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광장] 우리의 자화상 ‘아이돌’
[청년광장] 우리의 자화상 ‘아이돌’
  • 이수현
  • 승인 2017.03.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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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굿모닝충청 이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TV나 인터넷에서 수없이 많은 아이돌을 접한다. 대중문화 시장의 상품인 아이돌은 현대사회에서 통용되는 우상의 의미를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존재다. 성경, 코란 같은 경전이나 철학에 의해 제시된, 막연하거나 어렵게 느껴지는 우상을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다.

아이돌은 사람에 의해 신처럼 숭배되는 ‘무엇’이다. 그것은 속임수며 편견이며 거품인데 사람들이 그것을 소중하고 귀한, 진짜 혹은 진실이라고 믿는다. 대중매체를 통해 팔리고 있는 아이돌, 그들은 누군가에게는 신적인 존재다.

사람인데 ‘신’이 되고, 아무것도 해 주는 게 없는데도 그들이 만드는 신기루에 파가 나뉘고 서로 자신들의 아이돌이 더 낫다고 우기며 싸운다.

그런가하면 어떤 이들은 그들의 사생활을 침소봉대하거나 허위로 조작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사람들을 소란스럽게 만들어 돈을 번다. 아이돌이 입으면 브랜드가 되고 기업들은 아이돌에게 거금을 주면서 광고를 찍고 광고비를 낸다.

구약성서에서 신은 모세와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자기 외엔 아무 것도 신이 아니라 했고, 시편 135장에선 우상을 “눈, 코, 입이 다 있으나 인형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Francis Bacon은 인간이 만든 우상을 네 가지로 정의한다. 종족의 우상(자기가 보는 세상만이 진실이라고 우기는 것), 시장의 우상(‘이웃집에 불이 났다’란 말이 몇 사람 건너가면 ‘이웃집 사람이 마을에 불을 질렀다’라고 바뀌는 것), 동굴의 우상(어떤 음식에 대한 자기의 평가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마지막으로 극장의 우상(우리 목사님이 말씀하셨으니까 옳다고 맹신하는 것) 등이 그것들이다.

Manly P. Hall은 ‘The Four Idols of Francis Bacon & The New Instrument of Knowledge’에서 “베이컨이 말한 우상은 실체는 없는데 숭상되는 무엇, 상징이라기보다 집착이라며 현대 심리학을 예견했다”고 말하며 David Hawkes는 우상은 “실체가 없으나 사람들이 실체로 믿고 얽매여 있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사람은 왜 우상을 쫓는 걸까? 간단하다. 자기 존재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하고 비어있는 자신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재산이 얼만데…’, ‘내가 그룹의 회장인데…’, ‘내가 앉은 자리가 어딘데…’라며 반박하겠지만 그것 자체가 우상임을 인지하지 못한다.

실체란 거짓이 아닌 변하지 않는 진실이다. 실체를 가진 자는 자족하기 때문에 요동이 없다.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자유 안에서 움직이며 집착·호기심이 아닌 관심을 가진다. 관계를 소중히 여기되 팔이 안으로 굽지 않는다. 함께 할 줄 알면서 혼자 존재한다.

그런 사람이 어딨느냐고 할 것이다. 없다고 봐도 무방하기에 우상은 공급이 아무리 많아도 수요를 따라가기 힘들다. 우리의 빈속을 또 다른 빈 것으로 채우려는 의미 없는 몸부림이 멈추지 않는 한, 아이돌은 계속해서 소비될 것이다. 슬프지만 이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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