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의 눈] 2017년 봄, 시간의 향기를 느끼다
[시민기자의 눈] 2017년 봄, 시간의 향기를 느끼다
  • 이희내 기자
  • 승인 2017.03.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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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내 방송작가, 대전대학교 외래교수

[굿모닝충청 이희내 기자] 2017년 봄,  추억과 예술, 젊음이 함께 하는 거리를 걷고 싶다면 시간이 향기가 가득한 대전의 원도심. 대흥동을 추천하고 싶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대전의 얼굴, 대흥동
그 원도심 좁은 골목길 사이사이를 가면 나도 모르게 발견하는 원도심 이야기, 대흥동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대흥동의 골목에는 진짜 대흥동이 있다
일제시대부터 형성된 대흥동은 ‘아주 오래된 대전의 중심’이다.

요즘은 전통문화와 현대 미술이 만나고 융합하는 대흥동. 하지만 세월의 흐름과 함께 그 모습이 많이 변했다. 대흥은 이제 중장년층의 추억의 장소이면서 대전을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코스이자 가족, 연인들의 나들이 코스로 손꼽히고 있다.

도시를 여행하고자하는 여행자들에게 대전 대흥동 거리는 흥미로운 요소가 가득한 보물창고다.

세련된 도시 이미지가 느껴지는 건물과 카페가 있는가 하면, 그 속에 70~80년대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손때 묻은 풍경이 함께 숨을 쉬고 있다.

소극장에는 공연이 줄을 잇고, 오래된 골목 안의 낡고 오래된 건물들은 커다란 벽화를 활용하며 빈티지한 멋을 더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대전의 낭만을 느끼기에 대흥동 문화거리만큼 좋은 곳은 없다. 대전에서 몇 안되게 아날로그 풍경이 남아 있는 정겨운 공간이다. 그래서 감각 있는 젊은 예술가들이 대흥동으로 모여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대흥동의 껍데기에 불과하다. 굽이진 골목 구석구석에는 오랜 역사와 문화의 정취를 품고 있다. 그 대흥동 골목을 생의 터전으로 여기며 살아오고 있는 사람들... 진짜 대흥동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되는 지도 모른다.

대흥동 골목에는 풍류가 있다
1980년부터 대흥동에 화랑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곳에서 예술을 논하고, 시를 읊었다. 그들은 작품을 팔면 그 돈으로 예술하는 가난한 이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풍류의 거리로 대흥동은 변했다.

대흥동 한쪽 골목에 있는 오래된 가게에선 아직도 시인, 화가들이 모여 시를 안주삼아 술을 마신다. 그곳엔 시인, 화가가 준 글과 그림으로 꾸미는 주막. 이곳은 예술가에겐 사랑방이자, 일반인에겐 예술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갤러리다.

지필묵과 화랑이 들어오고, 어느 샌가 예술을 하는 사람,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대흥동으로 들어왔다.

사람들이 오다보니 같이 따라온 음식점과 커피 전문점들. 지필묵, 고미술이 있던 곳은 점점 커피전문점과 또 다른 젊은이들의 양지로 채워졌다.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오원화랑을 시작으로 각 아담한 갤러리와 함께 전통찻집, 화방, 필방, 공방, 한지집, 표구사 등 예술 관련 시설들 50여 곳이 모여 들며, 대흥동은 서울의 종로구 인사동처럼 손색없는 문화예술의 보물창고로 대전에서 자리매김 되었다.

그리고 이곳엔 문화를 사랑하고, 예술을 즐기는 이들이 있다. 아직도 대흥동 골목에 있는 한 찻집에 가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인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아직도 전통의 것을 사랑하며,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27년째 필방을 운영 중인 한 사장님은 이곳을 아버지께 물려받았다고 한다. 물건을 꼭 팔기위해 문을 여는 게 아니라, 전통의 것을 찾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문을 연다고 얘기한다.

사람의 손길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손길을 지키고자  이곳을  아직도 떠나지 못하고 있다는 말씀을 하신다.

도시는 나이를 먹으면서 추억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예쁘고 세련된 현대식 카페와 낡고 손때 묻은 오래된 도시의 앙상블 적인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대흥동에서 할 일중 하나. 이곳을 걷다보면 마치 하나의 공간에서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오래되어 색 바랜 간판과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옛 근대 주택, 시대극에서나 볼 것 같은 옛날 골목 등 대흥동엔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오래된 것들이 세련된 도시 풍경과 함께 어우러져 더욱 아련한 향수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아쉬운 것도 없지 않다. 이미 사라졌거나 회생할 수 없을 정도로 퇴락해가고 있는 것들 때문이다. 언젠가는 골목의 주인공이 달라지겠지만, 대흥동에 필요한 것이 하나 둘 사라져가는 것을 보면, 안타깝고 속상하기만 한다.

1929년 일제강점기에 대전 철도국장이 거주했던 관사인 뽀죡집부터, 대전 3대 시인으로 평가받는 고 정훈 시인의 고택과, 고 박용래 시인의 집, 대전 원도심 문화의 축으로 불리던 대흥동 프랑스 문화원 분원은 철거되어 지금은 역사 속으로만 기억되고 있다.

문화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자, 사람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라고도 한다.

대전의 부흥을 이끌며, 문화의 아젠다를 이끌어갔던 원도심, 대흥동.

오래된 도시는 나이를 먹어가지만, 그 만큼 연륜과 추억을 지니고 내일로 가는 우리에게 비전을 제시해주고 있다.

올 봄엔 대전을 기억할 시간의 향기가, 조금 더 진하게 우리 곁에 머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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