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광장] 여성에게 국가란 없다
[청년광장] 여성에게 국가란 없다
  • 강보배
  • 승인 2017.02.07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보배 한남대 정치언론국방학과 3학년

[굿모닝충청 강보배 한남대 정치언론국방학과 3학년] 20세기 영국의 작가 버지니아 울프가 말했다. “여성에게 국가란 없다.” 얼마 전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의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보고 이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대한민국 출산지도는 국민이 출산 통계와 출산 지원 서비스를 쉽게 찾도록 만든 웹사이트다.

이 웹사이트는 가임기 여성의 숫자를 지도로 시각화해 시민에게 잘 볼 수 있도록 해 논란을 빚었다. 이 지도를 두고 ‘여성을 가축 취급한다’, ‘저출산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공개 당일 사이트는 폐쇄됐다.

가임기 여성 수 통계는 필요하다. 국가가 인구를 다양한 분류로 묶는 것은 그 분류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출산율을 올린다는 이유로 일반 국민에게 가임기 여성 숫자를 보기 쉽게 만들어 내놓은 점이다. 이에 더해 지역별로 순위까지 매겨 공개했다. 행자부는 이 사이트의 목적을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통해 저출산 극복의 국민적 공감대를 높이기 위해” 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낮다는 것은 이미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하다. 행자부가 말하는 공감대는 결국 ‘이만큼 여성들이 많이 있는데 출산율이 낮다’는 인식의 확산이다.

수만 명의 가임기 여성이 있으니 마음껏 비난해 달라고 말하는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아 여성의 신체, 국민의 인식을 교묘히 통제하려 든다. 국가는 국민을 가축 취급해 통제만 하고 저출산 책임에서 빠져나간다.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며 저출산도 여성 개개인을 비난할 문제가 아니다. 출산율은 오히려 1995년 1.08%에서 2015년 1.28%까지 증가했다. 출산율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전체 인구 대비 가임기 여성 수가 줄어 실질적 신생아 수가 줄어들고 있다.

인구는 급작스럽게 줄지 않았다 총 인구 대비 가임기 여성 비율만 1995년 21.7%에서 2015년 17.8%로 크게 하락했다. 가임기 여성 수가 크게 줄어든 데는 1980년대와 90년대 태아 성 감별에 의한 여아 낙태 때문이다.

당시 태어난 여성들이 지금 2030세대이며 가임기 여성이다. ‘다행히’ 세상에 태어난 여성들에게 국가는 대책 없이 출산 압박만 하고 있다.

출산 후 경력단절, 낮은 가사 분담률, 현실에 맞지 않는 출산 정책 등 대한민국은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좋은 사회가 아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대안도 없이 여성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20세기 영국의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의 말이 21세기 한국에서 아직도 유효하다. 여전히 여성에게 국가란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