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우리는 살아가며 다양하고 높은 벽에 부딪친다.
그 벽에 좌절하고 힘들어하지만 담쟁이를 보라!
겨울이 깊어간다.
담벼락을 타고 빨갛게 물들어 가는 담쟁이가 어느덧 흰 눈을 맞으며 몸을 움츠린다.
움츠림은 도약을 위한 준비다.
단단한 시멘트벽에 뿌리를 단단히 붙이고 초록과 빨강으로 벽에 그림을 그린다.
담쟁이가 그린 그림 앞에, 그 생명력 앞에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다.
대단한 생명력이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그 벽을 타고 오른다.
혼자가 아니면 여럿이 힘을 모으고 절망과 좌절을 넘어 벽을 점령하고 타고 넘는다.
오르고 또 오르는 것이 담쟁이의 ‘운명’이다.
촛불시위 인파가 1000만이 넘어섰다.
촛불을 든 우리들은 담쟁이처럼 넘을 수 없는 벽을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모두가 힘을 모아 절망의 벽을 넘기 위해 손을 잡고 오르는 중이다.
한뼘 한뼘 한발 한발 오르다 보면 절망의 벽을 넘어 희망의 벽에 다다르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