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상의 아웃포커스]40년 비밀정원에 봄기운이 ‘간질간질’
[채원상의 아웃포커스]40년 비밀정원에 봄기운이 ‘간질간질’
노을과 바다, 그리고 봄이 오는 천리포 수목원을 찾아
  • 채원상 기자
  • 승인 2017.03.2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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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봄바람이 불어온다. 밤과 낮이 같다는 춘분을 지나면서 마음이 살랑거리고 설렘이 가득해진다.

봄은...바라봄, 기대봄, 느껴봄이 어우러져 봄을 만드나 보다.

따뜻한 햇살, 살랑이는 바닷바람, 움트는 꽃봉오리 모두 마음을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

그래서 조금씩 꼼지락거리는 봄을 찾아 나섰다. 봄을 품은 천리포수목원에는 아직 바닥부터 나뭇가지 끝까지 찬찬히 살펴야 봄이 보인다.

천리포수목원은 탁 트인 바다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수목원이다.

수목원은 2000년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세계에서 12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선정됐다.

또, 천리포수목원 바다 경계면에서 우드랜드 진입부로 이어진 총연장 1km 거리에 조성된 '다 함께 나눔길'은 곰솔과 동백나무가 어우러진 숲과 서해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닭섬을 볼 수 있는 이 길은 '노을길'이라는 애칭도 붙었다.

노을을 수놓은 바닷가 옆 수목원, 너무 이르게 찾은 건 아닐까 살짝 걱정하며 수목원으로 들어섰다.

입구를 돌아서자 호숫가에 버드나무‘핑크테슬’이 가장 먼저 반긴다.

또 하나의 핑크빛을 자랑하는 에리카‘아서존슨’이 정원을 차지하고 있다.

물가에는 낙우송이 솟아있다. 잎이 떨어질 때 잎모양이 새의 깃털을 닮아있다하여 떨어질 낙(落), 깃털 우(羽), 소나무 송(松) 낙우송이라 이름이 붙여졌다.

낙우송이 자란 호숫가 너머에 보이는 민병갈기념관은 더없이 평화로웠다. 민병갈은 천리포수목원 설립자다.

미국 펜실베니아 태생인 칼 페리스 밀러(Carl Ferris Miller, 1921~2002)는 1945년 미군 정보장교로 한국에 첫발을 디뎠고 1979년 민병갈이라는 이름으로 귀화했다.

설립자인 故 민병갈(Carl Ferris Miller) 씨가 40여년 동안 정성을 쏟아 일궈낸 우리나라 1세대 수목원으로, 연구와 보존을 목적으로 철저하게 관리되다가 2009년 일반에게 처음 공개됐다.

40년 만에 그의 비밀정원이 열린 것이다. 그것도 전부는 아니고 천리포수목원이 소유한 일대의 7개 구역 중 단 한 곳으로 그의 이름을 따 밀러가든(Miller’s Garden)으로 불리는 곳이다.

민병갈기념관을 중심으로 주변 동산은 풀과 나무의 보물창고다.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1만5800여 종의 식물이 다양한 매력을 뽐내고 있다.

노란 꽃 천지를 준비하는 수선화가 곳곳에 땅을 뚫고 올라와 있다.

풍년화 ‘밤스테드 골드’가 꽃술을 풀어내고 ‘루비글로우’가 그늘 속에서 붉은 빛을 뿜어내고 있다.

키 작은 매화나무 가지마다 팝콘 터지듯 하얗게 꽃송이가 벌어지고 있다.

뭉친 꽃송이에서 하나씩 꽃을 피우는 삼지닥나무가 보인다.

알뿌리가 영하 40도에도 견딘다는 설강화도 초록 들판에 눈을 흩뿌려 놓인 듯 피어있다.

사순절 장미가 차마 하늘을 올려보지 못하고 수줍은 듯 고갤 떨구고 있다.

양지바른 잔디에 붓꽃의 일종인 보랏빛 크로커스가 꽃봉오리를 내밀었다.

봄을 알리는 동백꽃이 피어나고 직박구리가 붉어서 열정적인 낙상홍 열매를 먹고 있다.

600여종의 목련도 4월의 꽃 잔치를 준비하며 봉오리를 부풀리고 있다.

수목원 동산을 돌며 점점 다가오는 봄을 느낄 수 있었다.

움츠러들었던 모든 것들이 간질간질 간지럼을 태우며 그렇게 봄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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