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대전판도라 해법
[목요세평] 대전판도라 해법
  • 김종남
  • 승인 2017.02.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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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남 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굿모닝충청 김종남 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우리는 참으로 복합위험의 시대에 살고 있다. 자연적으로 발생한 지진의 위협뿐만 아니라 지진으로 인해 핵 시설사고가 가져올 끔찍한 재난에 대해서도 걱정하며 살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생태적‧기술적 위험들은 개인적으로 회피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 그래서 국가와 사회시스템을 통해 위험을 통제하고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재난안전관리체계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각종 위해를 관리‧통제함으로써 국민안전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도록 한 정부와 정부기관들을, 그들의 결정을 신뢰할 수 없다는 데 근본적인 위기가 존재한다.

유성 핵시설들을 둘러싼 정부와 원자력연구원, 지역주민들 사이의 갈등은 ‘언제나 있고 또 없는’ 방사능 위험에 대한 것으로 이번 대선을 관통할 탈핵정책 중 하나이다. 핵 위험의 확대는 이명박정권의 원자력르네상스에서 격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원전수출정책과 핵기술 국산화정책, 핵연료싸이클 완성정책은 대전의 한국원자력연료 핵연료생산라인의 증축에 이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연구시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원자력연이 원전에서 태운 핵연료의 성능시험 등을 위해 사용후핵연료를 반입하고 각종 시험을 공식적으로 해왔다는 것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조기대선이 임박하면서 대전 방사능 안전을 놓고 
위험한 소통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니 주민안전이 아니라 
지역 이익을 챙기는 장사로 변질될 듯하다
150만 생명 담보하는 위험한 거래는 안된다”

원자력계가 방사능위험이 안전관리체계에 의해 비교적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장담하지만 연간 약 0.6회 꼴로 일어나는 하나로원자로의 사고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방사성폐기물의 관리 부실은 핵 시설의 과학적 관리 주장을 불신하게 만든다. 원자력연 등 핵 시설들의 잇따른 기능 확장에 대해 지역사회와 주민들은 관련 정보는 물론 정책결정에서 완전히 배제돼 불안을 가중시켰다. 대전시와 유성구 등 주민의 안전을 최일선에서 책임져야 할 지자체는 관련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었을까? 낙관하기 어렵다. 결국 주민과 지역사회의 통제 밖에서 지역사회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결정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그 결과는 지역주민에게 오롯이 귀속되는 위험의 구조화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구조적인 위험을 지속적 문제제기를 통해 드러낸 지역시민사회가 방사능 위험을 자율적으로 통제하거나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시민사회의 능력과는 무관한 사회구조와 체제 탓이다. 대전시민의 삶과 안전을 크게 위협하는 결정이 대전지역사회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뤄지는 정치사회적 구조.

울리히벡은 위험사회가 첨단과학기술에 내재한 위험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사회라고는 했지만 그런 위험을 회피하는 결정을 할 능력 또한 사회구성원들이 보유하고 있다고 믿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 발전을 중단하거나 축소한 서구의 사회적 경험이 그러한 낙관론을 뒷받침하는 근거일 것이다. 그에 비하면 후쿠시마를 가장 가까이에서 겪었고, 고리와 월성원전 근방에서 강도 높은 지진을 경험하고도 핵산업의 뒤늦은 확장을 꾀하는 우리의 사회‧정치적 여건은 참으로 후진적이다. 올해는 원자력계와 기술관료주의가 결합해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를 통한 우라늄 및 플루토늄 회수와 혼합연료에 의한 고속증식원자로 실험을 1천억여 원의 혈세를 들여 사업화하기로 결정했다. 고속증식로는 핵 선진국에서 이미 실패한 기술로 판명됐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조기대선이 임박하면서 대전지역의 방사능 안전을 놓고 위험소통이 한창 진행 중이다. 정치인들은 통제되지 않는 위험확대에 저항하는 주민들에게 안전조치 강화를 약속하며 정부에는 법적‧재정적 보장책을 요구하고, 원자력연을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안전검증테이블로 끌어냈다. 주민의 불안을 지렛대삼아 ‘통제된 위험’을 실험실에서 체험하게 하고, 하나로원자로와 방사성폐기물 중간저장소 기능을 하는 원자력연의 존재로 인해 지역사회가 감내하는 위험비용에 대하여 재정지원을 확대하도록 정부에 촉구하는 방식이다.

주민안전이 아니라 지역이익을 챙기는 위험장사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에서 분명히 할 것은 이러한 결정이 150만 도시 대전에 방사능위험의 항구화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위험을 덧씌울 가능성이다.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안전을 위협하는 핵시설의 폐지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이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과 함께 사는 법을 제도화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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