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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쉬는 4.16] 포옹하는 인간에 대하여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기획 - 숨쉬는 4.16 (32) ‘거짓말이다’ 소설가 김탁환을 만나다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7.01.20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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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수사인 제가 실종자를 찾은 것이 아니라, 실종자가 저를 찾아 다가온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품에 안기듯 실종자의 머리가 제 어깨에 닿았습니다. 긴 머리카락이 제 가슴을 지나 명치까지 흘러내렸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우선 실종자를 살짝 밀어 거리를 뗀 후 모시고 나갈 방법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꼼짝도 못 한 채 그 자세 그대로 벽을 밀어 버텨야 했습니다. 손을 놓으면 벽이 완전히 무너질 것만 같았습니다. 어깨의 경련이 가슴과 등으로 내려갔습니다. 두 다리를 살짝 흔들며 자세를 바로 잡으려 하자, 실종자의 머리카락이 춤을 추듯 마스크를 가렸습니다. 10센티미터에 불과하던 시야가 거의 0에 가까웠습니다. 이 공간이 너무 깊고 좁다는 느낌이 확 밀려들었습니다. 목이 죄는 기분도 함께 들었습니다. 그때 실종자의 얼굴이 마스크 위로 천천히 올라왔습니다. 마스크를 지나쳐 올라가지도 않고 다시 내려가지도 않은 채,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보듯 멈췄습니다. 눈을 꼭 감은 채 잠을 자듯 평온한 표정이었습니다. 이 평온한 표정을, 진도에서 간절하게 기다리는 유가족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 121쪽 일부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굿모닝충청] 소설 ‘거짓말이다’의 주인공 나경수는 민간잠수사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선체에 들어가 시신을 수습했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산자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만날수 있다. 그것은 자연사가 아니기에 더욱 처연하다. 깜깜한 바다 속에서 시신을 포옹하고 올라오는 잠수사가 지상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건 한 장면만 봐도 충분히 짐작가능하다.

    맹골수도에서 시신을 거둔 잠수사들이 병원을 거쳐 법정까지 가게 된 과정은, 소설이 아니라 기가 막힌 현실이다. 차라리 국가라는 존재를 잊고 싶을 만큼 참혹하다. 소설을 쓴 김탁환 작가를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작가가 만났다.

    민간잠수사 김관홍과의 만남
    소설의 주인공 나경수는 고인이 된 김관홍 민간잠수사를 모델로 삼고 있다. 김탁환 작가가 그를 만난 것은 지난해 3월 2일, 당시 김 작가는 ‘416의 목소리“라는 팟캐스트 제작에 참여하고 있었다. 첫 만남에 대한 기억을 김 작가는 소설의 마무리에 이렇게 밝혔다.

    “나는 녹음실 밖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날 나는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대신 그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이곳을 다녀간 다른 출연자들의 목소리가 행성처럼 도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어쩌면 이 느낌을 살려 무엇인가를 쓸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김관홍 잠수사의 목소리를 그날 듣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를 쓸 수 없었을까. 그렇다고 망설임 없이 답하겠다.”

    김 작가는 해군에서 군 생활을 했고 해군사관학교 교수를 지냈기 때문에 바다 사정을 상대적으로 잘 아는 편이다. 그런 점에서 민간잠수사와 이야기를 나누기가 편안했다.

    “김관홍 잠수사와 여러 명의 민간 잠수사들을 만나면서 새로 알았던 것은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 그 뒷 이야기들 인거죠. 크게 보면 세월호가 침몰하기 까지 하나의 섹션이고, 침몰해가는 과정에서 구조하고 탈출하는 한 섹션이 있죠, 그리고 배가 완전히 넘어가고 나서 그 뒤가 세 번째 섹션인데. 소설은 이 부분이라고 보면 됩니다. 세 번째에서 가장 중요했던 부분은 배 안에 들어가서 희생자들을 수습했던 잠수사들입니다. 하지만 책이나 다큐멘터리도 나와 있는 게 없어서 책을 쓰게 된거죠”

    김관홍 잠수사를 만난 게 3월초, 집필을 완료하고 퇴고에 들어간 게 지난해 6월이니 장편 하나가 나오기 까지는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첫 만남이 인상적이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주인공이 입심 좋은 이야기꾼이라서 함께 이야기가 흘러간 것이었을까.

