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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우리는 지금 참으로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고자 한다. 녹록치 않은 삶 속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떠올려 봤고, 때로는 이웃이나 가족의 예기치 못한 선택으로 인해 큰 충격에 빠진 경험도 있을법한….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나는 살기 위해 노력하는 여러 생명 중의 하나로 이 세상에 살고 있다. 생명에 관해 생각할 때, 어떤 생명체도 나와 똑같은 삶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 다른 모든 생명도 나의 생명과 같으며, 신비한 가치를 가졌고, 따라서 존중하는 의무를 느낀다. 선의 근본은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하고 보호하고 높이는 데 있다.”- 알베르트 슈바이처 (Albert Schweitzer, 1875∼1965) |
“갑작스러운 주변정리 간과하지 말아야”
내포신도시 도청 별관 3층에 자리 잡은 충남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센터장 이종국). 명칭이 어렵고 복잡하긴 하지만 센터가 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누구나 그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정하게 된다.
김도윤 부센터장과 박진아 팀장(자살예방‧위기관리팀)으로부터 센터에 대한 설명을 들어봤다.
이들에 따르면 2011년 문을 연 센터는 생애 주기별 정신건강 증진 활동을 비롯해 정신장애인의 재활과 사회복귀 등을 돕고 있다. 특히 24시간 자살 예방 위기관리 체계(1577-0199)를 가동하며 생명존중문화 확산을 위해서도 힘을 쏟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충남도가 절반씩 투자하고 국립공주병원에 위탁하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화를 통한 상담만 해도 1년에 2000건이 넘는다고 한다. 15명의 직원이 하루씩 당직을 서고, 다음 날 아침 회의를 열어 각 케이스에 대한 점검과 함께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충남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 가보니… 전 직원이 24시간 자살 예방 위기관리 체계 가동
상담 사례를 들어보면 센터가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다. 얼마 전에는 자살을 시도한 아버지를 응급실로 이송시켰다는 자녀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에 상담자는 “당장 퇴원시키면 위험하다”며 정신과적인 진료를 면밀하게 받을 것을 조언해줬다. 이후에도 지역 기관을 통해 관련 서비스를 받도록 조치해 놓은 상태다.
삶을 마감하려는 사람으로부터 직접 전화가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거나 “기차에 뛰어들겠다”며 전화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자칫 상담이 미숙했다면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순간인 것이다.
김 부센터장은 “의지가 100%일 때 실제 자살을 시도하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들의 심리는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일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고, 박 팀장은 “그들 스스로도 ‘두렵다’는 얘기를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2015년 기준 자살률(10만 명 당)을 보면 충남(35.1명)은 강원도(35.3명) 다음으로 높은 실정이다. 72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인데, 보고되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그 수치는 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충남지역의 정서적 특성을 그 원인으로 돌리기엔 무리가 있지만, 웬만해선 자신의 어려움을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경향성은 확인되고 있다고 한다.
김 부센터장은 “몸이 아프거나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자살하는 게 아니다.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1997년 IMF 금융위기나 2008년 카드 대란 등 사회경제적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 취약성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자살로 내몰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더 이상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 돌려서는 안 되는 이유”라고도 했다.
한 사람의 연결고리만 있어도 쉽게 삶 포기하지 않아…“안부 묻기부터 시작해야”
이웃이나 가족의 극단적인 선택을 정신건강 분야 전문가만이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관계의 단절과 고립이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은데, 단 한 사람이라도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면 쉽게 삶을 포기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잘 지냈어?” “별 일 없지?” 등의 단순한 안부 묻기와 작은 관심이 상대방의 잘못된 마음을 바로잡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고 한다.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배회를 하고, 주변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 등이 그것이다.
박 팀장은 “명절도 아닌데 갑자기 자녀들을 부른다거나, 자신의 재산을 나눠주는 사례도 있었다. 심지어는 남들보다 추수를 서두르거나 소를 판 경우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타인에게 늘 힘과 위로를 줘야 하는 업무의 특성 상 지칠 만도 하지만 이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김 부센터장은 “저희들 모두 정신건강 전문가로서, 도민을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생명은 생명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남겨진 가족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주는 일이기 때문에 자살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상담을 하거나 유족들을 만나면서 삶과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자연스럽게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며 “그런 과정을 통해 이 일에 대한 의미를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부센터장은 “자살예방은 단순히 한 기관이나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 더 이상 남의 문제가 아니다”며 “센터를 중심으로 자살예방 사업에 집중하고, 고위험군에 대한 정신건강 검진과 함께 보편적인 인식개선 운동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분야도 소홀히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