성소수자가 떳떳할 수 없는 사회, 대한민국
[취재수첩] “너의 性을 말해봐” 성소수자가 떳떳할 수 없는 사회, 대한민국
  • 남현우 기자
  • 승인 2017.01.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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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우 기자

[굿모닝충청 남현우 기자] 지난달 중순, KAIST 총학생회로부터 조금 특별한 제보를 받았다. ‘커밍아웃’을 통해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밝힌 한성진 학생이 2017년도 학생대표로 출마한다는 내용이었다.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사안도 아닐뿐더러, 동성애에 대한 인식의 벽이 없진 않았기에 취재 여부에 많은 고민이 있었다.

어쩌다 사적인 자리에서 동성애가 대화의 주제로 떠오를 때마다 “나한테 피해주는 거 없잖아?”라며 긍정적인 대답을 하곤 했지만 막상 동성애자와 그 주제에 대해 얘기하려니 선뜻 나서지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났을까. 한성진 학생의 당선 소식이 전해졌다. 순간 모든 것에 대해 색안경 끼지 않고 바라보겠다며 기자가 됐던 내가 부끄러웠고, 곧장 연락을 하고 취재일정을 잡았다.

한 군과의 인터뷰를 통해 성소수자들의 ‘커밍아웃’이 사람들에게 자신을 밝히는 게 목적이 아닌, 자신에게 떳떳해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 거의 모든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기 전 ‘평범한 사람’처럼 되고자 노력한다.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민주주의, 자유주의라곤 하지만 기본적인 인식은 매우 ‘다수지향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성소수자들에 대해 ‘틀리다’고 보지 않고 ‘다르다’라고 생각하는 사회라면 어땠을까.

거꾸로 동성애가 통념인 사회에서 이성애자로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상상해본다면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 22일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가 ‘인권특강’을 개최했다. 이날 두 번째 주제인 ‘성과 인권’ 강연을 위해 한국성소수자 인권활동가인 ‘비온뒤무지개재단’ 한채윤 대표가 연단에 섰다.

1997년부터 성소수자들을 위한 인권운동을 펼쳐온 한 대표는 “처음 동성애자임을 알았을 때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녀는 “남들처럼 이성애자가 되고 싶어 수많은 노력들을 해왔지만 ‘왜 남들의 시선을 위해 거짓의 삶을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강연에서 동성애에 관련해 한 가지 예시를 들었다.

그녀는 “여러분은 동성애자에게 ‘이성을 사귀어보면 달라질 수 있지 않냐’며 권유한다. 그럼 반대로 여러분에게 동성을 좋아할지도 모르니 만나보라고 권유한다면? 당연히 ‘내가 왜?’라는 반응을 보일 것”라며 “동성애자도 똑같다”고 설명했다.

성소수자들은 이성애에 대한 거부하는 것도, 사회 통념상의 성 가치관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자아의 극히 일부분인 ‘성정체성’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내가 동성애를 해야 할 필요가 없듯이 그들에게 또한 이성애를 강요해서는 안된다. 적어도 모든 사람의 가치가 존중받아야 하는 민주 사회에서 ‘나는 동성애자’라고 스스럼없이 밝힐 수 있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은 데이트를 하게 되면 연인에게 예쁘게 혹은 멋있게 보이기 위해 고민한다. 그런데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연인이 아닌 제3자의 눈에 어떻게 보일까를 걱정한다. 자신과 아무 관계도 없는 누군가에게 더 남성스럽게, 더 여성스럽게 보여지려고 고민한다.

‘젠더무법자’라는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다룬 책에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의 기준은 남자다. 누군가를 처음 봤을 때 남자와 다른 점 세 가지를 빠르게 찾지 못하면 우리는 남자라고 판단한다’는 구절이 있다. 즉, ‘남자와 다르면 여자다’라는 이분법적 잣대를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인간을 단순히 ‘남자’와 ‘여자’로 나눌 수 있을까. 그리스로마신화에 ‘헤르마프로디테’ 이야기가 있다. 제우스의 전령이자 상업의 신 헤르메스와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사이에서 헤르마프로디토스라는 사내아이가 태어난다.

살마키스라는 요정이 반해 소년에게 애정공세를 펼치지만 소년은 단호히 거절한다. 집착을 하게 된 살마키스는 결국 신에게 자신과 이 소년이 한 몸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고 소년과 요정은 헤르마프로디테(자웅동체)가 된다.

그런데 신화 속에 등장하는 헤르마프로디테가 실제로 존재한다. 바로 ‘터너증후군’을 겪고 있는 사람들. 남자의 목소리를 가진 여자 또는 여자의 체격을 가진 남자를 일례로 들 수 있다.이처럼 외형마저 명확히 구분할 수 없음에도 수천만의 성적 가치관을 한 가지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이들을 소외시키는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 그 고민의 한 가지 기준인 성정체성. 이들이 평범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들의 특별함이 옳지 않은 것은 아니며 이 또한 존중받아 마땅한 인간의 가치관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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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코리안 2018-09-16 16:08:22
개성을 짓밟는 개한헬국. 대한민국? ㄴㄴ, 개한헬국 헬조선임

아이린 2017-01-05 14:21:02
또한 터너증후군은 희귀병이긴 하지만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의외로 흔한 질병중 하나입니다 (2500명중1) 성인될때까지 걸린줄 모르시는 분들도 게시고요 수정 부탁드립니다

아이린 2017-01-05 14:08:50
항의하고 싶어서 댓글남깁니다 저는 터너 증후군을 앓고 있는 20대 여자입니다 앞부분 까지는 내용이 괜찮았습니다 전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은 가지고 있지 않거든요 그런데 터너증후군을 성이 애매모호한 중성인 것처럼 쓰고 성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것처럼 쓰셨더군요 저는 한번도 제가 여자가 아니라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럴거구요 외형적으로도 일반인과 다를바 없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쓰셨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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