    “김관홍 잠수사를 만나고 난 후부터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 친구와의 만남도 무척 강렬했어요. 본인이 굉장한 이야기꾼이었던 측면도 있었죠. 사실적인 상황에서 자기가 느꼈던 감정을 잘 전달하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 친구가 직접 글을 쓰지는 않았지만 서브 작가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취재도 같이 다니고, 25명 민간 잠수사들의 자료도 챙기고, 계속 도와줘서 작업을 빨리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잊지말아야 할 세월호 참사
    김탁환 작가는 역사 장편소설을 많이 썼다. ‘방각본살인사건’, ‘열녀문의 비밀’, ‘열하광인’, ‘불멸의 이순신’, ‘허균 최후의 19일’, ‘리심 파리의 조선 궁녀’, ‘목격자들’ 등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흡입력있게 펼치는 능력이 탁월하다.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자신이 살던 시대에 일어난 참혹한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의 접근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궁금했다.

    “이건 당대의 일이니까요. 그 이전의 소설은 문학이 갖는 영향을 생각한 측면이 있죠. 문학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관념의 영향권이 있었던 반면 이 소설은 문학이 갖는 영향보다 세월호 참사의 속사정을 잘 몰랐던 사람들이 그 진실을 알기 원한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죠.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접근하는 통로로 이 소설이 있기를 바랬죠.”

    세월호 참사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충격은 꽤 오랫동안 이어졌다. 살아남은 학생들, 희생자의 가족들 뿐만이 아니었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시민들 상당수도 정신적 공황에서 헤어나기 어려웠다. 시위와 집회도 이어졌고 진실을 규명하라는 목소리는 각계각층에서 퍼져 나왔다. 글을 쓰는 작가에게 세월호 참사가 던져준 충격은 무엇이었을까. 김탁환 작가는 쓰는 행위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고 했다.

    “참사 자체에 대한 충격은 우리가 다 겪은 일이고요. 작가로서는 큰 비극이나 큰 사고에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되는지에 대한 생각들이 많아졌죠. 물론 작품 자체를 고민한다기 보다는, 이런 사건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들은 무엇을 할 수 있나. 고민들은 계속 진행형이라고 봐요. 그리고 그 이전까지는 작품을 쓸 때 스토리나 미학적 완결성을 계속 추구하거나, 작업이 끝나면 다른 소재나 주제를 찾아서 점핑하는 형태로 살았는데요, 세월호 참사는 그런 게 아닌 거죠. 계속 낮은 포복을 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김 작가는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이 병행해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쓰는 작업에 모든 걸 다 담는 건 불가능하기에 본인이 보여줄 수 있는 것과 잘 할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려고 한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세월호는 자신의 일부가 될테고, 다른 소재의 작품을 쓰더라도 직간접적인 영향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김관홍 민간잠수사와 석달 동안 거의 일주일에 두 세 번 씩 만나서 붙어 다녔고, 제가 퇴고할 때도 얘기를 나누었고요. 제가 작가 인생이 21년차인데 소설의 모델이 되는 사람이 퇴고할 때 죽은 경우는 처음이니까요. 저한테도 굉장한 쇼크였죠. 우리에게 세월호 참사가 여러 가지 과제들을 던져주었지만,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세월호 유가족들만 남겨진게 아니라 우리도 남겨졌고. 민간잠수사도 만났지만 그 가족들도 남겨졌잖아요. 제가 나이 들어서 만난 새로운 관계들이니까, 앞으로 작업에 당연히 영향을 미칠겁니다”

    김 작가는 남겨진 사람이란 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자신도 남겨졌기 때문에 고 김관홍 민간잠수사의 생애를 알리고 가족들을 도와주는 일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스토리펀딩을 통해 가족들을 돕고, 진행중인 영화작업을 통해 계속 김관홍 잠수사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것이다,

