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황해동 기자] 공원부지는 맞는데, 실상은 차마 공원이라 부를 수가 없었다.
엉뚱한 곳을 찾아오지 않았나? 다시 한 번 확인했지만, 분명 그곳은 공원부지로 지정된 곳이 맞았다.
이달 중순 월평근린공원 갈마지구와 정림지구, 문화문화공원을 돌아보면서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밀려왔다.
공원부지 전체가 텃밭 또는 불법 건축물, 쓰레기, 폐농자재, 비닐 등으로 뒤덮여 눈 뜨고 바라보기에도 민망할 정도였다. 지나던 주민의 말을 빌면, ‘넝마장’과 다름 아니었다.
첫 발걸음을 옮긴 서구 갈마도서관 뒤편 월평공원 갈마지구 일부. 공원지정 65년이 지난 곳이다. 비스듬 산비탈에 초목은 오간데 없고, 온통 마구잡이식 텃밭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산림은 훼손되고 그 자리를 경작을 하는지, 안 하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너저분한 텃밭이 차지하고 있었다. 개인별 텃밭을 구분하려는 듯 곳곳에 그물망이 너울거렸고, 비닐과 간이 움막, 비닐하우스 등이 관리를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있었다.
인근 70대 주민 박 모 씨는 이곳을 ‘넝마장’이라고 불렀다. 사유지이기 때문에 함부로 드나들지도, 정리도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웃 간 다툼도 발생한다는 것.
박 씨는 “울창하던 나무를 다 잘라버리고, 산도, 공원도, 밭도 아닌 그저 쓰레기장에 불과한 곳”이라며 “하도 볼썽사나워 수년 전 주민들이 구청에 신고해 정리한 적은 있지만, 며칠이 지나면 마찬가지”라고 한숨지었다. 심지어 “불법 주택을 지으려다 적발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떻게든 정리돼야 한다. 공원부지라는데 공원으로 만들던지, 개발을 하던지 해야지 이대로는 지저분하고, 동네 환경까지 다 버린다”며 “왜 공원 조성을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월평정수장 주변도 사정은 달라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는 일부 주택이 제 자리인양 버젓이 들어서 있었고, 공장으로 보이는 건물 안에는 폐타이어와 고철, 파지, 변압기 등이 적재돼 있었다.
일부 텃밭과 스티로폼, 고무통, 비닐, 가축사육시설, 마구잡이식 울타리 등도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월평정수장 주변 공원부지 내 등산로에서 만난 한 등산객은 “이곳이 공원부지냐”라고 반문하고, “적지 않은 시민들이 등산로를 따라 등산을 즐기고 있는데, 나무나 울창한 산림보다는 텃밭과 쓰레기 등이 더 많이 눈에 띈다. 공원으로 조성돼 쉼터나 휴식공간·시설 등이 들어선다면 한결 쾌적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갈마도서관 인근 공원부지도 마찬가지 모습을 보였다.
폐현수막이 바람에 너덜거렸고, 무허가 건축물들이 흉물스런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도시공동체 텃밭이란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곳에는 온갖 쓰레기와 폐 철제 대문, 조립식 가건물, 비닐, 나무 울타리, 몇 그루의 나무를 이어 만든 원두막은 주인을 잃고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다.
발길을 돌려 배재대학교 주변 정림지구를 찾았다. 조립식 주택 등 수십 채가 소규모 마을을 이루고 있었으며, 비탈진 산등성이 곳곳에는 보기에도 위험한 석축들이 주택들의 경계를 드러냈다. 마을로 들어서는 도로까지 나 있어, 누구라도 공원부지라고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조경회사 입간판과 흙 밭, 간이 화장실 건물은 그나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산림의 모습을 흉하게 지우고 있었다.
정림지구에서 만나 한 시민은 “공원부지 지정 이전부터 살고 있던 사람들에 대한 생활권 보장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하루빨리 개발이 되는 것이 주거환경 개선에도 도움일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