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고민 Q&A]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불쌍해요 (90)
[어르신 고민 Q&A]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불쌍해요 (90)
  • 임춘식
  • 승인 2017.02.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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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굿모닝충청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Q. 며칠 전 폐지를 줍는 동네 한 노인(남, 80)이 자신의 끌고 다니던 리어카 폐지 무더기에 깔려 숨진 끔직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10여 년 동안 폐지를 열심히 주어 홀로 단신 생활을 하던 불쌍한 노인이었습니다. 하루에 모은 폐지를 팔아야 고작 7-8천 원 정도의 벌이라는 노인의 이야기가 오늘 따라 생각이 문득 납니다. 그런데 주위에서 듣자하니 전국에 폐지 줍는 노인이 170만 명이나 된다고 하는 데 그게 사실입니까?(남, 서울 노원구, 81세)

A. 참으로 안타가운 사연입니다. 전국에 폐지를 주워 생계를 꾸리는 노인은 모두 175만 명의에 달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합니다. 열악한 노인 일자리 현실을 들려줍니다.

삶의 기반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헌 옷 따위나 파지, 고철을 주워 넝마주위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는 특별한 기술이 없는 밑바닥 사람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생계형 수단 이였으나 빠른 경제 성장으로 차츰 넝마주이는 사라지고 고물상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경제성장과 더불어 시대가 변하며 넝마주이란 말은 사라졌지만, 언제인가부터 도시빈곤층을 중심으로 신 넝마주이가 우리 사회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실로 심각한 문제는 차상위계층을 포함한 노인빈곤층이 신 넝마주이로 전락해 과거 암울했던 시대처럼 파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길을 걷다가 폐지 줍는 할머니, 할아버지 종종 마주치게 됩니다.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겨워 보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굽은 허리, 깡마른 팔과 다리로 폐지 리어카를 끌고 가는 장면을 보노라면 달려가 밀어드리고 싶습니다. 어두운 밤에 리어카에 실은 폐지와 고철은 노인의 키보다 높습니다. 이 정도 폐지를 팔고 받은 돈은 하루 7천 원이 고작, 하지만 노인은 환한 표정으로 돈을 받아 쥡니다.

기운이 펄펄 넘치는 태양도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새벽, 남들보다 라면 박스 한 개, 신문지 한 장이라도 더 주우려면 노인들은 부지런히 골목 쓰레기통과 셔터 내려진 가게 앞을 뒤지고 다녀야 합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까지 주운 폐지를 '고물상'이라고 흔히 부르는 재활용센터에 넘기고 손에 쥐는 돈은 그야말로 푼돈 수준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고된 노동을 생각하면 폐지와 고철 값이라도 좀 올라주면 좋으련만, 자꾸 내려가니 수레는 무거워지지만, 지갑에 들어오는 돈은 가벼워져만 갑니다.

그런데 서로 폐지 줍는 것 때문에 싸우는 일도 흔합니다. 특히 교통사고에 노출돼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도시계획법에 따라 고물상이 거의 도시 밖으로 빠져나가 어르신들이 폐지를 가지고, 한두 시간씩 고물상을 왔다 갔다 하는 편이며. 이른 새벽에 폐지를 주워서 늦은 저녁에 가다 보니까 위험에 노출되는 일이 많습니다.

보통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은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차도를 다니거나 무단횡단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야간 및 새벽시간대 주로 활동하여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아 교통사고에 쉽게 노출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자체에서는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교통안전을 위해 야광 반사 끈을 부착하여 안전사고 예방에 배려하기도 합니다.

“일하는 노인의 경우 우울증이 나타나는 비율이 18.7%, 일하지 않는 노인의 경우 우울증 비율이 33%”라며 “일하시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자존감을 높이고 보람 있게 일 할 수 있는 노동여건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해야 할 시점입니다.

생계를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한 노인들은 새벽이슬 맞으며 오늘도 위험한 거리를 헤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취약한 사회 안전망, 낮은 복지 수준과 복지 사각지대를 고려할 때 쉬이 지나칠 문제가 아닙니다. 고령사회 속 경제적으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노인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때입니다.

노인 빈곤은 단지 노인들, 저소득층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직장을 다니며 불안감에 시달리는 중산층, 그런 직장마저 얻지 못해 절망에 빠져 있는 청년층 모두의 문제입니다. ‘폐지 줍는 노인’은 ‘헬 조선 세대’의 미래일지 모릅니다. 현재의 폐지 줍는 노인도, 미래의 폐지 줍는 노인도 모두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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