    소설 속 나경수 민간잠수사가 맹골수도에 도착한 것은 4월 21일, 구조가 가능한 골든타임도 지난 뒤였다. 그는 구조를 하러 간 것이 아니라 수색과 수습을 하러 갔다. 그날부터 7월 10일 철수까지 이미 숨이 끊긴 이들을 모시고 나온 것이 전부였다. 그 과정에서 무서운 잠수병에 걸린 이들이 대부분이다,

    “자, 나랑 내기할까요 스물다섯 명의 잠수사 중에서 몇 명이나 현업에 복귀할 것 같습니까? 정밀검사를 결과를 놓고 예측해 볼까요? 최소한 절반은 산업잠수사로 돌아가지 못할 겁니다. 대형 참사에서 실정자를 수습하기 위해 병을 얻어가며 최선을 다한 잠수사들에게 대체 이 나라는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아니,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할까요”-소설 207쪽 일부

    죽음을 인양하기 위해 그들 또한 생명을 걸었다. 잠수병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그들만이 안다. 국가가 잠수병 치료를 중단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까지 마주친 그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누가 이 나라를 위해 나서겠습니까? 망할 놈의 세상입니다”이런 절규는 소설의 상황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생업도 포기하고 자발적으로 구조 작업에 참여하셨던 김관홍 잠수사는 2016년 6월 17일 새벽, 먼저 세상을 떠난 세월호의 학생들 곁으로 갔다.

    포옹하는 삶
    김탁환 작가는 소설을 낸 이후 전국 각지를 돌며 독자들을 만났다. 책을 알린다는 생각 보다는 세월호 참사를 많은 사람들이 잊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독자와의 만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 질문은 정부에 대한 불신과 감시에 대한 의문이었다.

    “초기에는 이걸 쓸 때 경찰이나 기관에서 전화오지 않았냐? 이런 걸 써도 잡혀가지 않냐 이런 식의 질문들이 많았어요.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가 알려진 이후에는 상황이 너무 바뀌어서 그런 질문은 별로 없는데요. 요즘은 왜 죽어갈 때 국가가 왜 구하지 않았느냐 하는 질문이 많죠. 저도 자료를 보고 공부를 하고 있는데, 답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죠”

    김 작가는 오는 4월 쯤,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단편들을 모아 또 한권의 책을 낼 예정이다. 작가는 어떤 얘기들을 던져줄까. 분명한 것은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되새기게 될 것이란 점이다. 어느새 세월호 참사 3년이 가까워온다. 포옹을 기다리는 이들은 여전히 세월호에 갇혀있다.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김탁환 작가의 말로 포옹하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생각한다. 남겨진 사람이기에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나는 하나의 단어를 이해하기 위해 질문을 만들고 장편을 쓴다. ‘거짓말이다’에서 내가 이해하고 싶었던 단어는 ‘포옹’이었다. 지금은 누가 누구를 끌어안고 있는 장면만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저 두 사람은 왜 끌어안고 있는 걸까. 내 소설에서는 두 번의 포옹이 나온다. 민간 잠수사 나경수가 침몰한 세월호 안에서 희생자 종후를 안고 나오는 것이 첫 번째 포옹이고, 광화문 시위에서 물대포를 맞고 있는 나경수를 종후의 아빠인 윤태식 씨가 포옹하며 보호하는 것이 두 번째 포옹이다. 지난 토요일 1000일 집회에서 나는 세 번째 포옹을 보았다. 생존 학생들과 희생학생 유가족들의 포옹. 저 포옹의 깊이를 과연 내가 가늠할 수 있을까. 그리고 오늘 497이란 숫자 앞에서 남겨진 민간 잠수사의 가족을 따듯하게 품는 네 번째 포옹을 보고 있는 것이다. 포옹하는 인간으로, 포옹을 쓰는 작가로 살아야겠다. 그것이 세월호 참사가 내게 가르쳐준 새로운 길이란 생각이 많이 드는 아침이다.”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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