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광장] 허영에 대한 소고(小考)
[청년광장] 허영에 대한 소고(小考)
  • 이수현
  • 승인 2017.03.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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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굿모닝충청 이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허영이라고 하면 보통 외적인 것을 먼저 떠올린다. 그런 점에서 적당한 허영은 조금은 있는 것도 괜찮다. 무서운 것은 내적인 허영이다. 지적 허영, 정신적 허영, 나아가 영적 허영이 그것이다.

책 속에 길이 있고 동서고금의 현자들이 쓴 책을 읽은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를 거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고 하면 박사들로 가득했던 상아탑은 유토피아가 되었어야 맞다. 신학교에선 천국의 향기가 나야 하고 절에선 극락의 희열이 있어야 한다.

최근 양자물리학과 연관된 심리학책을 읽었다. 저자는 자신의 이론을 다양한 예시를 들어가면서 엮어나가려 노력했다. 하지만 독자인 내가 느끼기에는 자기가 알고 있는 난해한 무언가를 전부 다 보여주려는 대용량 압축파일 같았다. 구글 번역기를 쓴 건지 번역 상태도 엉망이었다.

저자와 번역자에게 시비를 걸 의도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책이 어떤 수업의 교재라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을 뿐이다. 학생들에게 읽으라고 한 교수는 그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는 있는 건지 의문스러웠다.

제대로 이해를 했다면 난해할뿐만 아니라 번역도 제대로 안 된 책을 학생들에게 권할 리가 없다. 책의 특성상 제대로 이해를 해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읽는 이에게 허영만 잔뜩 주입시킬 수도 있다.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라면 그걸 이해했다며 수업하는 교수의 말이 그 해석을 대신하게 되고 남의 해석을 진짜라고 믿는 청자들은 자신이 내용을 올바르게 알고 있다는 착각을 만든다. 교회에서 가르치는 성경이 그렇고, 절의 불경에 대한 설법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잘못 먹은 지식, 얻어서는 안 되는 지식은 지적 허영을 만드는 데 지대한 기여를 한다. 지적 비만을 유발할 뿐이고 정신적 질환에 가까운 허영을 만들며 만약에 종교에 관심을 갖거나 심취하게 되면, 흔히 말하는 ‘약도 없는’ 허영 속에서 살게 된다.

그런 사람들이 지도자의 위치에 있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면 무서워진다. 사람들에게 맹신을 불어 넣어 가정, 심지어 나라까지 망할 지경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도 사이비 종교에 빠진 누군가로 인해 휘청거리지 않았는가?

지금 우리는 허영이 극에 달하면 반성도, 부끄러움도 전혀 모르게 된다는 것을 똑똑히 보고 있다.

과식, 폭식이 비만과 질병을 불러오듯 무분별하고 자기 주제에 맞지 않은 지적, 정신적, 영적 탐구는 불치의 허영으로 변질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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