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시민과 정부 사이
[목요세평] 시민과 정부 사이
  • 김종남
  • 승인 2017.03.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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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남 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굿모닝충청 김종남 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지방정부들이 대선후보와 정당들에 19대 대선공약으로 채택해달라며 지역정책의제를 내놨다. 정권교체기에 일어나는 정책의 변화 가능성이 있는데다 박전대통령 탄핵으로 조기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는 보수집권 9년 동안 정부정책에서 배제됐던 지역관련 정책이나 탈핵 같은 혁신적인 정책들도 얼마간 채택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지역 자치단체들이 발표한 정책요구안들을 살펴보며 답답함과 함께 체념이 몰려왔다고 하면 과한 표현일까? 대전‧충남‧충북 자치정부가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사업들은 44개. 대략 도로, 철도, 특정용도건축물 건립, 산업단지 조성 등이다. 지역별 특성에 맞춰 전략적 투자가 필요한 사업들이라고 제안한 것들이나 대체로 지방정부들이 몇 년째 성사를 위해 씨름하고 있는 민원성 개발사업들이다. 최소한 1조2천억원이 소요될 대전 하수처리장 이전이나 2조원대의 트램 건설사업, 자족기능이 어려운 내포신도시 혁신도시 지정, 무인지경의 호남선 ktx 공주역사 활성화사업, 내륙도시 청주에 해양과학관 건립사업, 청주공항 확장 등이 대표적이다.

대선주자들을 향해 달려가는 3개 시도와 달리 세종시는 국회분원이전부터 국회는 물론 청와대, 대법원, 대검찰청의 이전으로 행정수도를 완성하겠다는 공약까지 몰려오는 대선주자들의 구애로 표정관리중이다. 그런데 이러한 공약요구안이나 공약들이 세월호와 메르스, 화학물질에 의한 수백, 수천명의 인명사고를 겪으며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시민안전문제를 해결하거나 출구가 없어보이는 계층과 지역격차를 완화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산업단지, 도로와 철도, 관광단지 건설이 지역에 얼마나 쓸만한 일자리를 만들고 노동자의 주머니를 채워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켰는지는 그동안의 지역경제지표가 말해준다. 늘어난 공장만큼 역외유출이 늘어나는 반면 미세먼지와 독성물질, 폐기물이 지역에 남았다. 수도권 인구와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지역사회의 끈질긴 반대에도 불구하고 규모를 불려온 석탄화력발전소는 대전‧충남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욕을 먹는 미세먼지의 주범이 됐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 주민의 건강과 환경을 위협하는 석탄화력발전소 증설은 중단하고 태양과 바람 등 대안에너지체제를 지역분산형으로 구축하며, 내포신도시는 에너지전환도시로 완성할테니 정부가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지역적으로 바람직하고 사회적으로도 정의로운 것이었다. 지역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공공의료체계를 정부가 확충‧지원하게 하고, 방사성‧화학물질 등 위험관리 강화와 지역의 규제 허용, 기업의 산업안전책임을 강화하는 한편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 재해‧재난을 충분히 예방하라는 것이 3년 만에 떠오른 세월호가 우리에게 무언으로 보내는 신호다.

지방정부의 이름으로 제안된 이들 정책요구안을 만드는 데 정부가 지역의 시민사회와 소통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우리는 상당히 다른 정책제안들을 보았을 것이다. 시민들의 정부에 대한 기대와 지방정부의 그것이 같을 수 없기에 대선에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지방정부 자신의 행정적 욕구에 국한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지역의 대선정책요구안이라면 적어도 지역시민사회가 대선에서 해결되기를 바라는 의제가 무엇인지 의견을 묻고, 가다듬는 과정이 필요했다. 대전시를 비롯해 충남‧북 어디서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더 심각한 것은 제안된 내용 중에는 지난 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예산투쟁을 했지만 실패한 사업도 있고 과거 대선에서 제안된 공약이 다시 등장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집권당을 달리 한 충청권 지방정부의 제안이 소홀히 다뤄졌다거나 반영됐다 하더라도 비중이 매우 축소된 것은 중앙정부의 탓이라 인정한다 하더라도 고비용 저효율의 대형토목사업을 반복적으로 제시한 지방정부에 대해 잘했다 할 수 없다. 시민사회 요구와 거리가 멀고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정책요구안이 40여일 남은 대선공약으로 수용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이번 대선에 꼭 반영해야 할 지역공약을 몇 건이라도 챙기려면 시민사회와 지방정부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시민들은 자신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잘 안다. 그리고 행동으로 표현할 준비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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