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충청대망론에 고함
[특별기고] 충청대망론에 고함
  • 육동일 한국주민자치중앙회 회장, 충남대 교수
  • 승인 2017.01.20 11: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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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일 충남대 교수

최근 충청출신 대통령 잠룡들이 이른바 충청대망론을 경계하는 발언을 잇달아 쏟아내는 바람에 충청민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충청대망론이 마치 신지역주의를 표방하는 양 해석되어왔기 때문이다. 이참에 충청대망론의 진정한 시대적 의미와 과제에 대해서 올바른 이해와 인식의 정립이 필요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정유년 새해가 밝았음에도 아직도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최순실 문제로 해가 뜨고 해가 진다. 빛이 어둠을 이기고, 참은 거짓을 물리쳐 줄 것이라는 희망의 끈만을 겨우 붙잡고 있는 동안 어느새 우리 국가의 위상과 품격은 이미 나락으로 떨어져 있음을 절감하고 있다.

일본은 부산 소녀상 설치를 항의하며 주한일본대사와 총영사를 귀국시켜버렸다.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했다며 통화스와프 협상도 중단을 선언했다. 협상을 해도 한국은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는 대단히 성가신 이웃이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고 있다. 심지어 “독도는 일본땅” 이라는 말도 스스럼없이 되뇌고 있다. 사드배치 결정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도 한류금지령을 포함해서 화장품 수입 불허, 전세기 운항중단 등 경제통상 보복을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 심지어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략폭격기를 띄워 우리 항공구역에서 무력시위까지 했다.

사실상 대통령이 부재한 우리로서는 속수무책이자 독립국가로서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미국의 새 대통령이 될 트럼프조차 주한미군 철수를 앞세워 방위비 분담을 크게 요구하고 있다. 그야말로 주변 국제관계가 구한말을 방불케 하는 실정이다. 국민들의 자존심은 차치하고라도 우리나라가 놓인 상황은 사면초가의 위기라 아니할 수 없다.

2016년은 대한민국이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에 29번째 회원국이 된지 20년이 되는 해였다. 지난 기간 국가총생산(GDP)규모는 세계 11위, 무역규모 1조불로 세계 8위의 경제대국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빠르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2만불에서 3만불로 10년째 가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세계 5위의 자동차 산업은 인도에 추월당했고, 한때 세계 제일의 조선산업은 17년만에 일본에 다시 뒤지게 되었다. 국가경쟁력은 2007년 11위까지 진입하기도 했지만 작년 4년째 26위에 머물고 말았다. 오직 자살률, 저출산율, 이혼율, 해외입양율, 사교육비, 노인빈곤율 등이 세계 1,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을 뿐이다.

이런 총체적 위기 속에 대통령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얼마 전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반 전 총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그리고 정운찬 전 총리 등의 출신지가 충청권이기 때문에 충청대망론이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 13대, 14대, 15대 대통령선거에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는 데에는 충청권의 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3당 합당, DJP연합 그리고 신행정수도 건설 공약이 선거승패를 좌우한 전략과 정책이었는데 이는 모두 충청권과 관련이 있는 것이었다. 충청대망론이 여전히 힘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역대 선거에서 충청의 지지를 얻고 승리한 정권들은 하나같이 결과가 기대만큼 성공적이지 못했다. 선거승리에 기여한 충청도 역시 정권의 보조자였을 뿐 대우받지 못했다. 충청권 대선공약들은 선거후 대부분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채 표류 또는 변질되었는가 하면, 개각과 권력기관의 인사 때마다 주요 자리에 충청출신 인사가 등용되었다는 소식은 가뭄에 콩 나듯 하고 말았다.

오히려 한국정치는 영·호남이 쥐락펴락하면서 주요자리는 돌아가며 독차지했다. 그 결과 지역감정은 심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역패권주의는 더욱 고착화되었다. 특정 집단과 지역의 기득권과 특권은 공고화되고 부정과 부패는 근절되지 못했다. 집단과 지역간은 물론 세대간, 계층간 격차와 불균형은 그 간격이 최대로 벌어져서 손쓰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더욱이 그 격차는 대를 이어 세습되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실업자는 역대 최초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청년실업률은 9.8%를 기록해서 사상 최악이었다고 한다. 청년들은 더 이상 포기할 것이 없다고 절규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 우리는 더 이상 지역, 이념, 세대의 진영논리에 갇혀있을 상황이 아니다. 대선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올바른 리더십을 가지고 지금의 혼란과 위기를 극복해서 대한민국을 재도약시키고 국민들에게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미래비전과 정책 및 실행전략을 내놓고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2013년부터 충청인구수가 호남을 초월해서 그 차이가 현재 17만 명에 이르고 있으니 충청지역에 어필하고 싶은 유혹은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충청민들은 지역출신 후보라 해서 무조건 표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 보다도 지금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구현, 국가경쟁력의 강화, 특권과 격차의 타파, 그리고 분권과 자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안목과 역량 있는 지도자를 충청권이 앞장서서 선택할 것이 분명하다.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 이것이 이 시대 진정한 충청대망론의 의미이자 숙제가 될 것이다.

충청권은 역사적으로 고려시대 신분해방 운동을 주도한 망이․망소이 형제를 비롯해서 조선시대 성삼문, 박팽년의 충정절개과 예론의 대가 송준길, 송시열 선생, 그리고 유관순, 윤봉길 의사, 한용운, 김좌진 장군 및 김복한, 안병찬, 이설 등 의병장을 배출해서 조국의 독립을 찾고 병든 사회를 개혁하는데 앞장서온 명예와 자존심을 이번 대선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충청권의 현명한 판단과 실행으로 백척간두에 서있는 대한민국을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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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초 2017-01-22 18:35:19
육교수님의 말씀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참으로 나라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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