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황해동 기자] “30여년 맘고생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어요?”
대전 월평공원 갈마지구 도시공원 부지에 약 6300㎡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여한구(75) 씨의 첫 마디는 ‘맘고생’이었다.
30여 년 전 지인으로부터 공원 부지를 매입한 후 지금까지의 기다림이 ‘평생의 한’처럼 여 씨의 마음 한구석을 짓눌러 왔다.
그동안 약 2000평의 땅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팔지도 못하고 속을 끓여왔다는 것.
여 씨는 1992년 갈마지구 424-5번지 약 6300㎡을 매입했다. 수십 년 전 그곳에 들어와 개간하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사람과 5년여에 걸친 소송을 거쳤다. 어렵게 땅을 손에 넣었지만, 30여 년 동안 텃밭 정도로만 활용한 게 고작이었다.
그나마 2014년부터 서구청에 도심공동체 텃밭으로 임대해주는 것이 그에게는 위안거리 였다. 임대 수입은 매년 600만-700만원에 불과했지만, 텃밭이 정서적·교육적으로 아이들과 도시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위했다.
그래도 하루빨리 공원으로 개발돼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사유재산 침해가 너무 심한 겁니다. 환경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 상태로 방치되는 현실이 환경을 훼손시키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관리요? 텃밭으로 사용할 때는 그나마 낫지요. 수확이 끝나면 온갖 쓰레기로 넘쳐나요. 노는 땅이니, 밤에 몰래 쓰레기를 내다 버리기 일쑤입니다.”
방치된 땅에 온갖 쓰레기와 텃밭 등의 시설로 공원부지는 이미 훼손된 상태라고 여 씨는 설명했다. 이번 기회에 시민들을 위한 공원도 만들고, 재산권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온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공원 개발을 반대하는 목소리에 땅 주인들의 실망감이 너무 큽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 보다는 서로의 요구사항을 놓고 합리적으로 협의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반대론자들을 겨냥했다.
그는 “특별한 대안이 없는 반대는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이대로 방치했다가, 나중에(2020년 7월)에 난개발이 되면 누가 책임질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간 기업에게 특혜를 준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공무원들이 놀고 있는 거 아니다. 충분히 검토했을 것이며, 또 앞으로도 신중하게 협의해 나가면 되는 일 아니냐”라고 일침하고, “나중에 공원부지가 해제되고 개인적으로 팔고, 사고, 건물 짓고 하면서 난개발 되는 것은 무슨 수로 막겠냐”고 되물었다.
시기를 놓치지 말고, 환경 훼손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개발해나가는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하며, 해지 후에는 계획적 개발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게 여 씨의 지론이다.
대전시와 반대론자, 개발에 참여하게 될 민간 기업에게도 당부의 말을 남겼다.
“대전시는 반대 여론에도 귀를 기울여 심사숙고하길 바랍니다. 기업들은 도시민들을 위한 제대로 된 공원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고 노력해주길 바라요. 반대하시는 분들에게는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하나하나 시정하면서 힘을 보태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여 씨의 바람은 보상비가 아니다. 묶여있는 재산을 풀어내고 싶은 맘뿐이다.“애들도 다 컸어요. 자식들에게까지 짐을 남기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