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이고 온’ 설동호 교육감
[노트북을 열며]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이고 온’ 설동호 교육감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7.02.14 13:3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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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영 사회문화팀장

대전시교육청은 13일 국회에서 올해 교육사업 설명 및 현안과제 협조 요청 위한 ‘대전지역 국회의원 초청 교육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시교육청 차원에서 국회의원들을 초청한 첫 자리라는 의미와 함께, 대전지역 의원 7명과 설동호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청 관계자가 대거 참석해 큰 관심과 기대가 모아졌다.

특히 설 교육감으로선 자신의 역점 사업인 대전국제중고 설립 및 특수학교 신설, 유성구 서남4중학교 설립을 위해 당장 필요한 개발제한구역 규제완화 및 관리변경계획 해지 승인, 교육부 중앙 재정투자 심사 통과, 정부 재정지원에 대한 국회 차원의 협조가 절실했다.

실제로 그는 이 자리에서 많은 부분을 대전에 국제중고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데 할애했다. “(가정형편이) 좋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아니라 가정과 소득에 관계없이 아이들이 자신의 역량을 기를 수 있는 학교로 만들겠다”는 각오까지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지역 의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상민 의원(유성을)은 “국제중고 설립 문제는 극소수의 학생들에게 특별히 집중 지원하는 것이 보편적인 가치에 맞는가 여전히 의문점을 떨칠 수 없다”며 “일반 중고에 투입돼야 할 자원을 성적과 가정이 좋은 학생들에게 집중 되는 것이 아닌가 충분히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승래 의원(유성갑)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학교교육이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교육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뒤 “국제중고라는 것이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맞는지 다른 각도에서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이은권 의원(중구)이 “국제중고가 대덕연구단지도 있지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외국의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여 대한민국을 발전시키려는 취지가 있다”며 공감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지만 나머지 의원들은 더 이상 이에 대해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으로 학교 설립에 가장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정용기 의원(대덕구)은 “대덕구 관내 추진하고 있는 특수학교와 관련해 당장 27일 공청회까지 한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개발제한구역관리계획 변경에 대한 어떠한 협조요청도 받아보지 못했다”며 “도움을 드리고 싶어도 내용을 전혀 모르는데 어떻게 도움을 주느냐”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대전시교육청은 개발제한구역에 위치한 구 신탄진용정초 용호분교 폐교 부지에 2020년 특수학교를 개교할 계획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개발제한구역관리변경계획 수립과 국토교통부장관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또한 2019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대전국제중고 역시 구 유성중 부지 남측 약 5000㎡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정 의원의 협조가 아쉬운 형편이다. 현재 개발제한구역 내 학교 신축은 거주하는 학생을 주로 수용하는 초·중·고와 특수학교 신축으로 제한되어 있어 전국단위 모집인 국제고 설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간담회가 이렇게 흐르다 보니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일부러 국회의원들을 초청한 설 교육감으로선 차라리 아니 한만 못한 자리가 됐다.

대신 국회의원들의 당부와 질책은 엉뚱한 곳에 집중됐다. 의원 대부분은 하나같이 교육청 의제에 없던 대전예지중고등학교 학사파행을 거론하며 학생들의 피해가 없도록 교육청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한편, 학교급식 개선·학교운동장 개방·학생인권조례 제정·학생수 감소·예술교육 확대 등 지역구 관련 주문을 쏟아냈다.

대전시교육청과 설 교육감 입장에선 도움은 못 줄망정 부탁만 하는 지역 의원들이 야속할 법도 하겠지만, 사전조율과 준비 없이 다급하게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결국 ‘혹 떼러 갔다가 혹 하나 더 붙이고 온’ 격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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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큰그림 2017-04-06 08:20:36
향촌의 백성을 다스릴때는
억울한 백성이 없는가 살피는것으로
하여라...
갑질하는자가 활개치는 대전을
보통이들도 살수 있게 해주세요.
갑질천국 대전

공평인 2017-02-17 02:33:54
두루두루 살피며 교육정책을 잡으셔야지요..
새로운 것만 추진하는것이 꼭 성과는 아니죠

중구인 2017-02-14 17:34:30
그러길래 공급자 입장에서만 교육정책을 펼치지 말고 수요자들의 요구를 귀담아 들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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