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광장] 그들에게 수면은 피로회복제가 아니었다
[청년광장] 그들에게 수면은 피로회복제가 아니었다
  • 전민영 한남대 학생
  • 승인 2017.02.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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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영 한남대 정치언론국제학과 4학년

[굿모닝충청 전민영 한남대 정치언론국제학과 4년]사회초년생 A(25) 씨는 휴일의 반을 잠으로 보낸다. 틈틈이 눈을 뜰 때면 회사에서 못 끝내고 온 일, 오늘 안으로 마쳐야 하는 일 등이 떠오른다. 방대한 양의 업무들이 그를 짓누른다. A 씨는 괴로움을 잊기 위해 다시 이불을 뒤집어쓴다. 잠에 빠지면 고통스러운 순간이 지나갈 것 같기 때문이다. A 씨의 증상은 현실 부정을 잠에 의존하는 ‘수면과다증’, 의욕적이던 사람이 갑자기 신체적, 정신적 피로로 무기력해지는 현상인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으로 볼 수 있다.

필자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내가 감당해야 하지만 감당하기 너무도 벅찬 일’에 부딪히자 무기력하게 무너져 내렸다. 단순히 할 일이 많아 스트레스를 받을 때와는 달랐다. 정말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고됨이 존재했다. 그러나 도피성으로 찾은 잠은 달콤하지 않았다. 피곤이  가시지 않았고, 항상 비슷한 꿈을 꿨다. 나를 이토록 무기력하게 만든 문제가 해결되는 꿈이었다.

꿈은 너무 선명했다. 그래서 잠에서 깨면 혼란스러웠다. 어제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고 들어와서 잠이 든 건지, 아니면 이번에도 꿈을 꾼 건지 헷갈렸다. 핸드폰 기록을 모두 확인하고 나서야 모든 게 꿈이었다는 걸 인지했다. 잠깐 동안의 희망이 무너지고 변한 건 없다는 좌절감이 몰려왔다. 그러면 다시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극도의 스트레스가 가져온 현상이었다.

수면과다증이나 번아웃 증후군 현상이 낯선 건 아니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7월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에게 설문한 결과 32.2%가 스스로를 번아웃 증후군이라고 평가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과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그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도피로 잠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수면 과다가 우울증 증세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 있다. 우울증 환자 10명 중 8명에게선 불면 증상이, 2명에게선 수면 과다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심각성 인지부족에 있다. 이런 질병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허다하며, 수면과다를 피곤하기 때문이라고 가볍게 생각한다. 대부분 그저 주중에 쌓인 피로를 풀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몇몇 이들은 대한민국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을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다. 심각한 문제에 대해 너무 가볍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진, 미세먼지 등 외부적 위험뿐 아니라 내적 위험에도 관대한 듯하다. 안전 불감증이 우리 자신에게도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과열이 사람들을 잠들게 한다. 주말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수면은 결코 피로회복제가 아니다. 청춘들이 인지도 못한 채 병들어 가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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