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황해동 기자] 설 연휴를 전후로 ‘제3지대’의 물밑 연대 움직임이 숨 가쁘게 펼쳐졌다.
이른바 ‘빅텐트’론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점쳐진다.
‘빅텐트론’은 개헌을 고리로 한 대선정가의 주요 변수 중 하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그 정점에 있길 원한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정치력에 있어서 상당부분 한계를 드러냈다.
정당과 의회 경험이 없어서인지, ‘정당이 뭐가 중요하냐’며 민주주의 기본 요소에 대한 인식 결여를 드러냈다. 국가를 이끌어갈 리더십, 정당 창당의 추동력마저 검증되지 않았다.
다만 벼랑 끝 보수세력의 절박감에 올라 타 기회를 엿보고 있다. 대선 후보를 내지 못하고 있으면서 김대중, 노무현에게 정권을 넘겨줘 본 시린 기억을 되새기고 있는 새누리당은 반 전 총장을 얻지 못하면 또 다시 정권을 넘겨준다고 보고 있다.
기득권, 보수세력에게 그는 문재인 등 야권 유력주자들을 공격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로 보인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등이 이합집산을 통해 여권 재구성에 나설 경우다.
4월 말 조기대선이 치러진다면, 반 전 총장이 지금처럼 단기필마로 움직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본인도 제3지대의 구심점이 되고 싶다는 속내를 보였다.
독자적 정치 행보를 통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사실을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래서일까. 반 전 총장은 설 연휴를 전후로 김종인, 손학규, 박지원, 정의화, 김형오 등 제3지대로 분류되는 굵직굵직한 인물들과 접촉했다. 새누리당 초선, 재선, 삼선의원들과도 만났다. 새누리당 등 보수층의 지지 의원들을 규합해 범여권 후보로 올라선 후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과 막판 연대를 추진하겠다는 심산이다.
반 전 총장은 연휴를 전후해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등과 만났다.
박지원, 김종인, 손학규, 안철수, 정운찬 등도 각개의 만남을 갖고 개헌과 결선투표제 도입 등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제3지대에서의 성과가 들려오지만, 반 전 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빅텐트’ 구성에는 전제조건이 강하게 달리고 있다. 반 전 총장을 만난 인사들은 그가 보수진영에 남을 경우 함께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빅텐트’ 구성의 변수는 문재인 대세론이다. 문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반문 연대를 기치로 ‘빅텐트론’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반사이익을 고스란히 흡수하고 있는 문재인의 대세론을 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문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연대하는 길뿐이기 때문이다.
정체성과 정치력에서 한계를 드러낸 반 전 총장이 그 구심점이 될 수 없다는 점에는 정치권의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와 비견해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행보는 여야를 아우르는 안정감이 엿보인다는 평이다. 야권 후보이면서 보수층에게도 안정감을 전하는 행보가 돋보인다는 것이다. 여당 내에서도 ‘시간이 조금만 더 있으면’ 문재인과 상당한 경쟁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안 지사는 시대교체를 주장한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을 품을 것이라 했다. 경제 정책도 지난 여섯 명의 대통령이 펼친 정책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기존 진보와 보수의 이념을 넘어서겠다는 의지다.
현재로선 안 지사에게 시간은 ‘독’이다. 그러나 ‘활주로가 짧아도 수직이륙이 가능한 비행기’라는 안 지사 측의 주장대로 시간이라는 독이 약이 될 수도 있다.
근본부터 흔들린 나라를 바로잡을 수 있는 ‘선수’가 누구인지 고민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