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고민 Q&A] 부인이 잠자리까지 기피합니다 (96)
[어르신 고민 Q&A] 부인이 잠자리까지 기피합니다 (96)
  • 임춘식
  • 승인 2017.03.25 05: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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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굿모닝충청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Q. “도대체 부인은 집에서 마저 함께 있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특히 나하고는 아예 잠자리를 하지 않으려 합니다. 처음에는 입을 다물고 집에 있더니 이제는 아예 아들네를 전전합니다. 큰 아들네 있다기에 찾아가면 둘째 아들네로 옮기고, 둘째 아들네로 찾아가면 다시 큰아들네로 가고…. 나도 더 이상 못 참겠어요.”(서울, 남 74세)

A. 최근 들어 남성 노인들의 동일한 하소연이 많은 편입니다. 분명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다른 사연도 있었겠지만, 아무도 이런 노년을 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노년 시대를 맞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행복한 부부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후반기인 노년기는 드라마틱한 변화, 혹은 위기를 맞게 되는 시기입니다.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안정된 가운데 자녀가 학업이나 직장, 결혼 등으로 독립해 집을 떠나면서 부부 둘만 오롯이 남게 되는  ‘빈 둥지(Empty Nest)’가 되는 시기이며 퇴직, 이혼이나 사별 등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사회생활에서 은퇴한 다음 부부가 함께 보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생기는 문제에도 적응해야 합니다.  또 사별이나 이혼의 경우에는 그간 배우자와 맺어 왔던 관계 자체를 정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부부끼리 오붓하게 ‘제2의 신혼기’를 경험하는 노인들도 많지만 우리 사회에는 어르신처럼 부인이 남편을 피해 다니는 불행스런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집에만 있는 남편, 밖으로 도는 아내 우리 사회에서는 노년기를 맞이하기까지 대개 남편은  바깥일에, 부인은 집안일에 종사하는 패턴을 보이지만 노년기를 맞게 되면 정반대의 생활패턴이 나타납니다. 여성 노인들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친구나 동창회, 계모임, 기타 친목모임 등에서 활동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사회적인 친화력이 커집니다.

반면 남성 노인들은 바깥 활동이 줄어들고 소극적이 되어 부인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높아집니다. 일본에서는 부인들이 이러한 남편을 ‘젖은 낙엽’이라고 부릅니다. 신발이나 몸에 붙으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젖은 낙엽처럼, 퇴직 후 온종일 집에 머물면서 집안일 하나 도와주지 않는 남편을 비아냥대는 속어입니다.

여성 노인들은 ‘젖은 낙엽’ 같은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은퇴 남편 증후군’을 겪습니다. 이른바 ‘남편 살이’를 한다는 여성 노인들의 불평이 늘고 있습니다. 평생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다가 이제는 좀 내 인생을 찾나 했더니 퇴직으로 할 일 없어진 남편이 집에 들어앉아 사사건건 간섭하거나 잔소리만 합니다. 그래서 시집살이가 따로 없다는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한때는 ‘썩 잘나가던’ 과거의 명예에 집착하는 남성 노인들일수록 외부의 또래 집단과 어울리지 못하고 부인으로부터 심리적인 보상을 받으려고 합니다. 과거 ‘현역’에 있던 시절만큼 자녀나 친구들에게 인정받지 못한다‘ 고 생각하게 된 남성 노인은 아내에게 자식 집은 물론, 친구 집에 놀러 가지도 못하게 합니다.

그리고 “하루 세 끼 밥상을 차리라.”는 요구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성 노인들은 “더이상은 못 차린다.”고 거부합니다. 이 때문에 부부 간에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특히 남편이 젊은 시절부터 가부장적 권위를 내세워 온 것에 대해 아내가 신혼 초기부터 불만스러워했다면 노년기에 부부 불화가 더욱 심화됩니다. 때로는 ‘황혼 이혼’도 불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부부 사이에 별다른 문제가 없이 살아온 사이라면 노후 부부관계는 더욱 돈독해지곤 합니다. 오랜 기간 같이 살면서 서로의 차이에 대하여 인정하고 이해하는 정도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배우자가 늙고 연약해지는 것을 생각하면서 참고 아껴 주며,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더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노후에 퇴직과 함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도 노부부 사이의 정을 두텁게 할 것입니다.

생활 속에서 상대방의 사소한 심리적 변화나 생리적 변화를 가장 정확히 알아낼 수 있는 것은 부부 사이입니다. 수십 년간 세상고초를 나누며 함께 나이 들어온 부부의 경우는 더욱 그러합니다. 노년기가 되면 대개 잠이 줄어듭니다. 한밤중 같은 잠자리에서 부부가 회포를 나누는 그 자체가 바로 성적인 자극이며 향수이며 쾌락입니다. 낮 동안 어떤 불쾌한 경험을 했다 하더라도 부부가 한 자리에서 격려와 위안의 이야기를 몸과 마음으로 나눈다면 낮에 있었던 불쾌감도 말끔히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이 들수록 부부는 함께 자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어쨌든 성생활은 사랑의 표현이며 육체와 정신을 젊게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산하게 만들어 줍니다. 성생활은 부부 간의 사랑, 즐거움, 휴식, 운동, 이 모든 것이 결합된 것으로서 아무 생각 없이 아침 달리기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성호르몬의 분비가 감소됨에 따라 성기능과 생식능력이 감퇴되긴 하지만 지난날의 생활체험, 심리적인 영향 등은 노인들로 하여금 꾸준히 성적인 사랑에 대한 갈망을 느끼도록 만들곤 합니다. 따라서 몸은 젊은 날과 달라졌어도 체험과 정신적인 만족으로 메워 가면서 충분히 성적인 사랑을 나누고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흰 종이에 새로운 수채화를 그리듯 인생의 새로운 단계를 맞은 노부부에게는 새로운 열정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남성 노인들은 권위의식이나 독선을 훌훌 털어 버리고, 여성 노인들은 한평생 시중만 들다 좋은 세월 다 보냈다는 억울한 감정을 떨치고 서로 위해 주는 사이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겸연쩍어 하지 말고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금실 좋은 노부부가 될 수 있도록 서로가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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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2017-04-03 23:09:45
네^^ 출처 밝혀주시면 가능합니다

황국서 2017-03-25 12:00:53
잘 읽었습니다.
글의 내용이 좋아 학교 밴드에 옮기고 싶은데 가능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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